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 붙잡는 유럽, 정리하는 한국.. 갈라진 선택에 눈길

  • 등록 2025.09.18 13:4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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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석탄 보조금 연장 논란..기후 목표 흔들리는 에너지 정책
한국, 연탄·석탄 보조금 폐지 공식화..폐광지역 전환 사업도 본격화



[산업경제뉴스 손영남 기자] 신재생 에너지 확장이 전세계적 화두로 떠오른 지금이지만 여전히 전세대의 화석연료인 석탄의 위세는 이어지고 있다. 전반적인 흐름은 그의 축소로 향하는 모양새지만 아직 가치는 여전하다. 그에 따라 이어지는 세계 각국의 대처가 민감한 현 상황을 대변하는 중이다.


최근 석탄을 둘러싼 EU와 한국의 정책 방향이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 EU는 석탄 발전소에 대한 보조금 연장을 두고 내부 갈등을 겪고 있는 반면, 한국은 연탄과 석탄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며 탈석탄 정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엇갈린 선택이 가져올 결말이 무엇일지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 갈피 못 잡는 유럽, 석탄 보조금 연장 논란 자초

석탄을 둘러싼 EU의 행보는 한마디로 갈팡질팡 그 자체다. 내부적으로 발생한 이견조차 쉽사리 조율하지 못할 정도로 구성원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EU는 2023년 6월 20일 룩셈부르크에서 열린 에너지장관 회의에서 전력시장 개편안을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핵심 쟁점은 석탄 발전소에 대한 보조금 연장 여부였다.


이산화탄소 배출의 가장 큰 몫을 담당하는 석탄에 대한 보조금 지급은 곧 지구온난화를 방치하겠다는 의미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석탄을 포기하려하지 않는 것은 경제적 실익을 고려한 판단으로 분석된다.  


EU 순환의장국인 스웨덴이 ‘석탄 발전소 보조금 연장’을 허용하자고 제안한 가운데 전력 생산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석탄 발전을 내심 원하는 폴란드와 체코 등 동유럽 국가들이 동참하면서 불협화음이 터져나오고 있다. 독일 등이 반기를 내걸면서 내부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것. 


폴란드와 체코 등 동유럽 국가들은 에너지 안보와 산업 보호를 이유로 보조금 유지를 주장했고, 독일·벨기에·룩셈부르크 등은 “기후 목표에 역행한다”며 강하게 반대했다. 독일 경제장관 로버트 하벡은 “EU의 탄소중립 목표와 양립할 수 없는 정책”이라며 보조금 연장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후에도 회원국 간 이견은 좁혀지지 않았고, 2025년 현재까지도 석탄 보조금 문제는 유럽 내 기후 정책의 불안 요소로 남아 있다.


이에 더해 전력시장 개혁안에 화석연료 발전 기업의 초과 수입원을 거둬들이는 이른바 ‘횡재세’를 부과하는 조처도 포함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석탄 보조금 연장은 전반적인 정책 방향에도 어긋난다는 주장이지만 그조차도 자국의 이익 앞에 고개를 숙이는 형편이다. 결국 EU 내부의 갈등은 단순한 정책 충돌을 넘어, 에너지 위기와 기후위기 대응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잡을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 단계적 폐지 천명하며 넷제로 행보 나선 한국

이와는 대조적으로, 한국은 석탄과 연탄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하며 탈석탄 정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5년 8월 21일 관련 계획을 발표했고, 앞서 8월 13일에는 대통령이 “국내 석탄 산업을 조기에 종료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정책 변화는 지역 경제 구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같은 달 20일 기획재정부는 화순·태백·삼척을 중심으로 한 1조 722억 원 규모의 폐광지역 경제진흥 개발사업에 대해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시켰다.


각 지역은 바이오·청정에너지·의료 클러스터 등으로 산업 구조를 재편할 계획이며, 정부는 이를 통해 지역경제 회복과 에너지 구조 개편을 동시에 이루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2024년 기준으로 무연탄 발전에 대한 보조금은 여전히 1,560억 원 규모로 유지되고 있어, 완전한 탈석탄까지는 제도적 정비와 산업 전환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보조금 폐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에너지 소비 구조 개편과 시민 수용성 확보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한국의 경우, 지역 전환 사업이 단순한 산업 대체를 넘어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과 주민 참여 모델로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약간의 흠결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행보는 뚜렷한 방향성을 지니고 있다. 당연한 움직임이지만 그조차도 국익을 고려한 결정인 것만은 분명하다. 


드러난 것만 놓고 보면 EU와 한국은 석탄이라는 에너지원 앞에서 상반된 선택을 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그 배경이 무엇이냐는 점이다. 유럽은 에너지 위기와 산업 보호를 이유로 석탄을 붙잡고 있고, 한국은 기후 목표를 우선하며 지역경제 회복을 병행하려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석탄은 여전히 많은 국가에서 에너지 안보와 산업 유지의 상징이지만, 동시에 기후위기 대응의 가장 큰 걸림돌이기도 하다. EU와 한국의 상반된 정책은 단순한 선택의 차이를 넘어, 기후 대응의 방향성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속도보다 방향이다. 그리고 그 방향은 국익에 반하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 


손영남 기자 son361@biz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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