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C 확정에 목 타는 기업들 “탄소중립은 선언 아닌 생존”

  • 등록 2025.11.28 12:05:53
크게보기

삼성·현대차·등 대응 나서지만 공급망 압박·기술 격차 여전
글로벌 기업 쉬인, 물류센터서 직접 감축 모델 제시 눈길



[산업경제뉴스 손영남 기자] 정부가 최근 2035년까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확정하면서 산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2018년 대비 최대 61% 감축이라는 수치는 단순한 환경 정책을 넘어 기업들의 생존 전략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특히 산업 부문은 24~31% 감축을 요구받고 있어, 제조업·에너지 집약 산업을 중심으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정부의 의지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비용 부담이 필연적인 기업들로서는 난색을 표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이에 정부는 기업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배출권 추가 할당과 상쇄제도 활용, 5조 원 규모의 ‘산업 GX 플러스’ R&D 지원책을 내놓았지만, 기업들은 여전히 부담을 호소한다. 이러한 정책적 압박 속에서 국내 주요 기업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


◆ 국내 기업들의 대응, 선언에서 실행으로

말을 물가로 끌고 갈 수는 있어도 억지로 물을 마시게는 할 수 없는 법이다. 현재 국내 상황이 딱 그 꼴이다. 정부의 정책이 아무리 탁월해도 실제로 그를 수행하는 중추라 할 기업들이 동참하지 않으면 목표 달성은 요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행히도 기업들의 자세는 지극히 전향적이다. 


삼성전자는 RE100 캠페인에 참여해 2050년까지 전 세계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반도체 등 전력 집약적 산업 특성상 쉽지 않은 과제지만, 글로벌 고객사들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045년 넷제로를 선언하며 전동화 확대와 수소 생태계 구축을 병행하고 있다. 


SK그룹은 국내 최초로 그룹 차원의 Net Zero를 선언하고, 7개 계열사가 RE100에 가입해 재생에너지 전환을 선도하고 있다. LG그룹은 지난해만 539만 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했는데, 이 중 125만 톤은 직접 감축, 414만 톤은 재생에너지 전환을 통해 달성했다.


그럼에도 만족스러운 수치가 아님은 분명하다. 전폭적인 실행에 따르는 부담이 발목을 잡는 때문이다. 한 에너지 정책 전문가의 말처럼 “국내 기업들의 선언은 분명 고무적이지만, 실제 실행 단계에서는 산업별로 속도와 방식이 크게 다르다. 특히 공급망 전반에서 직접 감축을 실현한 사례는 아직 부족하다.”는 것이 그를 증명한다.


참여 의사는 다분하지만 그로 인한 경영상의 애로를 오롯이 감수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국내 탄소배출 상위 1000개 기업 중 70%가 탄소중립 대응이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지만, 91%는 공급망 규제가 경영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 전망한 것이 현 상황을 제대로 보여주는 사례다. 


기술 격차도 문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국내 기업의 탄소중립 대응 실태와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탄소중립 핵심기술 수준은 선진국 대비 76~86% 수준이며 CCUS(탄소포집·저장·활용), 풍력, SMR(소형모듈원전) 분야에서 2.5~5년 정도의 격차가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 연구기관 관계자는 “기술 격차를 줄이지 못하면 기업들의 선언은 공허한 약속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강화되는 글로벌 탄소 규제 피하려면 선제적 대응 필요

이처럼 국내 기업들이 제도적·기술적 한계에 부딪히는 사이, 해외 기업들은 앞선 행보를 선보이며 국내 기업들을 비웃고 있다. 지난 10월, 글로벌 패션 기업 쉬인은 중국에 위치한 웨이롱 자오칭 하이테크 물류 단지가 회계연도 2024년 기준 탄소중립 인증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주목할 부분은 전체 감축량의 약 98%에 달하는 상당부분을 재생에너지 도입과 에너지 효율 향상이라는 '직접 감축' 방식으로 이루었다는 것이다. 이 물류센터는 2024 회계연도 동안 총 3만 2,661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기록했는데, 이 모든 양을 대부분 감축한 것. 


먼저 지붕형 태양광 발전 시설을 직접 구축해 연간 130만kWh를 생산했고, 약 5만 8,952MWh 규모의 재생에너지인증서(REC)를 추가로 구매했다. 고효율 조명 및 공조 설비로 교체하고, HVAC 시스템 운영을 최적화하며 모션 센서를 도입하는 등 에너지 효율 개선 활동을 통해 배출 근원을 차단하는 데 주력했다.


직접 감축으로 상쇄하지 못한 잔여 배출량 587톤에 대해서만 글로벌 인증기관 베라(Verra)로부터 검증된 탄소배출권을 구매해 상쇄했다. 이번 인증 심사는 국제표준에 따라 진행됐으며, 글로벌 검증기관 뷰로베리타스(Bureau Veritas)의 철저한 심의를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누구의 조력 없이 오직 자신들만의 힘으로 이뤄낸 성과다. 한 업계 관계자는 “쉬인의 사례는 공급망 거점에서 직접 감축을 실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며 “국내 기업들도 선언을 넘어 실행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쉬인의 사례가 보여주는 바는 명확하다. 기업들이 스스로의 노력으로 탄소감축에 나서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기업 경쟁력 유지에 절대적인 이득이 된다는 것이다. 이미 EU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본격 시행하며 수출기업에 직접적인 부담을 주고 있는 상황이고 미국과 일본 역시 공급망 차원의 탄소 규제를 강화하고 있어, 한국 기업들이 쉬인의 사례를 본받을 필요가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발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결국 이번 쉬인의 사례는 단순한 한 기업의 성과를 넘어 탄소중립을 추구하는 각국이 본받아야 할 교범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필요한 것이 바로 기술 투자와 공급망 관리다. 상당수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기업들이 정부 지원책을 활용해 기술 격차를 줄이고, 공급망 전반에서 직접 감축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가 향후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손영남 기자 son361@biznews.or.kr
Copyright Biznews. All rights reserved.

PC버전으로 보기

회사명 : 주식회사 지식품앗이 | 사업자 등록번호 : 214-88-73852 ㅣ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아04803ㅣ등록일 : 2017.10.26ㅣ발행일 : 2017년 11월 5일 제호 : 산업경제뉴스 ㅣ발행인 : 양학섭ㅣ편집인 : 민경종 주소 : 03443 서울 은평구 증산로17길 43-1, 제이제이한성B/D B1 (신사동) ㅣ 전화번호 : 070-4895-4690 Copyright Biznews.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