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통신비 줄이려면 원가 따지지 말아라

2017.10.12 21:21:25

새정부가 국민부담을 줄이기 위해 통신비를 내리려 애쓰고 있다.

필자도 비싼 통신비때문에 와이파이 제대로 안터지는 지하철에서 유튜브 영상이라도 볼 때면 마음을 조아렸던 터라 새정부의 통신비인하 정책을 대 환영하는 심정이다.

하지만, 새정부(국정기획자문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통신사)의 줄다리기를 보며 통신비 인하가 새정부의 의욕만큼 쉽지 않다는 걸 느끼게 된다.

특히, 위원회는 미래부와 통신사들이 우물쭈물하자 통신사에게 통신비 원가를 공개하라고 하는데 원가를 공개하면 통신비 인하가 가능할까? 필자도 참으로 궁금하다. 도대체 내가 한달에 내는 6만원의 정체는 무엇일까? 통신사들은 6만원에서 얼마를 남겨 먹는 걸까?

그러나 한편, 오랫동안 기업에서 회계와 재무를 담당했던 필자로서는 통신비 원가를 어떻게 국민들에게 설명할까라는 걱정이 밀려왔다. 기업에 있을 때 이 문제때문에 골치를 썩였던 경험이 있기때문이다.

■ 제품원가 너무 복잡...기준 정하기도 애매모호

제품의 원가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쓴 비용을 말한다. 그걸 다 더하면 된다. 간단하다.

제품을 만들기 위해 근로자에게 월급을 줬으면 이 비용이 포함된다. 제품을 만들기 위해 원료를 샀으면 이 비용도 포함된다. 그리고 제품을 팔기 위해 영업사원을 고용하고 광고를 했으면 이 비용도 들어 가는게 맞는 것 같다. 이 밖에도 공장을 짓고 기계를 샀으면 이 비용도 포함된다.

그런데 공장 건설비와 기계 값 등 그 큰 금액을 한달 통신비에 한꺼번에 다 집어넣는 건 이상하다. 조금 복잡해 진다.

또, 회사가 쓴 비용을 정리하는 직원이나 필요한 돈을 조달해 온 직원들의 월급, 그러느라고 쓴 이자와 수수료 등 비용은? 사장이나 임원들의 월급은 어떻게 해야 하나? 사장 비서는? 직원들 회식비는? 조금 더 많이 헷갈린다. 회사가 다른 여러 사업을 하고 있으면 이 비용들은 거기에도 사용됐기때문이다.

혹시 창고가 불이나 손해 본 비용은? 다른 제품 개발을 위해 연구하면서 쓴 비용은? 해외 원료를 수입하거나 수출하기 위해 외화로 저금해 놓은 돈이 환율때문에 손해를 봤으면?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렇게 쓰인 비용들이 정말 공정한 시장가격보다 싼지 비싼지를 따져보면?

이런 질문까지 하기 시작하면 밤새도록 토론을 벌여도 모자랄 판이다.

한마디로 제품의 원가라는 게 옳고 그르고 필요하고 필요없고의 문제를 떠나서 그 계산 자체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통신비 줄다리기 과정에서 원가공개 문제가 더 난항을 겪고 있는 듯 하다.

필자도 기업에서 근무하던 시절, 공무원들과 원가를 놓고 다퉈 봤는데 현장사정을 잘 모를 수밖에 없는 공무원들이 기업을 당해 내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결국 교수, 회계사들까지 동원됐는데 그들도 마찬가지였다.

■ 제품원가에 매달리지 말고...이익률과 제조사 담합, 공익성 문제로 접근필요

통신3사의 영업이익률은 6~9%로 우리나라 상장사 평균 5%보다 높다. 그동안 쌓아 놓은 유보금도 회사마다 5~16조원이나 된다. 통신비 인하 여력이 아무래도 조금은 있는 듯하다.   

특히 매출이익 81조, 영업이익 29조, 유보금 186조원이 쌓여있는 삼성전자나, 매년 50~70조원의 순이익을 내는 애플 등 기기 제조사. 

그리고 이런 제조사와 통신사 간에 판매대행을 통해 무언가 서로 이익을 주고 받는 걸 보면 통신비 인하 여력은 아무래도 제법 많을 듯하다.

정부는 복잡하고 어려운 통신비원가 때문에 애쓰지 말고 이익률, 유보금과 판매대행 담합 문제, 그리고 인구수보다 많은 가입자를 갖고 있는 통신의 공공성 측면으로 접근해야 통신비 인하가 쉬워지지 않을까.
문성희 기자 moonsh@biz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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