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 불평등, 기후위기 동시 초래하는 음식물쓰레기의 반란

  • 등록 2024.09.11 09:5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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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지도 않은 채 버려지는 음식물 전체의 31% 달해
온실가스 배출·자원 낭비·생태계 파괴 부르는 악당



[산업경제뉴스 이유린 기자] 매년 버려지는 음식물쓰레기의 양은 전 세계적으로 13억톤에 달한다. 누군가의 정성으로 만들어진 음식이 아무런 소용가치 없이 버려지는 셈이다. 이를 누군가에게 나눠준다면 지구상에 더 이상의 굶주림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는 막대한 양이다. 제대로 먹지 못해 영양실조에 시들어가는 아프리카 아이들에 주어진다면 하는 생각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다. 


물론 이는 현실을 모르는 이상론에 불과하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다르다. 이렇게 많은 음식들이 버려지는 동안 전 세계적으로 8억명 이상이 만성적인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심각한 자원의 낭비인 셈이지만 문제의 심각성은 단지 그뿐만이 아니다. 이렇게 버려진 음식들이 환경오염에 크게 일조한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식량 불평등에 더해 기후위기를 동시에 초래하는 음식물쓰레기를 둘러싼 고민은 이렇게 깊어간다. 


◆ 버려지는 음식 뒤로 영양실조 시달리는 아이들 겹쳐

유엔환경계획(UNEP)은 2022년 보고서에서 “전 세계적으로 굶어 죽는 사람보다 더 많은 음식이 쓰레기로 버려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의 식량 위기가 지구의 존립 자체를 흔들 수도 있는 중차대한 문제라는 뜻이다. 


그러나 모든 이들이 이에 공감하는 것은 아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2022년 보고서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전 세계 식품의 31%가 먹지 않고 버려진다고 말한 부분이 그를 방증한다. 무려 10억 명이 1년간 먹을 수 있는 식량에 해당되는 어마어마한 양의 음식들을 버릴 만큼 누군가에는 차고 넘치는 대상이 음식이기 때문이다. 


그 대부분은 당연하게도 고소득 국가의 구성원들에 해당된다. 동일한 보고서가 적시한 바에 따르면 음식물쓰레기의 60% 이상은 북미·유럽 등 고소득 국가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들에게 음식은 원하면 언제든 획득할 수 있는 손쉬운 대상에 불과한 탓에 소중한 의미를 지니지 못하는 것이다. 


불안정한 식량 안보에 신음하는 저소득 국가의 이들에겐 전혀 납득되지 않을 문제다. 만성적인 기근에 시달리는 아프리카 사헬 지역이나 남아시아 일부 국가에서는 가뭄과 이상고온으로 곡물 생산량이 급감하기 일쑤다. 


그 여파는 수백만 아동들의 영양실조로 나타난다. 누군가는 거들떠도 보지 않는 음식이 누군가의 생명줄이 되는 아이러니가 만연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식량 불평등의 기류는 개선될 여지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소위 말하는 식량 불평등의 문제는 이 지구가 풀어야할 과제로 남겨져 있다.


여기에 더해 또 하나의 숙제가 기다리고 있다. 음식물쓰레기로 인한 환경오염이 그것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이 쓰레기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전체 배출량의 약 8~10%를 차지한다고 경고한다. 특히 음식물이 썩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CH₄) 문제가 심각하다. 이산화탄소보다 최대 80배 강력한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이 물질이 지구의 허파를 옥죄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 이산화탄소보다 80배 강력한 온실효과 주범 

음식물쓰레기가 식량 불평등과 기후위기를 동시에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생각없이 버리는 단순한 행위가 발생시키는 메탄가스는 좀처럼 처리하기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음식물쓰레기를 매립하거나 퇴비화하는 과정에서 메탄이 대량으로 발생하는데, 그냥 대기 중으로 날아가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하게 되는 악순환을 이끌게 된다. 문제는 또 있다. 음식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소모되는 에너지 낭비 역시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에너지 소모를 통해 생산된 음식물을 버러닌 건 곧 자원을 낭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처리 과정에서의 수고 역시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음식물을 처리하면서 생기는 음폐수는 고농도의 유기물과 염분을 포함하고 있어서 지하수나 토양을 오염시킬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각국은 음식물쓰레기를 바다에 버리는 해양투기를 전면금지하고 있을 정도다. 음식물쓰레기의 매립에 따른 자연 환경 오염이나 악취, 해충 증가 등도 사회적 문제가 됨은 당연하다.


이렇듯 음식물 쓰레기는 자원의 낭비를 넘어 온실가스 배출, 생태계 파괴 등 복합적인 환경오염을 야기하는 행위다. 이에 대한 개선이 시급한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한국은 누구보다 앞선 의식을 자랑하는 게 사실이다. 


분리배출, RFID 종량기, 사료화·퇴비화·바이오가스화 등 다양한 방식이 정착돼 있으며, 재활용률은 98%에 달할 정도로 시스템 구축이 원활한 것. 그럼에도 발생량은 여전히 높고, 처리된 쓰레기의 품질 저하나 활용률 저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음식물쓰레기 처리에 투입되는 비용만 연간 8천억 원 이상인 지금, 그를 줄이기 위한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는 잘 하고 있다는 자화자찬에 매몰되기보다는 과잉 소비와 사회적 격차, 그리고 기후위기 속 책임의 불균형에 눈을 돌려야 한다. 여전히 지구는 쓰레기 속에 파묻혀 있는 때문이다. 


이유린 기자 lyl8282@biz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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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경제뉴스| 등록정보:서울,아04803ㅣ등록일:2017.10.26ㅣ발행일:2017년 11월 5일 발행인 : 주식회사 지식품앗이 양학섭ㅣ편집인 : 민경종 주소 : 03443 서울 은평구 증산로17길 43-1, 제이제이한성B/D B1층 (신사동) ㅣ 전화번호:070-4895-4690 Copyright Biznews.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