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에 가려진 어둠, 폐패널 처리 두고 고심 커져

  • 등록 2025.11.22 15: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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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4만톤 이상의 폐패널 쏟아져 환경 문제 야기 우려
재생 에너지 확대 기조가 불러온 폐패널 처리 문제 직시해야



[산업경제뉴스 손영남 기자] 태양광 발전은 탄소중립 시대의 핵심 에너지원으로 자리 잡았다. 정부와 지자체의 보급 확대 정책에 힘입어 전국 곳곳에 패널이 설치되며 ‘친환경 전환’의 상징이 됐다. 그러나 빛의 이면에는 그림자가 있기 마련이다. 수명이 다한 태양광 폐패널 처리를 둘러싼 고민이 점차 커지고 있다.


◆ 30년된 태양광 폐널 수명 다해 대거 쏟아질 것으로 관측돼

태양광 패널의 평균 수명은 20~30년으로, 2010년대 후반부터 급격히 늘어난 설치 물량이 2030년대에 본격적으로 폐기 시점을 맞게 된다. 한국환경연구원은 2023년 폐패널 발생량이 약 9,600여톤에 불과했지만 2028년에는 1만 6천 톤, 2033년에는 4만 톤 이상으로 급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그에 대한 준비가 이뤄질 최적의 적기가 지금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폐패널 처리를 두고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는 그의 유해성에 있다. 최근 들어 태양광 폐패널이 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일부에서는 패널이 중금속 덩어리라며 토양과 수질을 오염시킬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온다. 


그러나 실제 조사 결과는 이와 다소 차이가 있다. 환경부는 국내에서 보급된 대부분의 패널이 실리콘 기반으로 제작돼 카드뮴이나 크롬 같은 고위험 중금속은 포함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납 역시 전기적 연결을 위한 땜납 형태로 소량만 들어 있으며, 다층 구조로 밀봉돼 있어 외부로 쉽게 유출되지 않는다. 


이는 다른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실시한 토양 조사에서도 패널 주변의 납 농도가 평균 54.2mg/kg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토양오염 우려 기준치인 200mg/kg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는 것. 즉 과학적 수치로 볼 때 현재 단계에서 폐패널로 인한 심각한 오염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만은 없다. 장기간 방치되거나 파손된 패널에서는 다른 양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리와 EVA(에틸렌-비닐 아세테이트) 층이 손상되면 내부의 납 성분이 용출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를 막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수거와 안전한 분리 과정이 필요하다. 


실제로 일부 연구에서는 산성 조건에서 납이 소량 용출될 수 있다는 실험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따라서 폐패널을 단순 매립하거나 방치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토양과 수질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과학적 관리가 요구된다.


문제는 환경적 차원에만 머물지 않는다. 폐패널 처리에는 상당한 비용이 수반되며, 이를 누가 부담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현재는 정부가 제도적 틀을 마련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과 소비자 모두 일정 부분을 분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처리 비용이 태양광 발전 단가에 반영될 경우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합의가 요구된다.


기술적 난제도 크다. 유리와 알루미늄은 비교적 쉽게 회수할 수 있지만, 실리콘을 고순도로 추출하는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다. 국내 연구기관과 일부 기업이 관련 기술을 개발 중이지만,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해외에서는 이미 실리콘 재활용 효율을 높이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 한국이 뒤처질 경우 산업 경쟁력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지역사회 차원에서도 고민은 깊다. 농촌과 산지에 설치된 패널이 대량으로 폐기될 경우 방치된 패널이 미관을 해치고 토지 활용을 제한할 수 있다. 일부 지자체는 자체 수거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지만, 전국적 대응 체계와는 거리가 있다. 환경단체들은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이 지역사회에 새로운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한다.


◆ 단순 매립 및 방치는 토양과 수질에 치명적 해 끼칠 수도

정부는 이러한 우려에 대응하기 위해 2023년부터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 EPR)를 도입했다. 2018년 입법예고를 거쳐 2023년부터 시행된 이 제도는 제조·수입업자에게 재활용 의무를 부과하고 소비자에게는 무상 수거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전까지 대부분 매립에 의존하던 방식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것. 


환경부는 이 제도를 통해 최소 80% 이상의 자원 회수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실은 아직 갈 길이 멀다. 국내 재활용 시장 규모는 미미하고, 민간 투자와 제도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해외 사례를 보면 현재 한국의 대응이 얼마나 뒤처져 있는지 알 수 있다. 유럽연합은 2012년 제정된 ‘WEEE 지침’을 통해 태양광 패널을 전자폐기물 범주에 포함시켰다. 이 지침은 생산자책임제를 기반으로 수거와 재활용을 의무화하며, 현재 유럽에서는 패널의 최대 95%까지 자원 회수가 가능하다는 점이 강조된다. 


일본 역시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태양광 설치가 급격히 늘면서 2030년대 중반에는 연간 50만~80만 톤의 폐패널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환경성은 이를 산업폐기물로 분류해 재활용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며, 후쿠오카현에서는 ‘스마트 회수 시스템’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국제적 흐름은 한국이 더 이상 늦출 수 없음을 보여준다.


태양광은 분명 미래 에너지의 핵심이다. 하지만 그 빛이 오래 지속되려면 그림자까지 관리해야 한다. 폐패널은 단순히 처리해야 할 쓰레기가 아니라, 관리 부실 시 환경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는 동시에 제대로 회수·재활용한다면 새로운 자원순환 산업을 열어줄 잠재적 자산이기도 하다. 


지금의 우려는 단순한 불안이 아니라 향후 수십 년간 우리 사회가 직면할 거대한 과제를 미리 보여주는 경고음이다. 따라서 폐패널 문제는 환경과 산업, 정책과 기술이 교차하는 복합적 도전으로 이해해야 한다. 정부의 제도적 대응과 기업의 기술 투자, 그리고 사회적 인식 전환이 맞물릴 때만이 이 문제는 위기가 아닌 기회로 전환될 수 있다. 



손영남 기자 son361@biz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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