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가의 거대 해파리 [사진=shutterstock]](http://www.biznews.or.kr/data/photos/20250728/art_17521308625894_b69b91.jpg)
최근 해수욕장에서 한 번쯤 해파리를 마주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투명한 몸으로 파도에 몸을 맡기고 흐물거리는 모습 안에는, 독성과 기후 변화의 그림자가 숨어있다.
기후 격변에 따른 수온 상승으로 해파리 공포 더 심각
기후변화가 해양 환경을 급격히 바꾸면서 이상 수온, 적조, 해파리 대량 발생 등 수산재해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기후 위기는 어종 변화에 그치지 않고 해양생태계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이런 상황에서 해파리 공포는 더 심각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해파리 출현은 연간 변동이 심하며 그 원인으로 수온 상승, 먹이량 증가, 포식자의 부재, 인공구조물의 증가 등을 지목했다.
결국 이 문제의 근본 해결을 위해서는 해수온 상승의 원인인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기후 위기를 늦추지 못하면, 해양 재해는 더 빈번하고 치명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특히 여름철 해수욕장에서는 피서객이 해파리에 쏘여 병원으로 이송되는 사고가 매년 반복되고 있다. 해파리 출몰로 인한 해수욕장 폐쇄, 관광객 감소는 지역 관광 산업에도 큰 타격을 준다. 또한 사람을 다치게 하고 어업 장비를 망가뜨리며, 해수욕객과 어민 모두에게 위협이 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발전소나 산업 시설의 해수 취수구를 막아 가동에 차질을 빚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일례로 경주 원자력발전소에는 해파리 대량 유입으로 취수구의 거름망이 손상돼 여러 개의 부품을 긴급 교체하는 일도 있었다.
해양수산부는 해파리로 인한 어업 피해와 해수욕장 쏘임사고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책을 마련하고 대응할 계획이다. 우선, 사전 예방을 위해 철저한 모니터링과 함께 부착유생(폴립)을 제거하고 해수욕장 유입방지막 설치를 추진한다.
이어 신속 대응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대책반을 즉시 구성, 운영하고 알림서비스 및 해수욕장 안전 관리 등을 적극 시행한다. 아울러,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신속하게 복구비를 지급하여 어업 경영과 해수욕장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보름달물해파리와 노무라입깃해파리
해파리는 한 가지 종이 아니라 매우 다양한 종류가 존재한다. 이 중 우리나라에 주로 출현하는 해파리는 보름달물해파리와 노무라입깃해파리다.
우리나라 자생 해파리인 보름달물해파리는 최근 수온 상승의 영향으로 성장 속도가 빨라지고, 출현 시기 또한 앞당겨지고 있다. 독성은 약한 편이지만, 대량으로 발생할 경우 어업 활동에 상당한 지장을 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여름철 일조량 증가와 기온 상승으로 연안 해역의 수온이 급격히 오를 것으로 전망되며 해파리의 성장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보름달물해파리의 대량 출현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 연안에서 기원해 해류를 따라 6월 말부터 우리나라로 유입되는 노무라입깃해파리는 크기가 1~2m로 크고 독성이 강해 어업 피해뿐만 아니라 여름철 해수욕객 쏘임 사고를 일으킨다.
이 해파리는 플랑크톤을 주 먹이로 삼아 다른 어류와 먹이를 두고 경쟁하는데, 이로 인해 어류의 개체 수가 줄고 어획량도 감소한다. 또한 어구를 손상시키는 등 어업에 큰 피해를 주며, 경제적 손실도 상당하다.
방제? 기후 대응? 식용?...해파리와의 전쟁은 지금도 진행 중
올해 5월, 해양수산부는 첫 해파리 특보를 발령한 뒤 ‘해파리 중앙대책본부’를 운영하며 대규모 방제에 나섰다. 약 2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6,327톤의 해파리를 제거했고 실시간 이동 경로를 감시해 관련 정보를 어업인과 국민에게 제공했다.
해파리 퇴치에 대한 해답으로 “그냥 다 먹어버리면 되지 않느냐”는 농담 섞인 말도 있다. 실제로 노무라입깃해파리는 촉수만 제거하면 식용이 가능하나, 이는 현실적인 대안이 되기는 어렵다.
기수식용해파리와 달리 노무라입깃해파리는 식감이 떨어지고 비린내가 심한 데다, 염장 가공 기술이 부족하고 무게가 무거워 운반·처리 비용도 많이 든다. 즉, 상품화나 대량 유통에는 한계가 있는 실정이다.
결국 해파리와의 전쟁은 단순한 방제나 식용 활용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해파리 대량 출현의 이면에는 기후위기라는 근본 원인이 자리하고 있다. 단기 대응과 함께 온실가스 감축 등 장기적 기후정책이 병행될 때, 우리는 비로소 바다의 균형을 되찾을 수 있다.
옛사람들은 '어장이 안되려면 해파리만 끓는다'고 했다. 이제는 어장뿐 아니라, 여름철 해수욕장에도 해파리만 들끓는 시대다. 반가운 손님은커녕, 바다가 보내는 경고가 점점 더 선명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