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경제뉴스 손영남 기자] 기후위기는 더 이상 미래의 경고가 아니다. 폭염과 홍수, 산불과 해수면 상승은 이미 전 세계 곳곳에서 일상처럼 반복되고 있다. 세계는 파리협정에서 합의한 1.5℃ 목표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각국의 탄소 감축 정책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COP 회의에선 합의가 지연되고, 일부 국가는 여전히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지 못하고 있다.
IPCC가 2023년 3월 20일 발표한 6차 평가보고서 종합판 역시 잔여 탄소예산이 급격히 줄고 있다고 경고했다. 같은 해 11월 공개된 글로벌 탄소예산 2023 보고서는 CO₂ 배출이 사상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고 지적한다. 어느 하나 희망적인 구석이 발견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학자들은 새로운 기술적 대안을 모색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 선 것이 바로 태양 지구공학(Solar Geoengineering)이다. 태양광을 반사해 지구 온도를 낮추려는 이 기술은 위험하지만 연구하지 않는 것이 더 큰 위험이라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 태양을 가리는 기술, 구원일까 재앙일까
태양 지구공학의 핵심 메커니즘은 비교적 단순하다. 태양 지구공학은 성층권에 에어로졸을 주입하거나 해양 구름을 밝게 만들어 태양 복사를 반사하는 방식으로 지구 온도를 낮추려는 기술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성층권에 황산염 같은 미세 입자를 살포해 태양복사를 산란시키는 성층권 에어로졸 주입 방식과 바다 위에서 소금입자를 분사해 저층 해양 구름의 반사율을 높이는 해양 구름 밝기 조절 방식이 대표적이다.
이의 태동은 우연한 계기에서 비롯되었다. 1991년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 폭발 당시 지구 평균 기온이 약 0.5℃ 낮아진 것을 눈여겨 본 과학자들이 이유를 조사했고, 조사결과 대기 중에 퍼진 황산염 입자가 햇빛 일부를 반사해 지구 온도 상승을 막는 것이 밝혀졌던 것. 그에서 파생된 환경공학의 한 분야가 바로 태양 지구 공학이다.
이 기술은 단기간에 기후를 안정화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지만, 장기적인 영향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그럼에도 관련 실험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렇다할 성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하버드대가 추진하던 SCoPEx(Stratospheric Controlled Perturbation Experiment) 프로젝트는 2021년 스웨덴 키루나 상공에서 시험용 기구 비행을 계획했으나, 사미 원주민단체와 환경단체의 반발로 취소됐다. 이후 논쟁과 검토가 이어진 끝에 하버드는 2024년 프로젝트 종결을 공식화했다. 의욕적인 출발과는 달리 별다른 결과물을 도출해내지 못한 셈이다.
반면 중국은 다중 기후모형 참여 국제 협업인 GeoMIP(Global Climate Model Intercomparison Project)의 대규모 기후 모델링 실험을 통해 태양 지구공학의 효과를 분석하며 자국 모델을 통한 강수·순환 변화의 민감도 분석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투명성과 규제 부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인도 역시 학계와 정부가 연구 관심을 확대하고 있으며, 특히 개발도상국 관점에서 공정성 문제를 강조한다. 태양 지구공학이 특정 지역에 불균형적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앞선 사례에서 발견되듯 이 기술은 단순한 과학적 문제를 넘어 윤리적·정치적 딜레마를 안고 있다. 특정 지역은 냉각 효과를 얻을 수 있지만 다른 지역은 강수 패턴 변화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북반구에서 성층권 에어로졸을 대량 살포할 경우 아시아 몬순 패턴이 바뀌어 수억 명의 식량 생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와 함께 제기되어야 할 의문은 ‘누가 태양을 가릴 권한을 갖는가’라는 질문이다. 글로벌 함의가 동반되지 않는 독단적 실험은 자칫 국제 정치적 갈등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생태계에 미칠 장기적 영향이 아직 충분히 예측되지 않는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할 지점이다.
