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다단 에너지 바우처, 진짜 필요한 사람에 손 내밀길

  • 등록 2024.12.19 10:4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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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처 존재 몰라서 신청 못 한 가구만 5만 8천여곳 달해
고령자, 장애인 등 정보 취약계층에겐 신청조차 힘겨워



[산업경제뉴스 이유린 기자] 어느 때보다 추운 계절, 겨울의 한가운데서 신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한겨울 추위를 고스란히 걸머쥐는 이들에게 뻗치는 온정의 손길, 에너지 바우처를 두고 정작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불평이 고개를 들면서 에너지 바우처의 실용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중이다.


형편이 안 돼 추위와 더위에 시달리는 이들을 구제한다는 명분으로 도입된 에너지 바우처가 그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제도적 허점으로 인해 유명무실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까다로운 신청 방법, 적용되는 대상의 조건 등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뜻이다. 

일각에서는 조금만 노력하면 알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하지만 의외로 이런 방법조차 모르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특히 에너지 바우처가 절실한 취약 계층에 해당되는 이들이 이에 해당된다. 정보에 접근하는 힘도 부족하고 특별히 도와주는 이들도 없어 그 존재를 알고 있음에도 혜택을 누리기가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 제도 자체의 의의에도 활용에 난맥 겪는 이들 많아 
세계 최고의 경제력을 자랑하는 경제대국 대한민국이지만 그 한켠에서 경제적 빈곤에 시달리는 이들 역시 존재한다. 기본적인 생계 영위조차 쉽지 않은 이들이다 보니 그 외의 지점에 돈을 쓰기는 쉽지 않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난방, 냉방 등의 에너지 비용이다. 

이른바 사회적 약자들의 실상인 셈인데, 이에 정부는 그런 이들을 구제하기 위해 매년 겨울과 여름철, 소정의 지원을 제공하는 '에너지 바우처'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전기, 도시가스, 지역난방 비용을 돕는 제도는 우리 사회가 제공하는 복지 중 하나로 의의만 놓고 보면 흠잡을 데가 없다. 문제는 이를 활용하는데 곤란을 겪는 사람들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이다. 

일단 에너지 바우처의 혜택을 누리기 위한 조건부터가 문제다. 가난한 이들을 구제하기 위한 제도라는 설명과는 달리 단순히 소득이 낮다고 모두 이를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중위소득 40% 이하’의 기준을 만족하면서, 동시에 노인, 영유아, 장애인, 임산부 등 특정 세대원이 포함된 가구여야만 수급이 가능하다. 두 가지 조건을 동시에 충족시켜야만 하는 이런 구조 때문에 이 사회의 최하층에 해당하는 기초생활수급자도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허다한 것. 

물론 복지 지원이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이뤄질 수 없음을 고려한다면 구체적인 선정 기준은 필수적인 것은 맞다. 문제는 이런 조건을 다 갖추고서도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경우다. 이 경우의 태반은 제도 자체를 모르는 데서 기인한다. 고령자나 장애인 단독 가구처럼 정보 접근성이 낮은 계층은 에너지 바우처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고 그래서 이를 향유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 인터넷 이용 어려운 고령층, 장애인들에겐 절벽 그 자체
에너지 바우처의 존재를 안다고 하더라도 모든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에너지 바우처는 신청 기반 제도다. 에너지 바우처를 원하는 장본인이 직접 주민센터를 방문하면 되고 그게 쉽지 않은 경우라면 온라인을 통해 신청하는 것도 가능하다. 젊은 세대나 인터넷 접근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들이라면 크게 어렵지 않아 보이는 일이지만 놀랍게도 이조차도 힘들어하는 이들이 존재한다.

소위 말하는 정보 취약계층이 그들이다. 그들에겐 이 과정이 지난함의 연속으로 받아들여지는 것. 스마트폰이 없거나 혼자 외출이 어려운 고령자에겐 ‘복지’가 아니라 엄청나게 까다로운 ‘행정 절차’에 가깝다. 2021년 통계에 따르면, 전체 대상자 중 5만 8천여 가구가 신청하지 않아 혜택을 받지 못했을 정도로 적지 않은 이들이 이에 곤란함을 느끼고 있다는 의미다.

지원 규모에 대한 비판도 여전하다. 하루가 멀다하고 상승하는 에너지 가격의 여파로 현재의 에너지 바우처 지원금이 충분하지 않다는 비판이 그것이다. 현재 에너지 바우처는 가구당 30만 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확실히 적은 액수는 아니지만 한겨울 한 달 난방비가 10만원을 훌쩍 넘는데다 가구원 수가 많은 집이나 노후 주택에 거주하는 경우엔 더욱 부족한 경우가 많음을 고려한다면 딱히 충분한 것만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지역이나 주거환경을 고려하지 않는 일괄 지급을 두고 맞춤형 복지와 동떨어져있다는 비판 역시 귀 기울여야 할 부분이다. 

때론 지원금이 들어와도, 실제 사용으로까지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바우처 사용은 요금 자동이체 계좌로 설정된 상태에서만 차감되는 방식이라 이를 모른 채 방치하면 바우처가 사용되지 않고 소멸되기도 하는 때문이다. 연탄, 등유 등 도시가스를 사용하지 않는 가구나 읍면 단위 농촌 지역에서는 사용처가 제한돼 형식적인 지원에 그치는 경우도 존재한다.

보기 좋은 떡이지만 먹을 수는 없는 경우에 해당한달까. 복지 전문가들이 에너지 바우처의 맹점을 지적할 때 가장 앞세우는 논리다. 단순히 존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혜택을 오롯이 누리게 할 때라야 진정한 복지로서의 의미를 갖게 된다는 뜻이다.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 계층은 먹고 사는 것 자체만으로도 온 신경을 다 쏟아야 하는 입장이다. 그런 이들에게 별도의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수도 있다.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 계층에 대해선 별도의 신청 없이 자동으로 바우처가 연계되도록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더해 일괄적인 적용 구조도 손봐야 할 필요가 있다. 단순한 소득 기준뿐 아니라, 가구의 주거 환경, 사용 중인 난방 방식, 지역 기온과 같은 생활 조건도 고려한 탄력적인 지급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연탄이나 등유를 사용하는 농어촌 지역의 노인가구는 전기·도시가스 중심의 바우처 지원에서 자연스럽게 소외될 수밖에 없다.

지원 금액의 수준도 현실화되어야 한다. 난방비가 해마다 오르는데 정해진 액수의 바우처는 점점 힘을 잃는다. 계절별 에너지 가격 변동에 따라 지원 규모를 조정할 수 있는 유연한 체계가 요구된다. 아울러 바우처 사용 방식 또한 개선이 필요하다. 

보다 직관적인 모바일 기반의 잔액 확인 시스템을 도입하고, 사용처를 확대함으로써 실질적인 활용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이 모든 것이 적용되고 난 후에라야 비로소 에너지 비우처가 진정한 복지로서의 자격을 갖추게 될 것이다. 

이유린 기자 lyl8282@biz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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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경제뉴스| 등록정보:서울,아04803ㅣ등록일:2017.10.26ㅣ발행일:2017년 11월 5일 발행인 : 주식회사 지식품앗이 양학섭ㅣ편집인 : 민경종 주소 : 03443 서울 은평구 증산로17길 43-1, 제이제이한성B/D B1층 (신사동) ㅣ 전화번호:070-4895-4690 Copyright Biznews.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