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방역도 좋지만...러브버그에 우는 서울 시민들

  • 등록 2024.08.09 10:5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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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효는 더딘데, 불편은 ‘현재진행형’
러브버그 공존만이 답인가

[산업경제뉴스=김재영 기자] 해마다 러브버그 방제 민원이 급증하고 있다. 생김새에 대한 혐오감과 군집 출몰로 시민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지만, 방역은 여전히 ‘친환경’ 원칙에 묶여 있다.




2022년부터 서울 은평구를 중심으로 모습을 드러낸 러브버그는, 이후 서울 전역에서 군집을 이루며 확산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러브버그가 생김새와 달리 사람이나 작물에 해를 끼치지 않는 익충이라며, 과도한 화학 방제보다는 친환경적·물리적 퇴치를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즉각적인 약효를 기대하기 어려운 친환경 방역이 시민 불편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방역의 효과가 더디게 나타나면서, 시민들의 고통이 언제 해소될지는 가늠하기 어려워 보인다. 

서울시 유행성 도시 해충 확산 실태와 대응 방안에 따르면 최근 국내 연구에서 현재와 같은 추세로 기온이 상승할 경우, 동아시아 지역의 러브버그 분포 확률을 예측하는 모델을 통해 2070년에는 한반도의 모든 지역에서 러브버그가 확산 될 것이라는 예측이 제시됐다. 

이러한 가운데 서울시는 선진국형 대도시임에도 불구하고, 기술적·행정적 수단의 한계 속에서 새로운 유형의 위험에 직면하고 있다. 그만큼 과거보다 훨씬 정교하고 체계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특히 러브버그는 현행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상 ‘관리 대상 해충’에 포함되지 않아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친환경 위주의 방역 방침은 생태계 보호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시민 불편 해소에는 한계가 있다. 매년 관련 민원이 증가하는 만큼, 서울시 차원에서 보다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방역 체계의 재정비가 필요하다. 방역 수단의 다양화와 함께, 도시형 해충에 특화된 대응 매뉴얼과 인력·장비 확충 등 실질적인 시스템 개선이 시급한 시점이다.

일명 러브버그(사랑벌레)로 불리는 이 곤충의 원래 이름은 붉은등우단털파리이다. 암컷과 수컷이 짝짓기 상태로 붙어다니는 특징이 있어 러브버그로 불리게 됐다. 동아시아 지역에서 주로 서식하며 성충은 6~7월에 출현해 꽃꿀을 먹고 짝을 찾는다. 파리목털파리과로 외래 유입 종으로 추정되며, 썩은 식물을 섭취한 후 분해해 환경 정화에 도움이 되는 익충으로 주로 분류된다.  

러브버그는 이미 미국에서도 잘 알려진 곤충이다. 미국 플로리다 등 남부 지역에서 매년 5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대량으로 발생하며, 성충은 평균 3~4일간 생존해 짝짓기를 마친 뒤 죽는다. 1970년대에는 대규모 확산으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며 이후 개체 수는 다소 줄었지만 지금도 특정 시기에는 도로·주택 등에서 불편을 유발하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도 이와 유사한 확산 양상이 나타나고 있어, 외래종의 유입과 확산 가능성을 경고함과 동시에 기후 위기 시대에 걸맞은 방역 체계의 전환 필요성을 시사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러브버그가 대량 출몰하는 원인으로는 도시화의 영향이 지목된다. 열섬현상과 기온 상승이 서식지 변화를 초래하면서, 도심으로 이동해 군집을 이루는 것으로 추정된다. 독성이 없고 질병을 옮기지 않아 해충이 아닌 익충으로 분류되지만, 특이한 생김새로 인해 혐오감이나 불쾌감을 느끼는 시민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시각과 방역 대응은 시민들의 불편 체감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러브버그는 생김새와 달리 생태계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익충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방역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과도한 화학 방제보다는 친환경적이거나 물리적인 퇴치 방식이 권장된다. 

이는 살충제가 다른 생물종에 악영향을 미치거나, 향후 약제에 적응한 새로운 해충이 대량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천적을 활용한 생물학적 방제 역시 하나의 방법이지만, 외래종을 무분별하게 도입할 경우 오히려 생태계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북한산 일대에 러브버그가 대량으로 출몰해 일부 등산객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지만, 국립공원공단은 방제 부작용 우려로 화학적 방제나 생물학적 방제는 실시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러브버그의 짧은 활동 시기도 이유로 꼽는다. 활동 기간이 짧은 만큼,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연 감소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현재로선 물리적 퇴치나 시기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현실적 대응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러브버그는 여전히 시민들에게 불편을 야기한다. 러브버그가 병원균을 옮기거나 독성을 가진 해충은 아니지만, 차량에 달라붙어 부식을 유발하거나 앞 유리에 들러붙어 운전 시야를 방해하는 등 생활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다. 대량 출몰 이후 사체에서 발생하는 악취와 청소 부담 역시 시민 불편을 가중시킨다.

올해 당장 러브버그가 사라진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난 게 아니다. 기후 위기 시대에는 이와 유사한 곤충이 언제든 새롭게 유입되거나, 기존 생태계의 변동으로 대량 출현할 가능성이 있다. 

이제는 특정 곤충의 방제 여부를 넘어서, 달라지는 기후 환경에 맞춰 도시 생태계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 생태계 보전을 위한 친환경 방역의 방향성도 중요하지만, 시민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역 전략과의 균형이 요구된다. 제도적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시민의 삶과 생태계를 함께 고려한 ‘적정 방역 수위’를 조율하는 방안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김재영 기자 wodud65@biz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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