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즘 늪 빠진 전기차.. 400만원 지원으로 승부수 투척

  • 등록 2025.09.01 15: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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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국내 전기차 판매량 2만 5,568대 역대 최고치 기록
충전 인프라 펀드 등 금융지원 3종 패키지도 함께 마련



[산업경제뉴스 손영남 기자] 한동안 정체를 보이던 전기차 시장이 다시금 활력을 찾고 있다. 지난 7월 국내 전기차 판매량이 2만 5,568대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만큼 완연한 회복세를 선보이고 있다. 되살아난 전기차 판매를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지원금 확대라는 승부수를 꺼내들고 전기차 시장의 활성화에 나선다.


정부는 지난달 29일, 2026년 예산안을 확정한 가운데 휘발유·경유차 등 내연기관차를 폐차하고 전기차로 바꾸는 소비자에게 최대 400만 원을 지원하는 ‘전기차 전환지원금’ 제도를 내년부터 본격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른 예산만 2000억원에 달한다. 


당 제도는 기존 전기차 구매보조금 300만 원에 더해, 내연기관차를 폐차하거나 중고로 판매한 뒤 전기차로 전환할 경우 최대 100만 원을 추가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소비자는 최대 400만 원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전기차 메이커들에겐 단비와 같은 희소식이지만 단순히 보조금만 주는 방식으로는 패러다임 자체를 바꿀 수 없을 것이라는 비관론도 여전하다. 


◆ 점진적 보조금 삭감에 흔들린 전기차 판매 회복 계기

이번 예산안에 따르면 전기차로 전환할 때 받게 되는 전환 지원금은 최대 100만원 수준이다. 지난해까지 지원된 전기차 구매보조금 300만원이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총 보조금은 최대 400만원 규모다. 자동차 업계는 이번 정책이 단기적 판매 촉진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냉정하게 보면 보조금의 규모가 획기적으로 늘어났다고 보기는 힘들다. 2021년 최대 700만 원에 달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이번 조치가 전기차 구매 의욕을 크게 끌어올릴 것이라고는 기대하기 힘든 수준이다. 그럼에도 이번 예산 편성이 가지는 의미는 적지 않다.


최고조에 달했던 2021년부터 순차적으로 줄여왔던 보조금을 다시 늘렸다는 것이 그것. 시장의 자율을 통해 전기차 보급률을 높이겠다는 전략이 실패했음을 인정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점진적인 보조금 삭감은 국내 전기차 시장의 위축을 불러온 바 있다. 지난해 한국은 글로벌 주요 시장 가운데 유일하게 전기차 판매가 역성장하는 결과를 맞기도 했다.


이에 더해 지하주차장 화재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전기차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차갑게 돌변했다. 결국 캐즘에까지 이르렀던 전기차 시장이 최근 드라마틱한 반전을 이루고 있다. 저가형 보급 모델 출시와 함께 7월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2만 5,568대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체 신차 판매 중 전기차 비중은 16.7%로, 업계에서는 이를 초기 확산 단계 진입의 신호로 보고 있다.


되살아난 시장의 기류에 보조금 확대라는 호재를 더한다면 올 한해 판매량은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마냥 낙관하기엔 지금까지의 성적이 너무 좋지 않다. 정부는 2030년까지 전기차 450만 대 보급이라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세운 바 있다. 하지만 2025년 8월 기준 누적 보급 대수는 약 85만 대로, 목표 달성률은 18.9%에 불과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내연차량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전기차 가격, 부족한 충전 인프라, 여전한 화재 우려 등이 깔끔하게 해소되지 않은 상태기 때문에 언제든 캐즘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전문가들 상당수가 보조금 확대로 인한 기대 효과는 생각보다 미미할 수도 있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세컨드카 아닌 첫 차로 전기차 선택할 유인 요소 늘려야

자동차 업계는 이번 정책을 환영하면서도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보조금 확대는 내연기관차 보유자가 전기차로 바꾸는 데 분명 도움이 된다”며 “경제적 유인이 강화되면 ‘한번 바꿔볼까’라는 생각을 만들어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기대 이상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간의 통계에서 드러나듯 전기차 구매자는 대부분 내연기관차를 보유한 상태에서 세컨드카로 전기차를 선택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결국 이번의 전환지원금은 전기차를 ‘첫 차’로 사도록 유도하는 개념인데 여전히 소비자 불안이 남아 있어 정부가 기대하는 만큼 빠른 전환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것. 


전기차 가격이 여전히 높고, 충전 인프라 부족과 화재 위험 등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첫 차’로 전기차를 선택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많은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세컨드카로 구매하고 있어, 실질적인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보다 체감 가능한 혜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단순한 금전적 지원을 넘어, 운행 편의성과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고속도로 통행료 할인, 충전요금 인하, 수도권 가변 갓길 우선 허용, 개인 탄소배출권 거래 참여 등 실질적인 혜택이 제시되고 있다.


무엇보다 2030년 450만 대 보급 목표와는 괴리가 큰 상황인 만큼 전기차 시장 확대는 반드시 이뤄내야 할 과제다. 따라서 보조금 상향과 전환지원금 신설은 불가피한 조치가 분명하다. 


아울러 여타의 지원책 역시 병행되어야 한다. 정부가 전환지원금 외에도 충전 인프라 펀드(740억 원), 상용차 구매 융자(737억 원), 전기차 화재 대비 보험(20억 원) 등 무공해차 금융지원 3종 패키지를 함께 마련한 이유다. 정부는 이를 통해 전기차 생태계 전반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번 정책이 단기적 판매 촉진을 넘어, 전기차 보급 구조를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까. 예단하기는 이르다. 정부의 이번 승부수가 시장의 ‘캐즘’을 넘는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는 향후 반년에서 1년간의 시장 반응을 살피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관측된다. 

손영남 기자 son361@biz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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