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경제뉴스 손영남 기자] 아시아 지역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최근 큰 폭으로 하락했다. 미국의 기록적 수출 증가와 중국의 수입 구조 변화가 맞물리면서 시장의 수급 균형이 흔들린 것이다. 한국을 위시해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주요국들의 재고 상황은 안정적이지만, 발전·화학·철강 기업들은 단기적 비용 절감 효과와 함께 장기적 조달 전략 변화라는 과제를 동시에 맞닥뜨리게 된 상황이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이번 가격 급락을 단순한 단기 이벤트가 아니라 아시아 LNG 시장의 구조적 전환 신호로 보고 있다.
◆ 안정적 재고 유지하는 한국·일본, 중국은 수입 구조 변화
2026년 1월 현재, 동북아시아 LNG 가격 지표인 JKM(Japan Korea Marker)는 가스 1단위당 가격을 의미하는 MMBtu(Million British Thermal Units)가 9달러 중반을 기록 중이다. 한국·일본·중국에서 거래되는 LNG의 대표적 가격 지표인 JKM의 몇 달 전 가격이 11달러대였던 점을 고려하면 최근 하락세가 뚜렷함을 확인할 수 있다.
에너지 빈국 입장에선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이로 인한 파장을 고려한다면 마냥 즐길 수 있는 것만은 아니다. 이 지표의 하락은 곧바로 각국의 재고와 수급 상황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각국이 처한 상황에 따라 대응책 마련에 나서야 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지금까지는 특별한 이상은 없어보인다. 일본 경제산업성(METI)에 따르면 일본의 발전용 LNG 재고는 1월 초 기준 230만 톤으로 전주보다 줄었지만 여전히 안정적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한국 역시 발전용 재고가 안정세를 이어가고 있다. 가격 하락에 따른 파장이 미미하다는 의미다.
반면 중국은 LNG 수입을 줄이며 재고 부담을 완화하는 모양새다. 중국은 같은 해 LNG 수입을 전년 대비 12% 감소한 6,736만 톤으로 줄이고 있는데 중국 해관총서와 국제 에너지·화학 시장 분석 기관 ICIS는 이를 러시아 파이프라인 가스 공급 확대와 국내 생산 증가, 재생에너지 확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한·중·일은 같은 가격 하락 국면에서도 각기 다른 대응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아시아 LNG 시장의 복합적 양상을 잘 보여주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국가별 차이는 결국 가격 하락을 촉발한 요인들과 맞물려 더욱 두드러진다.
![JKM(Japan Korea Marker)는 S&P Global Platts가 산출하는 LNG 벤치마크 가격으로 실질적인 북동아시아 LNG 가격 지표로 쓰이고 있다. 현재 9달러 중반까지 떨어지며 최근 하락세를 보여주고 있다. [자료=Investing.com]](http://www.biznews.or.kr/data/photos/20260103/art_17684636242423_14cc17.png)
그 핵심 배경에는 중국의 수입 감소와 미국의 공급 확대가 자리하고 있다. 이 두 흐름이 동시에 맞물리며 아시아 지역 LNG 가격 하락을 가속화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은 2025년 한 해 동안 1억 1,100만 톤의 LNG를 수출하며 사상 처음으로 연간 1억 톤을 돌파했다. 이는 주요 수출국인 카타르보다 약 2천만 톤 많고 2024년 대비 2천3백만 톤 증가한 수치다. 평소 대비 큰 폭으로 늘어난 물량을 시장에 공급하면서 가격 하락 압력이 더욱 커졌다는 것이 시장의 분석이다.
미국의 수출 증가에는 신규 액화 플랜트의 가동이 큰 영향을 미쳤다. 글로벌 금융·데이터 제공 기관 LSEG(런던증권거래소 그룹)는 Plaquemines LNG가 2025년에만 1,640만 톤을 수출하며 급격히 성장한 것이 주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신규 플랜트의 가동은 LNG 공급 확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LNG는 천연가스를 영하 160도 이하로 냉각해 액체 상태로 만든 것으로, 부피가 줄어들어 선박으로 대량 운송할 수 있어 국제 거래에 적합하다. 특히 대량 거래가 가능한 특성 때문에 가격 변동은 곧바로 수입국 기업들의 비용에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한국과 일본의 발전·화학·철강 기업들은 이번 가격 하락으로 단기적으로 에너지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구체적으로 발전사들은 전력 생산 단가를 낮출 수 있고, 화학·철강 업계 역시 원가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계약 구조와 스팟 거래 전략을 조정해야 하는 과제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장기 계약은 수년 단위로 안정적으로 물량을 공급받는 방식으로 가격 변동 위험이 적지만 유연성이 떨어지고, 스팟 거래는 필요할 때마다 단기적으로 물량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유연하지만 가격 변동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기업들은 두 방식을 적절히 섞어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
◆ 유럽 시장에도 파급..글로벌 에너지 전환 속 LNG 재편
이러한 전략은 미국의 공급 확대와 시장 지배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미국은 LNG 시장에서 가격 결정력을 강화하며 아시아 기업들의 협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중국의 수입 구조 변화는 아시아 LNG 허브 가격 형성에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러시아와 중동산 LNG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산업계 의사결정에 반영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러시아산 가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경우 서방 제재와 국제 정세에 따라 공급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가격 하락을 단순한 단기 이벤트가 아니라 시장 구조적 변화의 신호로 보고 있다. 아시아 LNG 시장은 공급 과잉과 수입 다변화라는 이중 압력 속에서 기업들의 조달 전략, 장기 계약 구조, 리스크 관리 체계가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이번 흐름은 유럽 시장에도 파급 효과를 미치고 있다. 러시아 가스 의존도를 줄여온 유럽은 미국 공급 확대와 아시아 수요 감소 덕분에 가격 안정세를 누리고 있다. 아울러 각국의 탄소중립 목표와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은 LNG 수요 구조 변화와 맞물려 장기적 시장 판도를 바꾸고 있다.
중국은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며 LNG 의존도를 줄이고 있으며, 한국과 일본은 안정적 공급망 확보를 위해 장기 계약을 확대하는 동시에 수소·재생에너지 투자도 병행하고 있다. 결국 이번 가격 급락은 아시아 에너지 시장이 단순히 가격 변동을 넘어 구조적 전환기에 들어섰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