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태양광 발전 대신 규제를 선택한 일본의 선택은 과연 옳은 것일까. 사진은 전남 사옥도 탄동리 태양광발전소 전경. [사진=신안군]](http://www.biznews.or.kr/data/photos/20251252/art_17667216843057_e0eed5.jpg)
[산업경제뉴스 손영남 기자] 일본이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한다. 환경 훼손과 경관 파괴, 재해 위험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신규 지원을 중단하고 법적 규제를 확대하는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25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운영하는 영자신문 재팬뉴스(The Japan News)는 일본 정부가 메가 솔라 발전소 개발로 인한 환경 훼손과 재해 위험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약 20개의 규제 방안을 담은 패키지를 채택했다고 보도했다.
재생에너지 전환의 중요성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그 못지않게 환경과 경관 보호 역시 지켜야할 과업임을 천명한 셈인데 이번 발표가 분산형·지역사회 중심의 재생에너지 확대 전략을 통해 속도를 높이고 있는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 대규모 발전 대신 환경 부담 적은 차세대 기술, 소규모 설비에 지원 집중
일본 정부의 이번 결정은 탄소중립 목표 달성 과정에서 지켜야 할 숙제가 단순히 재생에너지 발전에만 있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지난 23일, 관계 부처 장관 회의에서 관련 법률 개정, 모니터링 체계 강화, 신규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 지원 폐지 등을 포함한 조치를 채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법적 규제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의 일환으로 의무 환경영향평가 대상 기준을 기존 3만 킬로와트에서 낮추고, 평가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라는 게 보도의 골자다. 이에 따라 정부 인증 기관이 향후 계획된 태양광 발전소가 관련 기술 기준을 사전에 준수하는지 확인하는 제도를 마련할 예정이다.
또한 이번 패키지에는 일본 최대의 습지인 홋카이도의 구시로 습원과 주변 구릉지의 제한 구역을 확대하고, 문화재보호법·경관법 등 관련 법률의 적용을 재검토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환경 보호를 위한 고민이 짙게 드러난 대목이다.
동시에 2027 회계연도부터 일본 정부는 출력 1,000킬로와트 이상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를 ‘피드인 프리미엄 제도’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다. 이 제도는 발전소가 생산한 전기를 시장가격보다 조금 더 높은 가격(프리미엄)을 붙여 판매할 수 있도록 보조하는 방식인데, 앞으로는 대규모 설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대신 환경 부담이 적은 차세대 기술과 소규모 설비에 지원을 집중한다. 예컨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같은 차세대 소재나 주택용 태양광 시스템에는 인센티브를 확대해, 대규모 발전소 대신 분산형·친환경적 발전을 장려하겠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가 대규모 발전소 지원을 줄이고 소규모·차세대 기술에 힘을 싣는 것은 단순한 정책 변화가 아니라 지난 10여 년간의 흐름을 되짚은 결과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전국 곳곳에 메가 솔라 발전소가 잇따라 건설되었고, 2012 회계연도에는 당시 민주당 정권이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전력회사가 재생에너지 생산자가 만든 전기를 시장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매입하는 지원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현재 태양광 발전이 국가 전체 전력 생산의 약 10%를 차지하게 되면서, 정부는 해당 지원 제도를 재검토했고,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라는 본래 역할을 어느 정도 수행했다고 결론지은 결과가 이번 제도 도입 배경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분산형 확대에 공들이는 한국, 일본 행보에 촉각 곤두 세워
이번 일본의 정책 전환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재생에너지 확대 방식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한국의 경우 일본과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는 점에서 비교가 될 수밖에 없다. 한국은 일본과 달리 대규모 억제보다는 분산형 확대에 방점을 찍고 있기 때문이다. ‘햇빛소득마을’ 프로젝트를 통해 2030년까지 2,500개 마을에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해 농촌 소득을 높이고 주민 참여형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밖에도 난방·냉방 분야의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2035년까지 350만 대의 열펌프를 보급할 계획이며, 2038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을 121.9GW로 확대해 현재의 네 배 이상으로 늘리는 목표도 세우는 등 재생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어느 것이 정답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양국의 접근법이 너무도 상이한 것만은 분명하다. 두 방식 모두 뚜렷한 장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프로젝트 억제와 환경·경관 보호를 우선시하는 보수적 접근으로 대변되는 일본의 정책은 재생에너지 확대 속도를 늦출 수 있지만 환경 보존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반면 한국의 전략은 빠른 확대를 가능하게 하지만 지역 수용성과 안정적 관리가 관건이다.
눈여겨 볼 것은 두 나라의 정책 차이가 단순히 국내 에너지 전략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본과 한국 모두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는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기후 대응과 직결된다. 일본의 규제 강화는 환경 보존과 안전을 중시하는 사회적 요구를 반영하지만, 재생에너지 확대 속도가 늦춰질 경우 국제적 감축 목표 달성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반대로 한국은 빠른 확대를 통해 국제사회에서 ‘재생에너지 전환 선도국’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지만, 주민 수용성과 안정적 관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정책 신뢰성이 흔들릴 수 있다.
또한 글로벌 시장 경쟁도 중요한 변수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와 같은 차세대 기술은 일본과 한국 모두가 주목하는 분야로 기술 선점 여부가 향후 에너지 산업 경쟁력에 직결된다.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일본은 대규모 억제를 통해 차세대 기술에 집중하는 전략을 택했고, 한국은 분산형 확대와 병행해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동아시아가 세계 재생에너지 시장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할지 결정짓는 요인이 될 것이다. 일본의 행보를 눈여겨보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