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경제뉴스 손영남 기자] 2024년 대한민국의 온실가스 잠정배출량은 6억 9,158만 톤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도 잠정치보다 약 1,419만 톤 줄어든 수치로 2% 감소한 것이다.
환경부 소속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는 ‘2024년도 국가 온실가스 잠정배출량’을 산정한 결과, 이같은 내용을 확인했다고 20일 밝혔다. 전년 대비 줄어든 온실가스량이 반가운 대목이지만 아쉬움 역시 존재하는 결과다.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달성하려면 앞으로 약 2억 톤을 추가로 줄여야 하는데 현재와 같은 페이스라면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은 때문이다. 단순 계산으로는 매년 3.6% 이상 감축해야 목표량에 도달할 수 있다.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온실가스 배출에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산업 부문 배출량이 오히려 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수송, 냉매 부분의 정체 현상 역시 꺼림직함을 더하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구조적 전환 없이는 목표 달성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 산업·수송·냉매 부문이 만든 탄소 정체 구간 조속히 벗어나야
이번 발표에서 가장 주목해야할 부분은 단연코 산업 부문이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그의 향방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 조절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발표에 따르면 산업 부문은 전년보다 0.5% 증가한 2억 8,590만 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석유화학 업종에서는 기초유분 생산량이 6.3% 늘어나면서 배출량도 4.4% 증가했다. 정유 업종 역시 석유제품 생산량이 2.4% 증가했고, 이에 따라 배출량은 6.1%나 늘었다. 반면 철강 업종은 조강 생산량이 4.8% 감소하면서 배출량도 소폭 줄었고, 시멘트 업종은 클링커 생산량이 9.3% 줄어들며 배출량도 9.0% 감소했다.
생산량의 증가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이 늘었다는 분석이 가능하지만 그것이 핑계일 수는 없다. 모든 업종에서 에너지 효율 개선이나 온실가스 원단위 개선 효과는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생산량이 늘었다고 해서 배출량이 증가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것은 과거의 관습일 뿐이다.
기대를 모은 수송 부문 역시 불만족스럽기는 매한가지다. 9,746만 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며 전년 대비 0.4% 감소한 수치를 기록했지만 기대치에는 못 미치기 때문이다. 무공해차 보급 둔화가 불러온 결과다. 전기차와 수소차의 신규 보급은 16만 8천대에서 15만 1천대로 감소하며, 무공해차 전환 속도가 둔화되고 있다.
경유차 등록 대수는 9,500천대에서 9,101천대로 줄었지만, 휘발유 차량은 오히려 12,314천대에서 12,420천대로 증가했다. 하이브리드 차량도 1,478천대에서 1,951천대로 32% 가까이 늘었다.
이에 따라 휘발유 소비량은 전년보다 증가했고, 경유 소비량은 감소했지만 전체적인 배출량 감축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이는 내연기관 중심의 수요가 여전히 강하다는 점과 함께, 보급 정책의 지속성과 인프라 확충이 충분하지 않다는 현실을 반영한다.
냉매 부분의 실적도 실망스럽다. 냉매 부문에서는 3500만 톤의 온실가스가 배출되며 전년 대비 4.8% 증가했다. 이는 냉장고, 에어컨 등 냉방기기의 보급 확대에 따라 수소불화탄소(HFCs)의 소비가 누적되면서 발생한 결과다.
HFCs는 이산화탄소보다 수백에서 수만 배 높은 온난화 효과를 지니며, 기기 수명에 따라 수년간 대기 중에 지속적으로 방출된다. 정부는 2024년 7월 단계적 감축 계획을 발표했지만, 기기 내부에 주입된 냉매가 장기간에 걸쳐 배출되는 특성상 단기적인 정책만으로는 실질적인 감축이 어렵다.
그나마 반가운 실적을 기록한 것이 전환 부문이다. 전환 부문은 2억 1,834만 톤의 배출량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5.4% 감소했다. 전체 발전량은 588.0TWh에서 595.6TWh로 1.3% 증가했지만, 석탄 발전량이 184.9TWh에서 167.2TWh로 9.6% 줄어든 반면, 재생에너지는 49.4TWh에서 53.7TWh로 8.6%, 원자력은 180.5TWh에서 188.8TWh로 4.6% 각각 증가했다. 이러한 에너지 믹스의 변화는 발전량이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배출량을 줄이는 데 성공한 사례로, 정책과 기술이 조화를 이룰 때 실질적인 감축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건물 부문의 배출량은 4,359만톤으로, 평균기온의 상승과 난방도일 감소로 도시가스 소비가 2.5% 줄며 전년 대비 2.8% 감소했다. 그러나 건물에너지사용량통계에 따르면 건물 부문에서의 에너지 총사용량은 오히려 전년 대비 3.9% 증가하여, 발전수요 증가에 상당 부문 기여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또한, 건물의 단위 면적당 에너지총사용량도 증가함에 따라, 에너지 수요관리와 효율 제고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는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확정치(2024년도 확정치는 2026년 하반기 공개)보다 1년여 앞서 국가 온실가스 잠정배출량을 추산해 2020년부터 매년 공개하고 있다.
이번 2024년도 잠정배출량은 파리협정에 따른 새로운 기준인 2006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산정지침과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이행점검을 위한 1996 아이피시시(IPCC) 지침을 적용하여 병행 산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