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경제뉴스 손영남 기자] 태양광 발전은 에너지 전환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로 꼽힌다. 무한에 가까운 에너지라는 장점에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는 청정함까지 지닌 탓에 재생에너지 사업을 원하는 이라면 누구나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좀처럼 세를 불리지 못하는 이유는 그를 설치할 유휴 공간의 부재가 첫손에 꼽힌다.
유휴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국가인 한국이 태양광 발전에 애를 먹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런 단점을 극복할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바로 영농형 태양광 발전이다. 전국에 산재한 논과 밭에서 전기를 생산해내는 영농형 태양광 발전은 현재 우리가 처한 어려움을 대거 감축시킬 묘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단지 에너지 발전의 의미만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급격한 고령화의 직격탄을 맞은 농촌 지역의 활성화에도 크게 일조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관측의 배경에 높은 경제적 가능성이 존재한다. 단순히 농사를 지을 때보다 훨씬 많은 수입을 얻을 수 있어 농촌 경제 활성화를 이룰 수 있음이 여러 실증 사례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이런 가능성에 눈을 돌린 정부와 지자체는 현재 영농형 태양광 확산을 위해 다각도의 정책적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지원하는 법안이 다수 발의된 것이 그 증거다. 신임 환경부 장관으로 취임한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의원 재직 시절이던 2025년 1월 21일 탄소중립시대 농업과 에너지의 상생 모델을 제시하는 ‘영농태양광 발전사업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장본인인 만큼 당 사업이 한층 더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렇듯 식량안보, 에너지 자립의 두 마리 토끼 잡기를 가능하게 하는 영농형 태양광 발전이지만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아직은 미비한 법과 제도다. 거기에 채 완성되지 못한 기술적 과제, 농민들의 불신이 더해져 삼중고 속에 놓여 있는 것이 현실이다.
◆ 태양광 설치로 얻는 이익이 작물 수입 10배 달해
영농형 태양광 발전은 농작물을 키우는 태양광의 잔여분을 활용하는 것에서 착안된 기술이다. 대부분의 농작물은 쏟아져 내리는 햇빛을 오롯이 섭취하지 않는다. 광포화점이 있어 일사량의 30~40%만 성장에 이용하기 때문이다. 영농형 태양광 발전은 여기서 버려지는 나머지 일사량을 태양광 발전에 사용한다는데 착안한 것이다. 농사도 짓고 전기도 생산해낸다는 일석이조의 발상인 셈이다.
이를 통해 얻게 되는 수익은 기존의 그것에 비할 바가 아니다. 지난 3월 산업교육연구소 주최 세미나에서도 이에 대한 경제성을 고찰한 바 있다. 발표에 나선 신동원 한국환경연구원 연구위원은 “농지에 태양광을 설치하면 일부 작물 수확량은 줄지만, 전력 판매 수익이 이를 상회해 농외소득이 증가한다”고 밝힌 것이 그 증거다.
실제로 600평 기준으로 연간 120만 원의 작물 수익에 비해, 태양광 발전 수익은 766만 원에 달한다는 분석도 나왔을 정도로 태양광 발전의 경제적 가치는 높게 평가되고 있다. 이는 실제 사례를 통해서도 입증되고 있다. 보성 옥암리에서는 650평 논에 설치된 99.7KWp 태양광 설비가 작물 수익보다 10배 이상 높은 매전(賣電) 수익을 창출하며, 농가 경제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이는 비단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세계 각국에서도 이를 활용하는 사례가 줄고 잇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2013년부터 ‘솔라 쉐어링(Solar Sharing)’이라는 이름으로 영농형 태양광을 본격 도입해 앞선 행보를 과시 중이다. 2022년 기준 5,351개소 이상 설치되었을 정도로 일상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2015년 프라운호퍼 연구소가 밀, 감자, 셀러리 등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시작한 독일은 영농형 태양광을 생태농업과 결합한 모델로 확산시키며 새로운 모델 구축에 매달리고 있으며 미국 애리조나주는 태양광 모듈의 그림자 효과를 활용해 토양의 수분 증발을 줄이고, 관개에 필요한 물 사용량을 30~40% 절감하는 방식으로 영농형 태양광을 도입하고 있다.
