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쓰레기로 만든 수소, 연료전지 시대 전환점 마련

  • 등록 2025.10.13 14: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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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시대, 버려지는 음식이 에너지로 되살아나는 길



[산업경제뉴스 손영남 기자] 기후위기 대처와 에너지 전환이 국가적 과업으로 떠오르면서 부각된 수소는 원소주기율표를 벗어나 미래 에너지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문제는 이를 생산하는 과정이 적지 않은 비용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수소 경제 발전이 기대치에 못 이르고 있는 이유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음식물 쓰레기나 가축 분변 등을 활용한 에너지 전환이 주목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 음식물쓰레기를 활용한 수소 생산 기술이다. 단순한 에너지 전환 차원을 넘어 자원 재활용까지 더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인해 유력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 자원순환과 탄소중립 모두를 충족시키는 음식물 쓰레기의 변신이 새 시대를 앞당기고 있다.


◆ 음식물 쓰레기에 미생물 합쳐 수소 생성

폐자원을 활용한 에너지 생산은 일석이조의 일일 수밖에 없다. 리사이클링이 세간의 관심을 끈 배경이다. 폐목재나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방식이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음식물쓰레기에 눈을 돌리기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를 활용해 에너지를 만든다는 것이 비상식적이라 생각한 때문이다.


그러나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 역시 현실 구현 가능한 일로 자리잡고 있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음식물쓰레기를 활용한 수소 생산 기술이 실증 단계를 넘어 상용화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하루 수십 톤의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해 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수소차나 수소발전 등에 활용하는 프로젝트가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이 기술은 단순한 폐기물 처리의 차원을 넘어, 지역 기반의 순환형 수소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음식물쓰레기에서 수소를 얻는 과정은 크게 두 단계로 나뉜다. 먼저 음식물쓰레기를 혐기성 소화 방식으로 분해해 바이오가스를 생산한다. 이 바이오가스는 주로 메탄으로 구성되며, 이를 고온 수증기 개질(Steam Methane Reforming) 방식으로 처리하면 수소를 추출할 수 있다. 추출된 수소는 연료전지에 공급되어 전기와 열을 동시에 생산하는 데 활용된다. 이 과정은 기존의 천연가스 기반 수소 생산보다 탄소 배출이 적고, 폐기물 감축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이 대열에 가장 앞서 있는 곳이 현대자동차그룹이다. 수소자동차 시장의 절대적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이 누구보다 앞서 이의 상용화에 도전하고 있는 것. 현대자동차그룹은 음식물쓰레기, 하수슬러지, 가축분뇨 등 유기성 폐기물을 활용한 ‘Waste to Hydrogen(W2H)’ 프로젝트를 국내외에서 적극 추진 중이다. 


지난 4월, 현대차그룹은 인도네시아에서 W2H 모델을 기반으로 한 첫 해외 실증 사업을 공식 발표했다. ‘글로벌 수소 생태계 서밋 2025’에서 인도네시아 정부 및 국영 에너지기업 페르타미나와 함께 서부 자바주 반둥시 인근 사리묵티 매립지를 활용한 수소 생산 및 충전소 구축 계획을 공개했다. 이는 음식물쓰레기 등 유기성 폐기물을 활용해 바이오가스를 생산하고, 이를 수소로 전환하는 기술을 해외에 적용한 첫 사례로, 현대차그룹의 수소 생태계 확장 전략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행보다.


규모는 작지만 지자체의 행보 역시 눈에 띠는 대목이다. 충북 청주에서는 하루 50톤 규모의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해 수소를 생산하는 실증시설이 운영되고 있으며, 이를 수소버스 충전소와 연계하는 지역 순환형 수소 공급망 구축이 진행되고 있다. 대구나 기타 지자체에서도 유사한 실험을 연이어 이어나가는 등 음식물쓰레기의 자원화는 끊이지 않고 있다. 


◆ 모빌리티와 산업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는 수소 연료전지기술

학계의 지속적인 관심 역시 긍정적인 대목이다. 지난해 12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좌은진 박사 연구팀은 바이오 전해전지 기술을 한층 더 발전시킨 ‘제로 갭 구조 셀’을 공식 발표했다. 기존 전지에서 발생하던 전극과 분리막 사이의 틈으로 인한 전력 손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전극과 분리막을 완전히 밀착시키는 구조를 개발했다. 


이 기술을 통해 전자 생산량은 기존보다 1.8배, 수소 생산량은 1.2배 증가하는 성과를 거두었으며, 특히 공정의 대형화 가능성까지 확보해 상용화에 중요한 전기를 마련했다. 해당 기술은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의 공인 인증도 획득했다.




해외에서도 음식물 기반 수소 생산에 대한 관심은 높다. 유럽연합(EU)은 바이오매스 기반 수소 생산을 탄소중립 전략의 핵심으로 보고 있으며, 일본은 음식물쓰레기에서 수소를 생산해 연료전지 차량에 공급하는 실증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음식물쓰레기를 단순히 처리해야 할 폐기물이 아닌, 에너지 자원으로 인식하는 패러다임 전환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모든 기술적 진보에도 불구하고, 음식물쓰레기 기반 수소 생산의 가장 큰 걸림돌은 여전히 ‘경제성’이다. 바이오가스를 개질해 수소를 생산하는 공정은 장비 투자비와 운영비가 높고, 생산된 수소의 단가도 천연가스 기반 그레이 수소에 비해 2~3배 이상 비싸다. 특히 음식물쓰레기의 수분 함량이 높아 전처리 비용이 많이 들고, 바이오가스의 메탄 농도와 불순물 제거 공정도 추가 비용을 유발한다.


또한 수소 저장·운송·충전 인프라가 아직 충분히 갖춰지지 않아, 생산된 수소를 실제 수요처까지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에도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 이 때문에 현재로서는 정부의 보조금, 탄소세 연계 인센티브, 재생에너지 인증제도(REC) 등 정책적 지원 없이는 민간 차원의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기반 수소 비중을 3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수소경제 로드맵’을 발표했다. 음식물쓰레기 기반 수소는 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폐기물 감축과 에너지 생산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전략적 해법이기 때문이다.


매년 500만 톤 이상 발생하는 국내 음식물쓰레기. 그 속에 숨겨진 에너지 가능성을 수소연료전지가 현실로 바꾸고 있다. 기술과 정책, 산업이 맞물릴 때, 음식물쓰레기는 더 이상 ‘폐기물’이 아닌 ‘자원’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자원은, 우리가 꿈꾸는 탄소중립 사회를 향한 길을 밝히는 에너지가 될 수 있다.



손영남 기자 son361@biz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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