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대화파로 알려진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전격 경질하고 후임에 강경파로 알려진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내정했다. 

평소 북한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였던 인물이 새 국무장관에 오르면서 북미 정상회담을 중간에서 조율하고 있는 한국 정부도 긴장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자신의 트위터에 "폼페이오 국장이 우리의 새 국무장관이 될 것"이라며 "그는 멋지게 일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또 "틸러슨 장관의 봉직에 감사한다"며 "지나 해스펠이 새 CIA 국장이 될 것이다. 첫 CIA 여성으로 선택됐다. 모두 축하한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인사는 다분히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포석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강경파인 폼페이오 국장을 내세워 북한과의 협상에서 보다 확고한 주도권을 잡으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폼페이오 내정자는 미 행정부 내 대표적 강경파로 알려져 있다. 

그는 평창올림픽에 북한이 참여한다는 소식에도 "미국을 위협하기 위해 핵능력을 보유하려는 김정은의 야욕에 전략적 변화가 있다는 조짐은 없다"며 "남북대화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핵무기 추구에는 변함이 없다고 본다"고 북한에 대해 단호한 태도를 보여왔다.

북미정상회담이 결정된 지난 11일에도 "미 행정부는 회담이 열려 김정은이 미사일 실험이 중단됐다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증거를 제공할 수 있기 전에 북한에 제재완화나 어떠한 양보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의 완전한 핵포기가 있기 전에는 북한 제재를 늦추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외에도 북한이 한미 군사훈련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폼페이오 내정자의 발언과 북한에 대한 강경한 태도때문에 5월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을 중간에서 조율하고 있는 한국 정부는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비핵화 가능'과 '한미연합훈련 양해' 카드를 꺼내놓긴 했지만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과 스케쥴은 북미정상회담의 전제 조건으로 한국과 북한, 그리고 미국이 5월 전에 협의해서 어느정도 틀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한미연합훈련에 대해서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4월부터 예년 수준으로 진행하는 것을 이해한다"고 제한적으로 수용한 반면, 미 행정부내 강경파들은 보다 강력하고 실질적인 한미 훈련을 주장하고 있어 온도차이를 보이고 있다.   

당장 오는 16일 예정됐던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틸러슨 국무장관과의 한미 외교장관 회의도 예정대로 진행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미 외교장관 회담 개최가 합의된 바 있으나, 금번 국무장관 교체 발표에 따라 미측과 협의하에 우리 내부적인 검토를 거쳐 추진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국 언론과 백악관에서도 이번 국무장관의 전격적인 교체는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이 높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북한과의 민감한 협상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이 그의 안보팀에 중대한 변화를 꾀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 관리들은 "트럼프 대통령은 틸러슨의 사고방식이 너무 주류적이어서 그와 오래 충돌해왔다"며 "임박한 무역협상뿐 아니라 김정은과의 위험한 대화를 준비하는 지금 변화를 가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