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경제뉴스 손영남 기자] 최근 한국을 덮친 물폭탄은 갖가지 피해를 야기시키며 환경을 더럽히고 있다. 침수된 주택, 떠내려간 비닐하우스, 망가진 축사 등 집중호우가 할퀴고 간 상흔은 너무도 선명하다. 이는 비단 육지에서만 발견되는 일이 아니다. 우리 바다 역시 집중호우에 신음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과 하천을 따라 흘러든 쓰레기들이 해안가를 뒤덮으며, 어업과 생태계, 관광지에 이르기까지 무차별적인 피해를 발생시키고 있는 것. 단순히 보면 미관상의 문제에 불과하달 수도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그렇게 바다를 메운 쓰레기는 결국 해양 생태계는 물론이고 지역 경제에까지 심각한 손상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처럼 집중호우로 밀려온 다량의 쓰레기 사태는 일상적인 것은 아니지만 평상 시의 바다 역시 심각한 쓰레기 문제에 시달리고 있기는 별반 다를 바 없다. 이를 제어하지 못한다면 필연적으로 생태계 파괴와 수산업 피해, 관광지 이미지 훼손, 그리고 인간 건강까지 위협받게 될 수밖에 없다. 더 이상 바다 위를 떠도는 쓰레기를 방치할 수 없는 이유다.
◆ 바다로 유입되는 쓰레기 연간 9만톤 육박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국내 하천을 통해 바다로 유입되는 쓰레기는 연간 약 8만 7000톤에 달한다. 최근 기후변화에 따른 태풍, 집중호우 등 이상기후 현상이 증가하면서 하천을 통한 쓰레기의 해양 유입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는 게 해양수산부의 판단이다.
더 심각한 건 이 중 20%는 플라스틱으로 추정된다는 점이다. 물론 이조차 추정치에 불과하다. 해안에서 수거된 쓰레기의 80% 이상이 플라스틱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유입량은 이보다 훨씬 많을 수 있다는 것이 환경단체의 주장이다.
그밖의 쓰레기 역시 해양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은 분명하다. 이에 해양수산부는 지자체 등과 함께 긴밀히 협력하며 해양쓰레기를 수거‧처리해 왔으며, 해양쓰레기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2023 12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하천쓰레기 해양유입 저감대책’을 마련한 바 있다.
이 대책은 쓰레기의 해양유입 사전 차단 및 기존에 유입된 쓰레기의 체계적인 수거 등 하천쓰레기 관리체제를 확립하여 2027년까지 하천 쓰레기의 해양 유입량을 6.5만 톤 수준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과정에서 절실한 것이 관련 지자체의 적극적인 개입이다. 최근 인천시의 행보는 지자체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할 것이다.
현재 인천시는 해양 쓰레기 문제에 있어 가장 적극적인 대응을 펼치고 있는 도시 중 하나다. 최근 3년간 인천시는 총 1만 6000톤 이상의 해양 쓰레기를 수거했으며, 2025년 7월까지 3669톤을 추가로 수거할 계획임을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도서지역에서는 정화운반선을 운영해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으며, 접근이 어려운 해안가에는 전문 인력을 투입해 정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굴포천에는 부유식 거름망을 설치해 하천을 통해 서해로 흘러가는 쓰레기를 효과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인천시 해양환경과 관계자는 “해양 쓰레기는 단순히 수거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유입 경로를 차단하고 시민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 핵심”이라며 “기술적 대응과 시민 참여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는 8월 22일에는 소래습지생태공원에서 민관 협력 정화활동이 예정되어 있다. 시민 20여 명이 참여해 생태공원 내 쓰레기를 수거하고 서식지를 회복하는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이 행사는 단순한 환경 정화가 아니라, 생태계 복원과 시민 교육을 함께하는 의미 있는 자리로 기획되었다.
◆ 가장 중요한 건 개개인의 인식 변화
삼면이 바다인 나라인만큼 해양 쓰레기 문제는 인천만의 일이 아니다. 전국 각지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이 이루어지고 있다.
김포시는 고촌읍 소하천에 자동화된 제진기를 설치해 하천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쓰레기는 컨베이어벨트를 통해 분류되어 처리되며, 이 시스템은 인력 부담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서울시는 영등포구 신길빗물펌프장을 포함한 8곳에 제진기를 설치해 폭우 시 하천 쓰레기 유입을 차단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도심 하천은 쓰레기 유입의 주요 경로이기 때문에, 기계적 차단 장치가 매우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제주도는 해안선이 긴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드론을 활용한 해양 쓰레기 수거 시범 사업을 진행 중이다. 드론은 접근이 어려운 해안가를 탐색하고, 쓰레기 밀집 지역을 파악해 수거 작업을 효율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제주도는 향후 AI 기반 쓰레기 예측 시스템도 도입할 계획이다.
다양한 지자체의 행보에 화답하듯 정부 역시 해양쓰레기 저감을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2021년 발표한 ‘제1차 해양폐기물 및 해양오염퇴적물 관리 기본계획’을 통해, 해양 플라스틱 폐기물을 2030년까지 60% 감축하고 2050년까지 제로화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하천 유입 차단막 설치, 도서지역 정화운반선 도입, ICT 기반 모니터링 체계 구축 등 다양한 전략이 추진되고 있다. 또한, 어업 활동에서 발생하는 폐어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구 실명제’와 ‘친환경 부표 의무화’ 정책도 병행되고 있다.
하지만 쓰레기의 70% 이상이 홍수기에 집중적으로 유입된다는 점에서, 대응의 지속성과 예산 확보는 여전히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기술적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시민의 실천과 교육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기본적으로 쓰레기 발생의 주체는 국민들인 만큼 이의 저감 역시 국민들이 앞장설 의무가 있다. 개인의 분리배출 실천과 플라스틱 사용 절감이 필요한 이유다. 다행스러운 건 이런 인식이 광범위하게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다.
개인의 인식 못지않게 조직적인 움직임 역시 확대 중이다. 지역 정화 활동에 참여하거나, 반려해변 운동처럼 특정 해변을 책임지고 관리하는 시민 프로그램도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 그 증거다.
바다를 지키는 일은 결국 우리를 지키는 일이다. 민과 관이 관심을 놓지 않고 해양 쓰레기 저감에 앞장서야 하는 단 하나의 이유다. 쓰레기를 줄이는 작은 실천 하나면 푸른 바다, 깨끗한 해변을 오래도록 누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