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적 재활용, 소각과 재활용 사이에서 갈피 못 잡고 ‘비틀’

  • 등록 2025.09.10 12: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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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관점에서 보면 실익 작고 한계 뚜렷해
열적 재활용 적극 활용 해외에 비해 보수적인 입장



[산업경제뉴스 손영남 기자] 수십년 전만 해도 당연시되던 쓰레기 소각을 둘러싼 사회적 반감이 날로 커지고 있다. 탄소 배출을 야기시키는 구조를 용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쓰레기 소각장이 대표적인 혐오시설로 전락한 이유기도 하다. 현 상황만 놓고 보면 틀린 말은 아니지만 소각장 입장에서 보면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말이기도 하다.


현재 국내에서 운용되고 있는 소각장 상당수는 단순 소각에만 매달리고 있지 않다. 이는 대부분의 소각장들이 그 명칭을 자원회수시설로 칭하는 것에서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자원회수시설에서는 폐기물을 소각한 뒤 발생하는 열을 지역난방에 활용하는 등 에너지 회수에 적극 앞장 서고 있다. 


이처럼 폐기물 처리 과정에서 에너지를 회수하는 방식은 ‘열적 재활용(Thermal Recycling)’이라 불리며, 탄소중립 시대에 주목받는 기술 중 하나다. 하지만 이를 진정한 재활용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국내외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환경오염의 한축일까 아니면 자원순환의 또 다른 수단일까. 열적 재활용의 현주소는 애매모호 그 자체다. 


◆ 순환경제의 경계선에 선 열적 재활용

열적 재활용의 위치가 모호해진 건 그로 인해 얻게 되는 득과 실이 양존하는 때문이다. 단순 소각이라고 하기엔 그를 통해 얻게 되는 이익이 적지 않고 반면 소각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유해물질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은 논란의 여지를 남기는 대목이다.


이런 양면성이 열적 재활용을 둘러싼 논란을 심화시키는 배경이다. 어느 측면을 더 중시하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지는 것이 열적 재활용이다. 에너지 회수에 포커스를 맞춘 일부 국가에서는 재활용의 범주에 포함시키기도 하지만 우리는 그에 대해 인색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현재 한국은 열적 재활용을 재활용률에 포함시키는 데 있어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회수 효율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고, 지자체별로 해석이 달라 통계의 신뢰성도 떨어질 만큼 확실한 위치 구축에 실패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열적 재활용은 탄소중립을 위한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지만, 자원순환이라는 본래 목적과는 거리가 있다”고 말하는 것에서 확인되듯 긍정적인 평가를 득하지 못하는 방식인 셈이다.


해외의 입장과는 꽤 다른 상황. 유럽연합(EU)은 ‘R1 공식’을 통해 폐기물 소각 시설의 에너지 회수 효율을 수치화하고, 일정 기준 이상이면 이를 재활용으로 인정한다. 스웨덴, 독일, 덴마크 등은 이 기준을 충족하는 시설을 확대하며, 전체 난방의 상당 부분을 폐기물 열로 충당하고 있다. 일본 역시 ‘GX(그린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에 따라 지역 단위의 열재활용 인프라를 확대하고 있으며, 산업단지에 폐기물 열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탄소배출을 줄이고 있다.




◆ 고효율 회수 시스템 없다면 환경부담 커질 수도

열적 재활용을 대하는 온도는 판단의 주체가 누구인가에 따라 다른 건 맞지만 그것이 탄소중립 시대에 활용가능한 해법 중 하나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폐기물을 매립하는 것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고, 회수된 열은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어 에너지 자원화 측면에서도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폐기물 처리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이에 주목한 정부는 지난 2021년 6월, 순환경제와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핵심 과제로 열분해 기술을 제시한 바 있다. 당시 0.1% 수준에 불과한 폐플라스틱 열분해 처리 비중을 2025년까지 3.6%, 2030년까지 10%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공식적으로 천명한 것이었는데 이에 대한 반론이 적지 않았다. 


오염된 폐플라스틱까지 처리할 수 있는 건 맞지만, 처리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온실가스 배출량도 높아 친환경성 측면에서는 권장할 수 없다는 게 반론의 요지였다. 그 주장이 설득력을 지닐 정도로 이 방식이 가진 한계가 분명한 건 사실이다. 


일단 재활용률을 왜곡할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된다. 열적 재활용을 재활용으로 간주할 경우, 실제 자원순환이 이루어지지 않았음에도 재활용률이 높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소각 과정에서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이 배출될 가능성이 있으며, 고효율 회수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시설에서는 오히려 환경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한 자원회수시설 관계자는 이에 대해 “열 회수율이 높지 않으면 오히려 탄소중립에 역행할 수 있다”며 “기술적 투자 없이는 명분만 남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열적 재활용이 탄소중립 시대의 필수 기술로 인정받으려면 고도화된 기술 구비로 단점을 대거 상쇄해야할 필요가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고형연료(SRF) 산업이다. 열적 재활용의 일환으로 주목받는 SRF는 폐비닐이나 폐합성수지를 선별해 제조된 자원으로 주로 발전시설, 제지업체, 지역난방 등에 활용된다. 다만 품질 관리가 어려워 이를 기피하는 경우도 왕왕 발견된다. 





전체적으로 보면 국내의 열적 재활용 산업은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에 대한 부정적인 관점이 반영된 영향이지만 그렇다고 마냥 좌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긍정적인 효과 역시 상당수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를 활성화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 기술적 투자와 함께 부정 이미지 희석 노력해야

열적 재활용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회수 효율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R1 공식 등을 참고해 법제화하고, 전국적으로 통일된 평가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열적 재활용을 재활용률에 포함시킬 경우, 이를 별도의 항목으로 구분해 통계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래야만 자원순환의 실질적인 성과를 왜곡하지 않을 수 있다.


기술적 투자 역시 중요하다. 고효율 열 회수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한 정부의 연구개발(R&D) 지원과 민간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이 병행되어야 한다. 나아가 산업부문 탄소중립 전략과 연계해 폐기물 처리 방식의 에너지 전환을 유도하는 것도 바람직한 방향이다.


열적 재활용은 시민들에게 ‘친환경’이라는 이미지가 부족하다. 단순 소각으로 인식되기 쉬운 만큼, 정책적 홍보와 교육이 병행되어야 한다. 또한 순환경제의 핵심은 ‘재사용과 재활용’에 있는 만큼, 열적 재활용은 보완적 수단으로 자리잡게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으로, 폐기물 처리 방식도 수출 경쟁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열적 재활용의 효율성과 친환경성은 향후 국제 무역에서도 중요한 기준이 될 전망이다. 따라서 국내 기준을 국제 수준에 맞추는 것은 단순한 환경 정책을 넘어, 산업 경쟁력 확보와도 직결된다.


열적 재활용은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다. 그러나 이를 무분별하게 재활용으로 포장하는 것은 자원순환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 기준의 명확화, 기술적 투자, 사회적 수용성 확보를 통해 열적 재활용이 진정한 지속가능성의 일부로 자리잡게 해야 할 것이다. 

손영남 기자 son361@biz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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