![태양 지구공학은 1991년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이 폭발했을 당시 대기 중에 퍼진 황산염 입자가 햇빛 일부를 반사해 약 1년 가까이 지구 온도가 상승하지 않았던 것에서 힌트를 얻어 시작된 환경공학의 한 분야다. 사진은 파나투보 화산 폭발 후 분사되는 화산재의 모습. [사진=USGS]](http://www.biznews.or.kr/data/photos/20260102/art_17678516193516_282cea.jpg)
◆ 위험하지만 연구하지 않는 것이 더 큰 위험
이런 논쟁은 실험을 진행하는 빈도가 늘수록 더 빈번하게 발현될 가능성이 높다. 그 중 하나가 ‘종료 쇼크’다. 태양 지구공학이 온난화를 일시적으로 눌러놓은 상태에서 정치·재정적 이유로 급격히 중단되면 누적된 온실가스로 인한 가열이 짧은 기간에 표면화되며 기온과 기후변동성이 급격히 튀어 오를 수 있다는 것. 이러한 위험은 ‘영구적인 기술 의존’이라는 윤리적 질문을 낳는다.
국제 거버넌스의 공백은 더 근본적이다. 태양 지구공학을 명시적으로 규율하는 전지구적 법·조약은 아직 없다. 생물다양성협약은 2010년 10월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COP10에서 기후공학의 생물다양성 영향에 대해 강력한 주의 결정을 채택했지만, 법적 구속력이 완전하다고 보기 어렵다.
유엔환경총회에서도 2019년 이후 관련 논의가 이어졌지만, 포괄적 규범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그 사이 일부 국가는 자국 영공·영해에서의 소규모 시험을 모색하고, 일부 연구기관은 모의 결과를 공개하며 가시성을 높이고 있다.
경제와 산업의 동학도 무시할 수 없다. 성층권 에어로졸 주입의 연간 집행 비용은 전통적 감축·적응 비용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낮다는 추정이 많아 ‘값싼 냉각’의 유혹을 키운다. 일부 기업과 기금은 측정·감시 기술, 분사 플랫폼, 입자 재료 개발에 투자 관심을 보이며 ‘기후서비스 시장’의 새로운 분야를 탐색한다. 반면 환경단체와 시민사회는 이를 ‘면죄부’로 본다. 값싼 단기 냉각이 정치적 책임 회피, 즉 화석연료 감축 지연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적 수용성과 대중 인식 역시 중요한 변수다.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기후재난을 완화할 수 있다면 검토해야 한다는 응답과 자연을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시도는 불가피하게 통제 불가능한 부작용을 낳는다는 응답이 맞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인식의 갈등은 민주적 정당성과 정책의 지속가능성에 직결되므로, 시험과 연구 단계부터 투명한 정보 공개, 지역사회 참여, 피해 예견과 보상 체계 설계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한국의 맥락을 보면, 우리 사회는 이미 ‘기후 기술’과 ‘사회 수용성’의 교차점에서 어려운 경험을 했다.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산지 태양광의 산사태 위험 논란, 해상풍력의 어업권 갈등이 반복되며, 입지·보상·절차의 투명성과 지역사회 참여가 성공의 관건임을 확인했다.
태양 지구공학이 본격 논의될 경우 한국은 두 가지 축에서 역할을 모색해야 한다. 하나는 과학기술 역량을 바탕으로 국제 공동연구와 감시 체계에 기여하고, 측정·검증 표준을 선도하는 일이다. 다른 하나는 윤리와 거버넌스 논의에서 형평성과 책임성 원칙을 제도화하는 것이다.
결국 쟁점은 선택의 구조다. 태양 지구공학은 온난화의 물리적 강제를 덜어 단기간에 재난 빈도와 강도를 낮출 잠재력이 있다. 그러나 그 잠재력은 불확실성과 권력·책임의 문제를 동반한다.
그렇다면 해답은 ‘대체’가 아니라 ‘보완’이어야 한다. 연구는 철저히 공개되고 국제적으로 관리되어야 하고, 감축과 적응은 동시에 더 빨라져야 하며, 피해와 형평성, 종료 리스크를 제도적으로 다룰 거버넌스가 먼저 설계되어야 한다.
태양 지구공학은 위험한 기술이지만, 기후위기의 속도를 고려할 때 연구를 회피하는 것은 더 큰 위험일 수 있다. 탄소 감축과 병행해 ‘플랜 B’를 준비하는 것이 미래 세대를 위한 도덕적 선택이라는 논의가 힘을 얻고 있다. 국제사회는 기술의 가능성과 윤리적 위험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과제를 안고 있으며, 한국 역시 그 논의의 한 축으로 참여해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