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경제뉴스 손영남 기자] 경제 살리기를 취임일성으로 내놓은 이재명 정부 출범에 따른 기대감이 주식시장을 빨갛게 물들이고 있다. 대선기간 내내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하며 증시 활성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한데 따른 후폭풍이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예상치 못한 일은 아니다. 역대 신정부 출범 시 주식시장이 반짝 호황을 기록한 것이 그 증거다. 신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감이 증사 부황을 이끌었던 전례를 생각해보면 지금의 기류를 이색적이라 표현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의 급등에는 이전과는 다른 면이 존재한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현재 증시 부양의 주력으로 꼽히는 지주사 관련주와 증권주는 현 정부가 공언한 상법 개정 기대감과 배당 확대 정책의 부산물이라는 것이 그것이다. 분명한 상승 요인이 존재하는데 따른 이유 있는 상승이라는 의미다. 이처럼 이유 있는 상승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 단지 지주사 관련주나 증권주만은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에너지 관련주들이다.
◆ 상당수 에너지 관련주들 거침없는 상승세 선보여
한국 거래소에 따르면 9일 HD현대에너지솔루션은 장 초반 12.45% 급등하여 58,700원(52주 신고가)을 기록했으며, SK이터닉스는 2.66% 상승하며 최근 한 달간 11.9%라는 증가세를 이어오고 있다.
그린케미칼은 오전 중에만 6.84% 상승했고 한화솔루션은 장 초반 3.85% 상승하면서 최근 1주일간 4.36% 상승이라는 준수한 성적을 기록 중에 있다. 여타의 에너지 관련주들도 유사한 수치를 보이며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탄소중립 시대를 책임질 미래 에너지원으로서의 가치를 생각한다면 지금의 상승세가 마냥 어색하지만은 않다. 경기 변동에 강한 특성을 지니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평을 받아온 것이 에너지 섹터인만큼 장기투자나 안전투자를 선호하는 투자자들에겐 꾸준히 사랑받아온 종목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을 고려한다 해도 현재의 열기는 정상적인 수준을 넘어선 것만은 분명하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신재생에너지 업종을 떠올린다면 더더욱 그렇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금의 호조가 신정부의 친환경 에너지 정책이 관련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국내 증권사의 대다수 애널리스트 보고서들이 현재의 상황을 신정부 정책 방향이 친환경 에너지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태양광·풍력 관련 기업들이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고 적시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보고대로라면 에너지 관련주들은 황금알까지는 아니지만 적어도 꾸준히 수익을 낳는 안정적인 투자처로 기능할 가능성이 높다. 정말 그럴까.
◆ 에너지 관련주, 기대와 현실 사이에서 부침 지속할 듯
현재 에너지 관련주들이 순항을 이어가는 가장 큰 이유는 이재명 정부의 강력한 의지 때문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대선 기간 중 모습을 드러낸 에너지 공약이 올바른 정책으로 이어진다면 분명하게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아직 그 공약이 정책으로 무르익지 않은 지금의 주가 상승은 단순한 기대감의 반영에 불과한 것이라는 논리도 가능해진다. 투자자들이 에너지 공약 실현을 관심있게 지켜봐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자칫 정책의 부실화가 뒤따른다면 얼마든지 손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정부 출범이 고작 일주일 남짓인 현 시점에서 판단을 내리는 것은 무리지만 아직까지는 긍정적인 조짐들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신정부 출범 첫날 발표된 내용들이 그것이다.
![이재명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한국이 국제 사회에서 어떤 위치를 점하게 될지를 정하는 중차대한 과제가 될 것이다. 사진은 제2차 비상경제점검 TF회의 모습. [사진= 이재명 페이스북]](http://www.biznews.or.kr/data/photos/20250624/art_17494510983649_3a0b3b.jpg)
지난 6월 4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는 에너지·기후 대응 기능을 통합한 기후에너지부 신설 계획 발표를 통해 온실가스 감축 및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같은 날 경기 남동부 및 전남 지역에 RE100 반도체 클러스터 및 RE100 산업단지 구축 계획 역시 정체를 드러냈다. 이로써 기업들이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인프라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것. ‘서해안·남부지역 중심 해상풍력 메카 조성’, ‘해상풍력 특별법 추진’ 등 구체적인 해상풍력 발전 확대 계획이 발표되면서 풍력 관련 기업들도 긍정적인 흐름을 나타냈다.
이밖에 ▲U자형 한반도 에너지고속도로 건설을 통해 전국 전력망 연결 추진 ▲석탄화력발전소 단계적 폐쇄 계획 발표 ▲2040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및 탄소중립 산업법 제정 추진 ▲전기차, 재생에너지, 그린수소 등 탄소중립 산업 육성 계획 발표에 이르기까지 자신들의 공약을 구체화하기 위한 로드맵이 속속 국민들 앞에 공개되는 상황이다.
◆ 화석 연료 발전과 원자력 발전은 장담 못해
에너지 관련주 보유자들을 웃음 짓게 할 일련의 발표들에도 불구하고 울상을 짓는 이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신재생에너지가 아닌 기존 화석연료나 원자력 산업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 그 대상에 속한다.
이재명 정부의 에너지 공약이 신재생에너지에 몰려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원자력이나 기존 화석연료 발전은 보합 내지는 퇴보에 방점이 맞춰져 있다는 뜻이다. 그를 반영이라도 하듯 원자력 관련 기업들은 혼조세를 보였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원자력 진흥 정책 발표 이후 상승세를 보였지만, 국내 정책 변화로 인해 변동성이 커졌다. 한국전력과 한전기술 등 전력 기업들은 신재생 에너지 확대 정책으로 인해 단기적으로 조정을 받는 모습이다. 체코와의 원전 계약 체결로 인해 잠시나마 긍정적인 흐름을 보였지만, 국내 정책 변화가 변수로 작용하면서 주가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불확실성이라는 점만 놓고 보면 가장 고민이 많은 이들이 화석연료 기반 발전 기업들에 투자한 이들이다. 국제 유가와 LNG 가격 변동에 큰 영향을 받는 화석연료 발전 기업들은 지금의 호황에 동참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최근 LNG 발전 기업들은 글로벌 에너지 위기 이후 실적이 개선되었지만, 신재생 에너지 확대 정책으로 인해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화석연료 발전 기업들의 일시적 수익성 개선에도 불구하고 탄소 중립 정책이 강화되면서 장기적으로는 하락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아직은 모든 게 불확실한 상황이다. 현재의 흐름이 무난하게 유지된다면 신재생 에너지 관련 기업들은 정부 지원으로 장기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반면, 원자력 및 화석연료 발전 기업들은 국내외 정책 변화에 따라 주가 흐름이 달라질 가능성이 클 것이 분명하다. 물론 예상은 예상일 뿐, 그조차 확언할 수는 없다.
에너지 시장은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리스크 등 자의적으로 조절하기 힘든 변동성으로 둘러쌓여 있기 때문이다. 그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함은 당연하다. 현 정부의 행보를 예의 주시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그를 통해 한국의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고 대외적 요인에 쉬이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에너지 주가의 호조는 단순히 투자자들의 만족을 위한 것만은 아니다. 에너지 주가가 안정적인 성장곡선을 그린다는 것은 우리의 에너지 정책이 제대로 기능하고 그를 통해 안정적인 국가 운영이 가능해짐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에너지 주가에 주목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