유가따라 몰려다니는 정유빅4, 높은 이익에도 불안불안

2018.08.10 02:10:47

유가 변동에 이익 들쑥날쑥 "차별적 경쟁력 없어 속수무책"


[산업경제뉴스 문성희 기자]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 등 소위 정유빅4로 불리는 정유사들의 영업이익 추이를 보면 두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첫 번째는 분기마다 증가와 감소가 큰 폭으로 달라지는 '들쑥날쑥'한 실적을 낸다는 것과 그러한 들쑥날쑥한 움직임의 방향이 네 회사 모두 똑같다는 것이다.


이번 2분기에도 정유사들의 영업이익은 전분기보다 38%나 증가했지만, 한 분기 전인 지난 1분기에는 27% 급감했었다. 지난해에도 네 회사 모두 3분기에는 이익이 142%나 급증했지만, 바로 한 분기 전에는 57%나 감소한 실적을 보였었다.


이렇게 이익이 큰폭으로 증가와 감소를 반복하고 회사들이 모두 똑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우리 정유사들의 사업구조가 국제유가에 그대로 노출돼있기 때문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 유가 하락시 수 천억원 적자...상승시 수 천억원 흑자


유가 변화에 취약한 우리 정유사의 사업구조는 지난 2014년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던 유가가 하락세로 전환하자마자 회사 마다 수 천억원의 손실을 내며 유가에 취약한 구조를 그대로 드러냈다. 


2014년 후반, 국제유가가 하락하자, SK이노베이션은 4분기에 곧바로 4702억원의 적자를 냈고, GS칼텍스는 4523억원 적자, S-OIL은 2440억원의 적자를 냈다. 현대오일뱅크만 유일하게 391억원 흑자를 냈지만 큰 감소폭을 보였다. 




하지만 2015년 하반기 유가가 바닥을 찍고 상승세로 전환하자 정유사들은 또, 분기마다 역대 최고 이익을 내며 신기록 행진을 벌였다.


이번 2분기에도 유가가 10% 내외의 상승세를 보이자, SK이노베이션은 8516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전분기대비 20% 증가했고, GS칼텍스는 5846억원으로 전분기보다 무려 108% 증가하는 기염을 토했다. S-OIL도 4026억원으로 58%의 큰 증가폭을 보였고, 현대오일뱅크만 3136억원으로 전분기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특히 GS칼텍스는 지난 1 분기 55% 감소했다가 단 한 분기만에 108% 증가하는 '널뛰기 실적'을 제대로 보여주면서 유가 변동에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현대오일뱅크는 유가 변동에 상대적으로 적은 변화를 보여주고 있는데, 현대오일뱅크에 따르면 다른 정유사들이 원유 수입선과 판매처가 고정돼있는 반면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원유수입선과 판매처가 다각화되있어 그만큼 유가변동의 영향을 줄일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 석유사업이 전체 매출의 80% 웃돌아...유가 변동에 속수무책

이렇게 우리 정유사들이 유가변동에 취약한 이유는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석유사업 비중이 너무 높고 매입매출처의 유연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업계는 지적한다.

지난 1분기 정유사들의 전체 매출 중 석유사업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SK이노베이션이 71.4%, GS칼텍스는 84.6%, S-OIL은 79.6% 그리고 현대오일뱅크는 100%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의 석유사업 비중은 평균 80.9%로 그만큼 유가 변동이 회사의 손익에 절대적인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때문에 정유사들은 오래전부터 수 조원을 투자해 사업다각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도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이번 2 분기 이익증가도 결국 정유사업 이익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으로 나타났다. 

SK이노베이션의 정유부문 영업이익은 전 분기 3254억원에서 5334억원으로 64% 증가했고, S-OIL은 893억원에서 3052억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현대오일뱅크도 2326억원에서 2814억원으로 늘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GS칼텍스는 4621억원의 정유사업 이익을 거둬 전년보다 213% 증가했다.

■ 수입선ㆍ판매처 다각화, 기술차별화, 원가경쟁력 필요

국제원유 가격은 중동 산유국들의 불안한 정치상황과 러시아, 미국의 정치적 목적 등 경제외적 요인에 따라 수시로 요동치고 있어 유가에 취약한 우리 정유사들은 항상 긴장의 끈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정유부문의 수익성 지표라고 할 수 있는 정제마진이 최근 계속 하락하고 있어 정유사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유가가 상승하면서 석유수요가 줄어들어 이번 2분기에도 정제마진이 4.5달러에서 3달러로 30% 넘게 하락했다.

더욱이 정유사들이 석유사업 의존도를 줄이려고 투자해 온 석유화학, 윤활기유, 석유개발사업 등이 중국의 대규모 투자와 저가물량 공세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도 정유사들의 불안요인이 되고 있다. 

증권시장의 정유담당 애널리스트는 "올 2분기 정유사들의 호실적은 일시적이라고 밖에 볼 수 없어 오히려 향후 실적에 대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회사별로 특별한 기술적 차이도 없고, 오랫동안 많은 돈을 들인 비정유 부문의 사업성과도 신통치 않아 고민은 더욱 깊어진다"고 우려했다.

업계에서는 원유 수입처의 다변화로 원가를 줄이고 판매시장을 다각화 해 국제유가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대안으로 내놓고 있지만 이마저도 한계가 있다며, 이와함께 기술차별화, 원가절감 등을 통한 경쟁력 강화 등 보다 근본적인 구조변화가 병행되야 한다는 지적이다.
문성희 기자 moonsh@biz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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