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적 재활용 제외 움직임에 화들짝, 시멘트업계 돌파구는 어디?

  • 등록 2025.10.23 16: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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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자원화·순환경제·에너지 혁신으로 해법 모색 나서



[산업경제뉴스 손영남 기자] 정부가 폐기물 소각을 통해 에너지를 회수하는 ‘열적 재활용’을 재활용 실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검토하면서, 그간 이 방식에 크게 의존해온 시멘트 산업계가 돌파구 찾기에 나서고 있다. 탄소자원화 기술을 비롯해 원료 다변화, 에너지 효율화, ESG 경영 강화 등 다양한 대응 전략을 마련하며 새로운 생존 해법을 모색하고 있는 시멘트 산업계의 분주한 발걸음에 시선이 몰리는 지금이다.


◆ 열적 재활용 제외, 시멘트 산업에 구조적 충격

지난 22일, 기후에너지환경부(이하 기후부)는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답변서를 통해 열적 재활용을 재활용률 산정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열적 재활용을 총 재활용률 산정 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업계·전문가·유관기관 등 이해관계자와 폭넓은 논의를 거쳐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라고 밝힌 것. 


또한 기후부는 "작년 12월 공표된 2023년 기준 폐기물 발생·처리 통계부터 물질 재활용과 에너지 회수(열적 재활용)를 구분해 산정하고 공표하고 있다"고 덧붙이며 열적 재활용 제외 방안에 대해 만반의 준비를 가하고 있음을 공표하기도 했다. 이는 유럽연합(EU)과 미국 등 주요국이 물질 재활용만을 재활용으로 인정하는 국제 기준을 반영한 조치로, 국내 재활용 정책의 방향 전환을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이 발표에 가장 놀란 곳은 시멘트 제조업체들이다. 그동안 시멘트 제조업은 열적 재활용의 대표적인 수혜 산업으로 꼽혀왔다. 시멘트의 주원료인 클링커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고온의 소성로에 폐합성수지나 폐타이어 같은 폐기물을 연료로 활용해 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3년 기준, 전체 폐기물 발생량 1억 7,619만 톤 가운데 약 6.2%인 1,092만 톤이 열적 재활용 방식으로 처리됐으며, 폐합성수지의 경우 전체 발생량의 약 30%가 이 방식으로 소각됐다. 시멘트 업체들은 큰 폭의 비용감소를 꾀할 수 있는 구조였지만 이것이 논란거리였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물질에 대한 규제가 일반 소각시설보다 느슨하다는 점이 논란의 한가운데 있었던 탓이다. 예를 들어 소성로의 질소산화물 배출 허용 기준은 270ppm으로, 폐기물 소각시설의 29.75~50ppm보다 5배 이상 높다. 먼지, 염화수소, 암모니아 등 다른 유해물질도 더 많은 배출이 허용되며, 탄화수소 배출량은 업체가 자체 측정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어 관리의 투명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이런 논란에 대해 업체들은 시정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당장 현행 시스템을 뜯어고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관계자들은 단순한 실적 제외보다는 산업 구조 전환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급작스런 변화로 인한 경영난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지만 폐기물 의존도가 높은 산업 구조가 순환경제를 저해하고 있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 탄소자원화 기술,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을 때

열적 재활용을 재활용으로 보지 않는 유럽연합(EU)과 미국 등의 예를 굳이 갖다대지 않더라도 현재 국내의 열적 재활용은 개선이 불가피한 구조인 상황이다. 시멘트 업계 역시 그를 인지하고 있는 상황. 그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온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탄소중립이란 화두는 개별 산업의 특수성에 우선하는 전지구적 과업이며 이에 부합하는 기술 전환에 공을 들여온 것이 사실이다.


그런 결과물이 하나둘씩 공개되고 있다. 충북도는 지난 23일 단양군 성신양회 부지 내에서 ‘시멘트산업 배출 CO₂ 활용 저탄소 연료화 기술개발 실증설비’의 현장 설치가 완료되어 시운전 준비를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당 사업은 지난 2021년 11월부터 2026년 4월까지 55개월간 추진되는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수요관리 핵심기술개발 사업으로, 국비 192억 원을 포함한 총사업비 375억 원이 투입입된 대형 프로젝트다.




이 설비는 하루 20톤 규모의 이산화탄소를 포집·정제해 합성가스로 개질하고, 이를 메탄올로 전환하는 통합공정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특히 시멘트 공정에서 발생하는 고온 폐열을 열원으로 활용해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했으며, 메탄올 전환 효율은 70%, 순도는 99.8% 이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 기술은 향후 철강, 유리, 석유화학 등 이산화탄소 다배출 산업에도 적용 가능성이 높아, 시멘트 산업을 넘어선 파급 효과가 기대된다.


아직 부분적인 성과에 불과하지만 사업 여하에 따라 타 산업장에도 적용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와는 별개로 원료 다변화와 에너지 효율화와 관련된 움직임도 다수 발견된다. 쌍용C&E는 클링커 함량을 줄이고 석회석 미분말 첨가제를 10% 이상 투입하는 방식으로 탄소배출량을 약 6% 줄이는 기술을 상용화했다. 


삼표시멘트는 고로슬래그를 재활용한 제품 ‘블루멘트 ECO SPEED’를 출시해 기존 제품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8%까지 저감하는 성과를 거뒀다. 성신양회는 슬래그 시멘트 3종을 개발하고 자원순환형 생산 시스템을 구축해 산업부 장관 표창을 수상했으며, 한라시멘트는 ESG 경영을 강화하고 순환자원 확대를 선언하며 탄소중립 이행을 선도하고 있다.


이러한 기업들의 기술적 대응은 단순한 환경 규제 준수를 넘어, 지속가능한 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로 한국시멘트협회와 주요 시멘트사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일부 공정에서는 산업부산물의 활용 비중이 전체 원료의 20~30%에 달하고 있다.


전문가은 시멘트 산업의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기술적 대응과 제도적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충북연구원의 이소영 박사는 2024년 한국산학기술학회 발표에서 “시멘트 산업의 탄소중립은 에너지 효율 향상, 원료 전환, CCUS 기술 도입을 통해 달성 가능하다”며, 지역별 산업 특성과 배출 구조를 고려한 맞춤형 전략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또한 산업연구원(KIET)은 2022년 2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국내 시멘트 산업의 탄소중립을 위해 원료 대체, 저탄소 열원 활용, 공정 효율 향상, 이산화탄소 포집·재자원화 기술이 핵심”이라며, 정부의 제도적 지원과 업계의 공동 대응이 필수라고 분석했다.


이번에 공개된 정부의 열적 재활용 제외 방침은 단순한 통계 조정에 그치지 않고, 시멘트 산업 전반의 구조적 전환을 촉진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추진 중인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정책과 맞물리며, 시멘트업계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시멘트업계가 열적 재활용의 시대를 넘어 탄소자원화, 원료 순환, 에너지 전환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그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손영남 기자 son361@biz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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