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경제뉴스 이유린 기자] 거리를 질주하는 자동차는 어느 순간부터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오명에 시달리고 있다. 실제로 자동차가 내뿜는 배기가스가 탄소 배출에 커다란 지분을 차지한다는 것이 입증되면서 악명은 커져만 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를 타파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 대안이 바로 전기차와 수소차 등 환경을 해치지 않는 친환경차들이다. 문제는 이런 친환경차들이 설익은 기술력, 높은 가격, 미흡한 인프라 등으로 외면을 받고 있는 것. 다행히 전기차 메이커들의 노하우 축적이 이뤄지면서 소비자들의 구매욕을 이끌어내긴 했지만 최근 들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 휩쓸려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다. 지하주차장 화재나 핵심 부품인 배터리 논란 등이 그를 이끈 것으로 판단된다.
환경 잡기와 실용성 담보라는 양립 가치를 충족시켜 주지 못한 것인데, 그 지점을 파고 든 것이 바로 하이브리드 자동차다. 일반 전기차와는 달리 별도의 충전 과정을 요하지도 않으면서 높은 연비를 맛볼 수 있다는 이유로 가성비 좋은 대안으로 대접받고 있다.
이런 매력에 혹해 하이브리드 차량을 구매한 소유주들이 많지만 막상 접해본 하이브리드가 기대에 못미친다는 불평이 적지 않다. 기존 차량에 비해 더 많은 비용을 들이고 구매한 차량이 실제로는 연비 등에서 차별점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왕왕 발생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 연료비 절감, 탄소 감축이라는 두 마리 토끼 잡기
하이브리드 동호회의 게시판을 뒤져보면 반드시 찾아볼 수 있는 내용들이 바로 연비에 관한 것이다. ‘고속도로에 오르니 오히려 연비 절감 효과를 못 느끼겠다’거나 ‘겨울만 오면 연비가 바닥을 친다’는 내용들은 차량과 무관하게 하이브리드 동호회의 게시판을 공통적으로 에우고 있다.
사실일까. 완전히 틀린 내용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하이브리드 차량은 저속·도심 주행에 최적화되어 있어 정체 구간에서의 연비는 기대치를 상회한다.
그러나 고속 주행 시에는 그 혜택을 받을 수가 없다. 고속 주행 시에는 기존 차량들과 동일하게 화석 연료를 소모시키는 구조이기때문이다. 하이브리드라면 기대하게 마련인 폭발적인 연비 주행이 불가능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처음부터 정해진 설정이지만 시내 주행 등에서 하이브리드의 높은 연비를 맛본 이들이라면 상대적으로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지금처럼 기온이 낮은 겨울철에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도 따지고 보면 정해진 수순이다.
기온이 낮아지면 배터리 성능이 감소하는 경우가 많아 연비가 평소 대비 30~40%가량 하락하는 경우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극단적으로 연비 하나만 믿고 하이브리드 차량을 구매한 사람이라면 불평을 토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는 하이브리드의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나온 착각에 가깝다. 기본적으로 하이브리드는 단순히 연료를 덜 쓰는 차가 아닌 때문이다.
일반적인 내연기관 차에 전기모터를 더한 구조를 지닌 것이 하이브리드다. 당연히 차량 중량이 늘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뜻이다. 무게가 늘면 이를 지탱하기 위해 연료를 소모할 수밖에 없어 연비가 저하되는 것이다.
또한 내부 공간 역시 일정량의 손실을 요구받게 된다. 생각보다 차가 좁다고 느끼는 소비자들이 많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주행 성능 시 느끼는 불편함 역시 하이브리드가 지닌 본질적 한계에 기인한다.
대표적인 것이 브레이크에 관한 불만이다. 하이브리드 차량의 핵심 기술 중 하나인 회생 제동 시스템은 차량이 감속할 때 발생하는 운동 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해 배터리에 저장하는 기능이지만 이로 인해 브레이크 활용 시 이질감을 토로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때론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피로감이 누적된다는 이들도 존재할 정도다.
◆ 내연차량과 친환경 차량 사이의 과도기 메울 존재
기존 내연 차량에 비해 유지 비용이 많이 드는 것도 불만을 키우는 요소다. 하이브리드의 핵심이라 할 고전압 배터리 교체 비용은 기본적으로 수백만 원대에 달한다. 그나마 보증 기간 중에는 부담으로부터 자유롭지만 보증 기간이 끝난 후에는 자부담이 요구되는 만큼 그를 우려해 차량을 처리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AS도 문제다. 전문 장비와 기술이 필요해 일반 정비소에서는 수리를 거부하거나 고가의 비용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잔고장이 발생해도 정비소 가기가 꺼려진다는 소유주들도 심심찮게 발견된다.
그럼에도 하이브리를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나 환경 친화적인 차량이기 때문이다. 갈수록 환경을 생각하는 이들이 늘면서 약간의 손해를 감수하고서도 환경 보호에 앞장선다는 명분이 있어 가능한 선택이다.
탄소중립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자세일 테지만 그것이 실제 환경 보호를 담보하는 일인지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는 이들 역시 존재한다. 그들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하이브리드의 상징인 배터리 제조 시 발생하는 환경 문제, 즉 배터리 제조 시 희토류와 리튬 채굴 과정에서의 탄소 배출과 생태계 파괴 문제가 따르고, 사용 이후 배터리 폐기 및 처리 문제 역시 명확한 시스템 없이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일부 모델은 실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제조사 발표보다 많다는 실험 결과도 발표된 바 있어 하이브리드 차량이 무조건적인 친환경 차량의 범주에 속한다는 것에 의문을 표하기도 한다.
아직 하이브리드는 완전히 우리의 삶에 녹아들지 못한 상태다. 언급되는 불만 중 개선의 여지가 필요한 부분도 있고 다듬어야 할 요소들도 분명히 있다. 그럼에도 기존의 내연차량과는 비교할 수 없는 장점을 지닌 것만은 분명하다.
환경도 지키고 연비도 잡는다는 하이브리드의 구호는 허상이 아닌 실체에 가깝다. 높아진 대중의 기대치에 다소 미달할 뿐이다. 내연 차량의 후퇴, 전기차, 수소차로 대변되는 친환경차의 등장 사이에 움푹 파인 간극을 메우는 하이브리드는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를 지님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