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거, 태양광 패널 설치하기 딱 좋은 집이네 그려

  • 등록 2024.10.10 13:02:01
크게보기

[산업경제뉴스 민경종 기자] 이제는 관광객들의 웃음소리만이 가득한 공간이 되었다지만 이곳은 권력의 중심, 은밀함의 상징과도 같은 공간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에게 내어주면서 누구나 손쉽게 드나들 수 있게 되었다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공간이 지녔던 의미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닐 터.


지방에 사는 친구 몇몇이 서울 방문을 기념해 청와대로 향하면서 덩달아 함께 가게 된 길이었다. 한사코 손사래를 쳤지만 이미 예약자 명단에 기자의 이름을 올려놓았으니 차제에 동행하자는 권유를 끝내 뿌리치지 못한 탓이었다. 아예 호기심이 없었달 수도 없는 일이었다.


정치부 기자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딱히 청와대를 출입할 만한 업무도 해본 적이 없어 말로만 듣던 공간이었다. 한국 근현대사의 흥망성쇠가 오롯이 녹아있는 공간을 거니는 일은 뭐랄까. 미묘. 그게 아니라면 감회, 그것도 아니라면... 모르겠다. 분명한 건 시선에 들어오는 이들처럼 마냥 웃고 다닐 수만은 없었단 거였다. 


단순히 시신경에 입력된 정보만을 분석한다면 생각보다는 훨씬 소박한 느낌이라는 것이 처음 든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건 순식간에 휘발될 그런 것이었다. 그보다는 오랜 세월, 덧대진 비밀의 더께에 짓눌려 의도치 않게 사색하는 인간이 되었다는 게 더 정확했다.


채 정돈되지 않은, 공통점이라고는 없는 잡다한 생각들이 떠올랐다 사그라들었다. 햇살이 좋은 날이었다. 전형적인 가을의 하늘이었지만 햇살만큼은 조금은 따가운 그런 날. 그러다 떠오른 생각이었다.


‘이 많은 햇살을 이렇게 흘려버려도 되는 걸까?’

‘이 많은 건물들과 이 넓은 공터 아닌 공터에 태양광 패널을 다 깔아놓으면 어떨까?’

‘그것만으로도 꽤 많은 전기를 만들 수도 있지 않나.’


몹쓸 놈의 직업병이 발동되었다. 최근 들어 에너지와 관련된 기사를 이리저리 생산하다 보니 문득 생각이 그곳으로 뛰쳐나간 거였다. 따지고 보면 안 될 일도 아니었다.


청와대(靑瓦臺)가 어떤 곳인가.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오롯이 담아놓은 그릇 같은 곳 아닌가. 이 나라를 부흥시키기 위해 머리를 싸매던 이들이 모이던 곳, 때론 갈등하고 때론 협력하며 대한민국이 갈 길을 그려내던 곳이 청와대였다.


대통령이 이 공간을 국민들에게 내준 것도 따지고 보면 그런 역사를 마음에 새겨보란 것일지도 모른다. 바람직한 생각이다. 한편으론 아쉽기도 하다. 비밀의 공간을 둘러보는 기쁨을 누리는 것도 좋지만 결국 그는 과거의 역사를 맛보는 일에 불과하지 않은가.


현재를 사는 우리들에게 보여줄 것이 그것뿐일까. 미래를 준비하는 정부의 의지가 녹아있다면 그게 더 나은 것 아닐까. 그래서 떠올린 게 태양광 발전이었다. 


생각해보라. 가장 상징적인 공간인 청와대 여기저기에 깔린 태양광 패널을 보는 국민들의 마음이 어떨지. 전국 각처에 구축하고자 하는 태양광 발전 시설을 두고 지역의 반대가 요란한 지금이다. 이유가 뭐였건 그런 반대가 우리가 지향하는 탄소중립을 더디게 만드는 일임은 분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가 먼저 나서 이를 받아들인다면 여론 전환에 큰 힘이 될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을 해본다. 안다. 현실성이라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발상이란 걸. 그럼에도 굳이 이런 잡설을 늘어놓는 건 그만큼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은 탓이다.


지구가 달궈지고 있다. 그에 따른 이상 기후는 일상의 한 조각으로 받아들여질 정도로 시시각각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는 지금이다. 기후 대응은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업의 가장 앞자락에 놓인 사안이다. 그게 사실이라면 청와대가 먼저 나서야 하지 않을까.


푸른 기와가 권력의 상징이던 시대는 이미 사라졌다. 그보단 태양광 패널이 청와대 지붕을 장식하는 것이 낫지 않나. 푸른 태양광 패널이 반짝이는 집, 우리의 미래를 보여주는 모델하우스로 이보다 더 나은 것은 없을 것이다. 


청와대를 걷는 것은 과거의 영광을 곱씹기 위함이 아닌 미래의 번영을 담보하기 위한 일이다. 아무리 봐도 그런 느낌이다. 몇 번을 생각해봐도 역시 이곳은 ‘태양광 패널 설치하기 딱 좋은 집’이지 싶다. 



민경종 기자 mkj7080@biznews.or.kr
Copyright Biznews. All rights reserved.

PC버전으로 보기

회사명 : 주식회사 지식품앗이 | 사업자 등록번호 : 214-88-73852 ㅣ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아04803ㅣ등록일 : 2017.10.26ㅣ발행일 : 2017년 11월 5일 제호 : 산업경제뉴스 ㅣ발행인 : 양학섭ㅣ편집인 : 민경종 주소 : 03443 서울 은평구 증산로17길 43-1, 제이제이한성B/D B1 (신사동) ㅣ 전화번호 : 070-4895-4690 Copyright Biznews.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