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경제뉴스 이유린 기자] 우리 바다가 끓고 있다. 지구온난화의 거센 물결이 육지를 넘어 바다까지 잠식하면서 어업을 생계로 삼는 이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는 형편이다. 이로 인한 피해액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지만 딱히 방법이 없어 갈수록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우리 바다를 누비던 상당수 어종들이 사라질 것은 물론이고 그를 채집해 생활을 꾸려가던 어가(漁家)들의 몰락 역시 불가피하게 된다. 지구온난화의 공포가 현실이 되면서 벌어지는 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해법 찾기는 언제쯤이면 가능해질까.
◆ 온난화의 그림자에 매몰된 수산업의 위기
일반인들에게는 막연한 공포처럼 여겨지던 지구온난화의 망령이 우리 어민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실체적 현상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월, 국립수산과학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의 연평균 표층 수온은 18.74℃로 관측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2023년보다 0.65℃, 그리고 평년(1991~2020년 평균)보다 무려 1.62℃나 높은 수치다.
숫자만 놓고 보면 미미한 변화에 불과한 듯 보이지만 이로 인한 파급효과는 이루 형언할 수 없는 수치에 가깝다. 절대로 뜨거워질 수 없을 것으로 보이던 바다가 끓어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급격한 수온 상승의 배경에는 다양한 기후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가장 먼저 언급되는 것이 바로 온실가스 배출량의 증가다. 산업화 이후 급증한 온실가스 배출로 인해 지구 전체가 점점 더워지고 있으며, 한국 해역의 평균 수온은 지난 57년간 1.58℃ 상승했다. 이는 지구 평균 상승률인 0.74℃보다 2배 이상 빠른 속도다.
엘니뇨 현상도 힘을 보태고 있다. 동태평양 적도 부근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 이상 높아진 상태가 5개월 이상 지속되는 현상인 엘니뇨 현상은 이상기온 유발과 이로 인한 각종 피해를 유발하는 주범으로 유명하다. 실제로 태평양 동부의 해수 온도가 상승하면서 전 세계 해양 기온이 함께 영향을 받았고, 북태평양 고기압이 강화되며 폭염이 장기간 지속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필연적으로 고수온 상태의 고착을 유발하고 있다.
또한, 적도 인근에서 흘러오는 따뜻한 해류인 대마난류가 동해로 강하게 유입되면서 국지적인 해수 온도 상승을 유발했고, 서해·동해처럼 열을 쉽게 축적하는 해역의 지형적 특성도 기록적인 수온에 한몫했다. 이런 수온 상승이 가져온 여파는 쓰나미 이상의 파괴력을 선보이며 수산업 전반을 잠식하고 있다.
◆ 고수온 견딜 품종 개발, 심해 양식장 도입 등 기술적 대응 시급
수온 상승으로 인한 피해의 직격탄을 맞는 것은 기본적으로 어민들이다. 이미 수산업 현장에서는 죽는 소리가 새어나오는 상황이다. 동시에 해양 생태계에 심각한 변화가 발견되고 있기도 하다.
단순한 엄살이 아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 2022년 20억 원이었던 고수온 피해액은 2023년 161억 원, 2024년에는 무려 480억 원까지 급증했다. 특히 경남 해역에서는 952어가가 피해를 입었고, 피해 규모만도 659억 원에 이르렀다.
숫자만으로도 그 상황의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사태는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뜨거워진 바다를 견디지 못한 어패류들의 집단 폐사 역시 상황의 심각성을 잘 말해준다. 지난해 기준, 남해안에서는 우럭과 광어 등 약 627만 마리의 양식 어류가 폐사했고, 동해안에서는 강도다리와 넙치 약 123만 마리, 서해안에서도 조기와 조피볼락 등 약 560만 마리가 집단 폐사하며 양식 어민들에게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안겼다.
어민들의 눈물도 문제지만 이로 인한 생태계의 파괴 역시 심각한 고민을 안기는 부분이다. 자연의 파괴는 필연적으로 인간들의 삶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한때 우리 앞바다를 누비던 어종들을 더 이상 발견할 수 없다는 뉴스를 심심찮게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 이유가 바로 수온 상승에 따른 서식지의 이동이다.
수온 상승으로 아열대성 어종들이 북상하고, 기존 어종은 서식지를 떠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산호 백화현상이 확산되고 있으며, 기초 먹이사슬인 플랑크톤의 밀도가 줄어들면서 해양의 기초생산력은 약 21.6% 감소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뿐만이 아니다. 바닷물 상하층이 잘 섞이지 않아 발생하는 산소 부족 현상, 즉 ‘빈산소수괴’ 현상이 더 자주 발생하고 있는데, 이 역시 심각한 자연 파괴를 초래하게 된다. 산소의 부족과 플랑크톤의 부영양화 등이 발견되는 이 현상이 나타나면 그 바다는 곧 죽어버린 바다가 되어버리는 탓이다. 이에 따른 피해액 역시 2024년 한 해에만 73억 원에 달했을 정도로 문제는 심각하다.
뜨거워진 바다로 인해 어민들의 속도 함께 타들어가는 이런 현상은 그저 식탁 위에 오르는 해산물의 실종으로만 치부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생태계의 변화로 이어진 해수면 온도 상승은 우리의 일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궁극적으로는 국가 경제와 안보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위기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 어떤 명의도 골든타임을 놓친 뒤에는 손을 쓸 수 없는 법이다. 지금 손쓰지 않는다면 5년후, 10년 후의 우리 바다는 텅 비어버린 공동일지도 모른다. 수산업계는 온실가스 감축과 해양 보호구역 확대 같은 정책적 대응은 물론, 고수온에 견딜 수 있는 품종 개발과 심해 양식장 도입 등 기술적인 대응도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정부는 즉각 이 목소리에 반응해야 한다. 그것만이 우리의 바다를 풍요롭고 지속가능한 보고로 남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