이렇듯 영농형 태양광 발전은 기존 태양광 발전의 단점들을 지우는 해법을 다수 제시하며 새로운 미래를 제시하는 중이지만 생각보다 한국에서의 도입 성과는 시원치 않다. 한국의 현실은 법적 장벽과 기술적 한계, 농민들의 우려로 인해 여전히 갈 길이 멀다.
◆ 논밭 가린 태양광, 쑥쑥 자라기엔 부족한 것 투성이
지난 4월 에너지전환포럼과 기후미디어허브가 공동 주최한 세미나에서 정재학 영남대 교수는 “영농형 태양광은 한국 재생에너지의 미래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전국 66개 시범단지를 전수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작물에서 80% 이상의 생산성이 유지되었고, 일부 작물은 오히려 생산량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것이 기후위기와 농촌 고령화, 두 과제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완벽한 대안이라고까지 일컫지만 현실의 벽을 그를 쉽사리 허용하지 않고 있다. 가장 큰 문제가 법의 한계다. 한국에서는 농지법에 따라 농업진흥지역 내 태양광 설치가 원천적으로 금지된다. 전체 농지의 절반 이상이 해당 지역에 속해 있어, 영농형 태양광의 확산은 법 개정 없이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정 교수는 “농지 내 발전시설을 법으로 제한하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뿐”이라며, “프랑스 등은 토지등가비율(LER)을 활용해 영농형 태양광의 효율성을 제도적으로 인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술적 측면에서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다수 존재한다.
태양광 패널이 작물에 그림자를 드리우며 폭염을 완화하는 ‘그림자 효과’는 긍정적이지만, 발전량과 작물 생산량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관건이다. 수직형 패널 도입 등 기술 고도화가 진행 중이지만, 아직은 실증 단계다. 농작물을 덮은 태양광 패널이 수확량을 떨어뜨릴 거라는 농민들의 불신감 역시 영농형 태양광 발전을 꺼리게 만드는 요인이다.
물론 이는 사실이 아니다. 정재학 영남대 교수는 전국 66개 시범단지를 전수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대부분의 작물에서 80% 이상의 생산성이 유지되었고, 일부는 오히려 증산되었다”고 밝혔다. 그는 “태양광 패널이 작물에 그림자를 드리우며 폭염을 완화하는 ‘그림자 효과’가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이 부분은 지속적인 홍보를 통해 시정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역시나 가장 큰 걸림돌은 사업 확산을 뒷받침해줄 법과 제도의 부재다. 다행히 이를 극복하기 위한 움직임이 도처에서 발견되고 있다. 지난 7월 21일,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의원 햇빛연금과 에너지 자립마을의 핵심인 ‘영농형 태양광 발전사업법’을 대표 발의한 것.
법안은 영농형 태양광 발전사업이 농가소득 증대 농촌경제 활성화 및 재생에너지 생산·보급에 기여할 수 있도록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에게 종합적인 시책과 행·재정적 지원방안을 마련하도록 명시했다. 또한 농업인 등이 영농형 태양광 발전사업을 하려는 경우 30년 이내 기간 동안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 기간을 대폭 확대했다.
또한 농식품부 및 시·도지사는 영농형 태양광 발전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영농형 태양광 발전특구'를 지정할 수 있도록 해 난개발과 경관훼손의 문제를 방지했고, 영농형 태양광 발전사업을 통해 생산된 전기에 대해 생산자의 자가소비 우선 보장 및 공공기관 등의 우선구매, 송·배전설비 연결 지원 및 비용 감면 등 지원 사항도 담았다.
지난 7월 15일, 대한상공회의소는 신산업을 가로막는 규제 54건의 정비를 요구하는 '신산업 규제 합리화 건의서'를 정부에 전달한 바 있다. 건의서에는 영농형 태양광 발전시설 사용 허가 기간을 8년에서 20년 이상으로 늘리고, 지자체별 이격 거리 기준을 일원화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영농형 태양광 발전을 가로막는 장벽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보여준 것이다.
이번에 발의된 법안이 바로 이런 내용들을 혁파하는데 주안점이 맞춰져 있음은 그나마 다행스럽다. 윤준병 의원의 말처럼 영농형 태양광 발전은 일상화된 기후위기로 인한 농촌의 어려움을 극복해 농민·농업·농촌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할 수 있는 대안 중 하나임이 분명하다. 무엇보다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라도 영농형 태양광 발전 지원 및 활성화 대책 마련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한 지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