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경제뉴스 손영남 기자] LNG(액화천연가스) 이중연료 선박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떠오르고 있다. 갈수록 강화되는 탄소규제에 따라 기존 선박들의 수요가 주춤해지고 있지만 LNG 이중연료 선박은 오히려 발주가 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그 핵심이 바로 LNG 이중연료 엔진이다.
LNG 이중연료 엔진은 경유와 같은 액체연료와 LNG선 화물창에서 자연 기화된 천연가스를 선택 사용하거나 혼합해 가동할 수 있어 효율성 확보에도 뛰어나고 무엇보다 탄소규제 강화를 피할 수 있어 갈수록 그 중요성이 늘고 있다. 그만큼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되는 분야다. 다행히 한국은 이 분야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있어 늘어나는 수주에 한결 유리한 입장이다.
한국을 바짝 쫓고 있는 중국은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이 분야에서 내구성 테스트 등을 통과하지 못하는 등 설익은 기술력으로 우리를 추월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는 점이 그 증거다. 물론 아직 마음을 놓기는 이르다. 최근 중국이 선박엔진 분야에서의 기술 고도화를 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서는 등 맹렬한 추격전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 올 상반기에만 87척 신규 주문될 정도로 수요 높아
해운 산업의 탈탄소화를 촉진하기 위해 설립된 다분야 산업 연합체 SEA-LNG이 지난 21일 발표한 ‘2025년 상반기 LNG 시장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87척의 LNG 이중연료 선박이 새로 주문될 정도로 수요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는 2024년 같은 기간(53척)보다 크게 증가한 수치다. 현재까지 총 1,369척의 LNG 이중연료 선박이 운항 중이거나 건조 중일 정도로 각광받는 부문이라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2025년 1분기 로테르담의 LNG 벙커링량은 전년 대비 7% 증가했으며, 싱가포르에서는 5개월 기준 18% 증가를 기록했다. 서지중해 및 중국 지역에서도 벙커링 시장이 빠르게 성장 중이며, 상하이에서는 같은 기간 60% 이상 증가했다. 이밖에 MSC, ONE, Capital Maritime, CMA CGM, Evergreen Marine, TMS Group 등의 대형 선사들이 대형 컨테이너선을 중심으로 활발한 주문을 이어가고 있다.
세계 유수의 선사들이 앞다퉈 주문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선박의 배출량에 탄소세를 부과하는 방안이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친환경 선박 발주가 시급해진 이유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높은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SEA-LNG는 평가 모델 POOL.FM을 통해 14,000 TEU 컨테이너선이 태평양 항로를 운행한다는 전제 하에 5년 만에 투자금 회수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반면 암모니아와 메탄올 추진 선박은 15년 동안 손익분기점에 도달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탄소배출 감소 효과, 연료 선택권, 지역 오염 저감, 안전한 작업 환경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높은 투자 수익률까지 보장하는 만큼 수요가 느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바로 이 시장에서 한국이 강점을 보이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 IMO 넷제로 정책 아래 가장 높은 수익률은 LNG 이중연료 엔진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는 이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의 행보는 지극히 희망적이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국내 조선 3사는 이미 다수의 LNG 이중연료 선박을 수주 중이며, 고압/저압 엔진 모두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중국산 브랜드 대비 높은 신뢰도를 지녔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으로 덕분에 수주물량이 빠르게 늘고 있는 형편이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이 LNG 이중연료 엔진 기술을 확보한 때문이다. 선사들이 선박을 구매할 때 안에 들어가는 엔진의 업체를 직접 지정해 중국 업체들이 선박을 만들 때 국내 업체의 엔진을 써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을 정도로 국내 기업들의 관련 기술은 뛰어나다는 평가다.
중국의 저가 수주 공세에 밀려 한때 사업 중단을 고려할 만큼 외면하던 컨테이너선 사업이었지만 친환경성을 무기로 한 이중연료 엔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같은 고부가 가치 선박의 ‘선별 수주’ 정책을 폐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HD현대가 지난해 7월 LNG 이중 연료 엔진 컨테이너선 12척을 약 3조 7000억원에 수주한 것 역시 이런 기류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향후 이중연료 엔진 기술을 적용한 컨테이너선 경쟁에서 한국이 우위를 점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데, 이는 세계 최초로 LNG 이중 연료, 메탄올 이중 연료 추진 엔진을 개발한 국내 기업들의 기술력에 힘입은 것이다.
지금까지만 놓고 보면 기술 격차가 뚜렷하지만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다. 지난해 중국이 ‘조선 산업 친환경 발전 개요(2024-2030)’을 발표하고 암모니아 이중 연료 엔진 기술 등에서 글로벌 선사·선급 인증을 받은 전적을 고려한다면 현재 추세가 계속 이어질 것이란 판단은 섣부른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추월을 허용하지 않으려면 한국은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과 더불어 기술 및 연료 측면에서 다방면의 준비가 필수적이다. 친환경 선박에 대한 인증 절차를 간소화하고 벙커링 인프라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 확대를 꾀해야 한다. 아울러, 바이오 및 합성 LNG 생산 역량을 확보하여 연료 다변화에 대비해야 하며, 이중연료 엔진의 효율성과 배출 저감 기술을 고도화하는 지속적인 연구 개발도 함께 병행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