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을 위한 선택, 탄소중립 아파트가 답이다

  • 등록 2024.11.15 10:5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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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의미 못지않게 쾌적한 거주 환경 매력 돋보여
제도 정비와 지원 대책 마련으로 사업 활성화 이끌어야



[산업경제뉴스 이유린 기자] 우리가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집은 단순한 주거지로서의 개념을 넘어 최근에는 ‘넷제로(Net-Zero)’를 실천하는 가장 작은 단위의 전쟁터라는 인식이 크기를 키워가고 있다. 집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연구가 속속 등장한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 중 약 20%는 건물 부문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눈여겨볼 대목은 대표적인 한국의 주거공간인 아파트가 건물 중 64%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아파트 등의 주거 공간이 탄소 감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다는 뜻이다. 


이 말대로라면 아파트 등 주거 공간에서 거주하는 이들의 노력 여하에 따라 상당한 양의 탄소배출 효과를 맛볼 수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고려해야 할 부분이 산재해있다. 가장 문제시되는 것은 기존 아파트의 한계다.


탄소저감의 고려 없이 설계된 기존 아파트는 대부분 단열 성능이 낮고, 냉난방 설비가 노후화되어 에너지 소비 효율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당연히 더 많은 양의 전력을 요구하는 구조다. 불가피하게 에너지 낭비를 범하게 된다는 뜻으로 조사에 따르면 2000년 이전에 준공된 아파트는 같은 면적을 기준으로 신축 아파트보다 30~40% 더 많은 전력을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에너지 낭비는 결국 관리비 상승을 넘어 더 많은 탄소 배출을 불러올 수밖에 없는 요인이 된다. 단순한 경제적 부담을 넘어 지구의 허파를 헐떡이게 만드는 주거 공간의 비효율성에 저항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탄소중립 아파트다. 


◆ 에너지 소비 최소화하는 탄소중립 아파트 속속 등장

건물의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고, 잔여 배출량은 재생에너지 생산 등으로 상쇄함으로써 연간 탄소 배출량을 ‘제로’에 가깝게 만드는 주거 형태를 의미하는 탄소중립 아파트가 등장한 것은 그리 오랜 일이 아니다.


2010년대 중반 처음으로 개념 정의에 나서면서부터 등장한 탄소중립 아파트가 실제로 생활 속 주거 공간으로 거론된 것은 불과 2,3년 전의 일인 때문이다. 스마트에너지 관리 시스템과 재생에너지 설비를 갖춘 아파트 단지의 시범 등장이 그것으로 삼성전자의 스마트싱스 기반 아파트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엄밀한 의미의 탄소중립 아파트라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에너지 절감에 따른 탄소배출 최소화를 구현한다는 점에서 보면 딱히 틀린 말은 아니다. 탄소중립 아파트의 본격적인 부상은 정부가 아파트를 포함한 30세대 이상 민간 공동주택에 대해 제로에너지건축(ZEB) 기준을 의무화하면서부터다. 이는 탄소중립 아파트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이후 탄소중립 아파트가 본격 등장하게 될 전망이다.


탄소중립 아파트의 정의를 가장 충실하게 구현한 울산 북구 율동지구의 ‘수소연료전지 기반 탄소중립 아파트’는 국내 최초로 수소에너지를 열원으로 활용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이 단지는 수소연료전지 열병합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으로 전체 437세대의 냉난방과 온수를 공급하고 있으며, 입주민들은 온실가스 배출 없이 실질적인 ‘넷제로’ 생활을 실현하고 있다.


◆ 에너지 절감뿐만 아니라 거주 쾌적성 측면에서도 큰 차이 

지난 6월 30일부터 제로에너지 건축물(ZEB) 인증 의무화가 민간 아파트로 확대되면서 탄소중립 아파트의 등장은 한층 가속화될 전망이다. 아울러 주거민들의 삶 역시 크게 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언급했듯 기존 아파트는 단열 성능이 낮아 여름철에는 냉방 비용이, 겨울철에는 난방 비용이 크게 증가하는 구조다. 열 보존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창호와 외벽의 노후화로 인해 열 손실이 적지 않고 개별 보일러나 중앙난방 방식의 구조 역시 낮은 에너지 소비 효율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탄소중립 아파트는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고성능 단열재와 삼중 유리창, 고효율 냉난방 설비 등의 기술 적용이 그를 보장하는 장치다. 뿐만 아니라 태양광·지열 등을 활용한 재생에너지 설비와 스마트 그리드 시스템을 통해 실시간 에너지 모니터링이 가능하다는 점 역시 에너지 낭비를 차단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관련 사업의 활성화와 함께 기술력 발전도 큰 폭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 역시 앞날을 기대하게 하는 요소다. 이런 장점들로 인해 탄소중립 아파트의 도입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정부가 2025년부터 신규 건축물에 대해 ‘제로에너지건축물(ZEB)’ 5등급 이상 확보를 의무화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관련 수요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적지 않은 지자체들이 사업 확대의 의지를 보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탄소중립 아파트가 단순한 미래 기술을 넘어 기후위기 대응과 국민 삶의 질 향상을 동시에 꾀할 수 있는 유일한 주거 해법이라고까지 일컬어지지만 마냥 낙관할 수만은 없다. 그를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이 아직은 체계를 잡지 못한 때문이다. 


한 건설회사 임원은 “기존 아파트에 대한 리모델링 지원은 여전히 부족하다”면서 “민간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만한 세제 혜택이나 인센티브도 미비한 것이 사실”이라며 관련 사업 확장의 애로를 토하기도 했다. 덧붙여 고비용 구조, 입주민 간 이해관계 충돌, 제도적 유인의 부재 등은 탄소중립 아파트 확산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더했다. 


이런 사정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탄소중립 아파트를 향한 열기는 더욱 뜨거워질 것이 분명하다.  탄소중립 아파트는 단순히 전기요금을 줄이는 경제적 선택이 아니라, 환경 책임과 공동체 윤리를 실현하는 미래형 주거 모델이기 때문이다. 


이유린 기자 lyl8282@biz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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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경제뉴스| 등록정보:서울,아04803ㅣ등록일:2017.10.26ㅣ발행일:2017년 11월 5일 발행인 : 주식회사 지식품앗이 양학섭ㅣ편집인 : 민경종 주소 : 03443 서울 은평구 증산로17길 43-1, 제이제이한성B/D B1층 (신사동) ㅣ 전화번호:070-4895-4690 Copyright Biznews.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