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경제뉴스 손영남 기자] 이스라엘이 지난 13일 새벽(현지시간) 이란의 핵시설과 주요 군사 거점을 정밀 타격하면서 중동 지역의 긴장감이 폭발적으로 고조되고 있다. 이란은 즉각적으로 텔아비브, 하이파 등 이스라엘의 주요 도시에 미사일 수백 발과 드론을 동원한 보복 공격을 단행하며 양국 간 갈등은 실질적인 전면전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번 충돌은 미국과 이란 간 핵협상이 결렬된 직후 발생한 것으로, 이스라엘은 ‘핵 위협 제거’를 작전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반면, 이란은 이를 국가 주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로 규정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국제사회는 유엔 안보리 긴급 소집 등 외교적 해결을 모색 중이나, 당분간 긴장 완화는 어려울 전망이다.
일각에서 거론되는 제3차 세계대전의 위협은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희박한 얘기지만 그렇다고 걱정거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언제나 그랬듯 중동에서의 분쟁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유가 급등의 공포가 그것이다. 이미 공포는 현실로 이어지고 있다.
◆ 국제 유가, 80달러 돌파… 어디까지 치솟을까
중동 정세의 악화는 국제 에너지 시장에 즉각적인 충격을 줬다. 브렌트유 가격은 사태 발발 하루 만에 10% 이상 상승하며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섰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단기적으로 90달러 선에 근접했다. 시장에서는 긴장 국면이 장기화될 경우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 이상으로 치솟을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국제 유가의 향후 방향성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상승과 하락 요인을 중심으로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다.
먼저, 유가 상승 요인으로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일시적 봉쇄 가능성을 언급하며 해상 물류의 안보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는 점, OPEC+의 감산 기조가 유지되고 있어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 그리고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산업 수요가 회복되고 있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반대로, 하락 요인으로는 미국을 비롯한 비OPEC 산유국의 증산 가능성, 지정학적 긴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완화될 수 있다는 낙관론, 글로벌 경기 둔화와 정부의 탈탄소 정책 강화 등이 꼽힌다. 특히 미국 셰일 오일의 생산 확대 가능성은 유가 안정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과거의 전례에 비춰보면 일시적인 유가 상승 이후 점차적으로 하락하는 방향으로 이어지겠지만 사태의 확산이라는 끔찍한 결과가 초래된다면 끝없는 유가 상승이라는 비극에 직변할 가능성 또한 얼마든지 존재한다. 이 경우 우리 경제에 밀어닥칠 파장은 일반적인 셈법으로는 계산조차 어려울 것이 분명하다. 사태 확산을 원치 않는 단 하나의 이유다.
◆ 한국 경제, 복합 충격 피할 수 있을까
한국은 전체 원유 수입량의 약 70%, 액화천연가스(LNG)의 30% 이상을 중동 지역에 의존하고 있다. 거의 전적으로 기대고 있다는 표현이 가능할 정도로 중동에 의존하는 상황이고 보면 이 지역에서의 분쟁이 바람직하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이미 몇차례의 오일쇼크에 시달린 경험이 있는 만큼 그에 대한 대비를 게을리하지 않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정부는 현재 6개월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전략 비축유를 확보하고 있으며, 에너지 수입선 다변화 정책도 추진 중이다. 안정적인 대비책을 준비해왔다는 의미지만 그것이 본질적인 해결책이 아닌 것 또한 분명하다. 유가가 장기적으로 고공 행진을 이어갈 경우 국내 경제 전반에 복합적인 압력이 가해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국내 경제에 가해지는 그 압력은 곧 서민들의 삶을 흔드는 요인이 된다. 국제 유가가 10% 오르면 소비자 물가가 0.4% 오른다는 보고에서 보듯 에너지 가격 상승은 전기·가스요금과 물류비용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소비자물가지수를 자극하고 민생물가에 부담을 주게 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한국은행의 추가 기준금리 인하 여력도 제한될 가능성이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산업별로는 항공, 운송, 석유화학 업종이 직접적인 원가 상승 압박을 받을 것이며, 여행·레저 산업은 소비 위축과 안전 우려로 이중의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또한 고유가는 원화 가치 하락 가능성을 높이고, 이에 따라 원자재 수입 단가 상승과 함께 무역수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유가 상승이 불러올 나비효과는 국내 경제 전반에 걸쳐 다양한 부담을 안기는 절대악에 가깝다. 이를 물리치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특히 석유 의존도가 극심한 우리 같은 경우엔 더더욱 시급한 과제다. 이재명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기도 하다.
이번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는 단순한 에너지 가격 문제를 넘어, 세계 경제 질서와 산업 구조, 외교 전략 전반에 걸친 구조적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은 다자 외교 무대에서 중동 안정화와 원유 수급 안정화에 대한 실질적 목소리를 내야 하며, 재생에너지 확대와 고효율 산업 전환, 에너지 수입선 다변화 등 구조적 대응 전략을 서둘러야 한다.
이스라엘이 쏘아올린 미사일로 야기된 이번 '유가 쇼크'는 단기적 위기를 넘어, 한국 경제에 새로운 미래를 설계할 시험대가 되고 있다. 언제나 그랬듯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삼을 것임은 분명하지만 반복되는 시행착오는 이쯤에서 접어야함이 분명하다. 신정부가 보여줄 위기 대응의 방향성과 속도가 무엇일지 자못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