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보다 중요한 돈” 경제 논리에 밀린 2025 Net Zero

  • 등록 2025.12.23 14:5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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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제로 안중에도 없는 미국 정책 변화가 큰 흐름 이끌어
기존 감축 목표 축소도 모자라 달성 시점 뒤로 미루기 일쑤



[산업경제뉴스 손영남 기자] 2025년은 세계 기업들이 기후변화 대응의 핵심 목표인 넷 제로(Net Zero)에서 한 발 물러선 해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소매업체와 은행, 자동차 제조사, 지방정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탄소중립 약속이 축소되거나 지연되는 사례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탄소중립이라는 장기목표보다는 눈앞의 이익에 매몰되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경제적 논리가 앞선 때문인데 문제는 이런 추세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올해 들어 일부 기업들은 기존의 감축 목표를 낮추거나 달성 시점을 뒤로 미루는 결정을 내렸는가 하면 경영진 보너스 제도에서 환경 목표를 제외하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이는 단순한 기업 전략의 변화라기보다 정치·경제 환경의 급격한 변화를 반영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흐름을 이끈 것이 바로 미국의 정책 변화다. 취임 초부터 노골적인 넷제로 혐오를 드러낸 트럼프 정부의 행보가 이런 기류를 조성하는 데 앞장 선 것.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화석연료 산업에 대한 지원이 강화되고 환경 규제가 완화되면서 기업들은 기후 행동보다 단기적 수익과 주주 가치를 우선시하는 경향을 보였다. 


국제적으로도 유엔이 2021년 시작한 넷 제로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기업들조차 목표 달성 의지를 약화시키는 모습이 나타나면서, 기후 행동에 대한 반발이 확산되는 조짐이 감지된다.


◆ 기후 목표보다 정치·경제적 현실을 우선시한 사례 적지 않아

지난 19일 영국 가디언지는 2025년을 기업들이 기후변화 대응의 핵심 목표인 넷 제로(Net Zero)에서 후퇴한 해로 규정하며, 정치·경제적 압력 속에서 기업들이 기후 행동보다 단기적 이익을 우선시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기사에 따르면 미국의 주요 은행들이 넷 제로 금융 동맹에서 탈퇴하고, 에너지 기업들이 국제 표준 기구에서 이탈하는 등 넷 제로 약속을 축소하거나 지연하는 움직임이 여러 산업에서 포착되고 있다.


올해 초 미국의 대형 은행들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넷 제로 은행 동맹(Net Zero Banking Alliance)에서 탈퇴했다. 이는 화석연료 산업에 대한 지원 강화와 규제 완화 신호에 따른 움직임이었다. 금융권이 기후 목표보다 정치·경제적 현실을 우선시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에너지 기업들 역시 국제 표준 기구에서 발을 빼며, 과학 기반 감축 목표 이니셔티브(SBTi)가 요구한 ‘신규 석유·가스 개발 중단’ 조건을 수용하지 못했다. 결국 기후 목표보다 사업 지속성을 선택한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특정 산업에 국한되지 않았다. 가디언은 소매업체와 자동차 제조사, 지방정부까지 넷 제로 목표를 축소하거나 지연하는 사례가 잇따랐다고 전했다. 일부 기업은 기존의 감축 목표를 낮추거나 달성 시점을 뒤로 미루었고, 경영진 보너스 제도에서 환경 목표를 제외하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이는 단기 수익과 주주 가치를 우선시하는 경영 논리가 기후 행동을 압도한 결과였다.


이 같은 상황은 국제 보고서에서도 확인된다. 글로벌 환경 단체 NewClimate Institute가 2025년 9월 23일 발표한 ‘Net Zero Stocktake 2025’ 보고서는 넷 제로가 “정치적 반발 속에서도 확산되고 있지만, 목표의 질적 수준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평가하며 현재의 기류가 생각만큼 긍정적이지 않음을 알리고 있다.  


보고서는 전 세계 GDP의 77%가 여전히 넷 제로 목표에 포함되어 있다고 밝히면서도, 기업들의 상당수가 중간 목표와 구체적 실행 계획을 결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가디언이 지적한 기업들의 후퇴와 맞물려 넷 제로가 단순한 선언에서 실질적 실행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를 보여주기라도 하듯 대다수 컨설팅 기관들은 2025년을 ‘규제의 혼란과 기업 후퇴가 맞물린 해’로 평가한다. 일부 지역은 기후 규제를 강화했지만, 다른 지역은 완화하면서 정책의 불일치가 기업들의 넷 제로 전략을 흔들었다는 것. 국제적으로도 유엔이 2021년 시작한 넷 제로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기업들조차 목표 달성 의지를 약화시키는 모습이 나타나면서, 기후 행동에 대한 반발이 확산되는 조짐이 감지된다.


이 같은 흐름은 한국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전기차 배터리, 철강, 조선 등 글로벌 공급망 핵심 산업을 보유한 한국은 세계 시장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전환 속도 둔화는 배터리 수출 수요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철강과 조선 같은 고탄소 산업은 금융권의 투자 후퇴로 단기적 숨통은 트일 수 있지만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는 예정대로 강화되고 있어 저탄소 기술 투자와 공정 전환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상황을 타파하기 위한 일차적 요소로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꼽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그보다는 근본적인 문제, 즉 정부와 국제기구가 규제와 인센티브를 병행해 기업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2025년의 넷 제로 후퇴는 단순한 ‘포기’가 아니라 경제 논리에 밀려 자발적 약속의 한계가 드러난 사건이다. 한국은 불확실한 국제 환경 속에서도 표준 대응과 데이터 투명성, 전환 투자라는 기본기를 강화해야만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고 기후 위기 대응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


손영남 기자 son361@biz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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