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대해 증권가에서는 결국 EU도 먹고사는 문제 앞에서는 일보후퇴하는 모양새여서, 화석연료의 후퇴는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좀 더 오래 걸릴 듯하며, 향후 에너지 패러다임도 화석연료, 특히 석유보다는 천연가스 중심으로 개편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달 30일 발간된 iM증권 리서치본부 전유진 연구원의 보고서(유럽의 친환경도 결국 먹고사는 문제 앞에서 일보후퇴할 것인가)에 따르면, EU가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위해 미국 LNG 수출업체들이 EU의 메탄 배출량 규정을 보다 쉽게 준수할 수 있도록 규제 완화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유럽이 이를 협상카드로 사용할지 여부는 아직 은 미지수지만 만약 실제로 협상 테이블에 미국산 LNG 메탄 배출 규제 완화가 올라오게 될 경우, 지금까지 여러 차례 화석연료 관련 규제를 강화하면서 친환경 정책을 고수해왔던 유럽마저 결국 먹고 사는 문제앞에서 그 기조가 다소 후퇴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인상적인 행보가 될 듯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앞서 지난 2021년 7월 EU는 ‘Fit for 55’ 정책 패키지의 일환으로 ‘에너지 부문에서의 메탄 배출량 추적 및 감축과 관련된 규정’을 최종 승인한 바 있는데, 해당 규정의 주요 내용은 1)화석연료 기업들에게 석유와 가스, 석탄 등의 메탄 배출 원천별 배출량을 측정하고, 2)배출량과 측정 방식, 향후 메탄 감축 방안 등에 대해 매년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하는 것 등이다.
2025년부터 유럽으로 석유와 가스, 석탄을 수입하는 업체들의 직접 보고 의무화가 시작되었고, 2027년부터는 수입업체 뿐만 아니라 수출업체들 또한 유럽 내 생산자와 동일한 모니터링과 보고, 인증 의무를 이행해야만 화석연료 도입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2030년부터는 유럽으로 수입되는 화석연료의 메탄 집약도가 EU에서 정한 최대치를 넘어서지 않아야 하며, 만약 해당 규제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각 업체들에게는 벌금 등의 페널티가 적용됨을 규정하고 있다.
전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이는 친환경에 그토록 진심이던 유럽마저 생존 앞에서 후퇴하는 모습”이라며 “이로써 에너지 패러다임은 화석연료, 특히 가스 중심으로 개편될 것이며 결국 메탄 배출 관련 규제는 유럽으로 화석연료를 수출하는 기업에게도 적용된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사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은 러시아 천연가스 수입을 축소하면서 미국산 LNG 의존도를 높여 왔다. 이에 2021년 기준 천연가스 총 수입 중 45% 달했던 러시아산은 2024 년 18%로 급감했고, 미국산은 6%에서 18%로 대폭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LNG 기준으로만 보면 미국산 비중은 2024년 48%(2025년 평균 55%)에 달하고 있는데, 미국의 가스전은 여러 곳에 분산되어 있고, 각 가스전에서 생산된 가스가 하나의 LNG 선박에 선적되는 경우가 많아 현실적으로 전체 밸류체인에서의 메탄 배출량 모니터링이 쉽지 않다.
더 큰 문제는 트럼프 취임 이후 석유와 가스 생산, 가공, 수송, 저장 등의 과정에서 배출되는 메탄 규제 규정이 철회됐다는 것인데, 현재 미국은 원유/가스 유정에서 누출되는 메탄이나 파이프라인 및 저장설비에서 발생하는 메탄에 대한 감독의무가 소멸되었다는 사실이라는 것.
2016년 오바마 행정부 때 석유 및 가스 시설의 메탄 발생량 보고 의무화와 누출 관리 강화 등 메탄 배출 관련된 규제를 구체화하기 시작했으나, 2020년 트럼프 행정부 1기 때 이를 폐지했고, 바이든 정부 때 복구시켰으나, 트럼프 2기 들어와서 이를 또 한번 철폐했다는 것.
다시 말하면, 이제 유럽의 최대 LNG 수입국인 미국은 EU의 메탄배출 규정을 충족시키기 어렵다는 의미라는 것이 전 연구원의 판단이다.
사실, 지난 3년간 유럽은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을 많이 줄였지만, PNG 수입을 중단했을 뿐 LNG는 여전히 유입되고 있어 2025년 3월 기준 LNG 수입량의 약 13%는 러시아산이었으며,
유럽은 러시아 의존도를 더 줄이기 위해 2027년까지 러시아산 가스 구매를 중단하고 그 대안으로 미국산 LNG 수입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나, 현재 EU 내에서 실행하고 있는 메탄 배출 규제 하에서는 미국산 LNG 유입이 추가로 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설명이다.
게다가 전력비도 2021~2022년 피크 대비로는 상당히 안정화되었으나 그 이전 대비로는 영국과 프랑스는 +125% 내외, 독일은 +170% 더 높은 만큼 신재생에너지 의존도를 무작정 더 올리기도, 천연가스 가격 상승을 더 이상 용인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최근 EU가 고민하고 있는 미국 LNG 수입분에 대한 메탄배출 규제 예외 적용은 단순히 관세 협상카드로만 활용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는 유럽 에너지 공급의 불안정과 그로 인해 파생되는 전력비 부담, 제조업 경쟁력 약화 등의 결과를 종합 고려했을 때 필요한 부분이라는 것.
따라서 유럽은 결국 미국산 LNG 에 대해서는 규제를 완화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 전 연구원의 판단이다.
결론적으로 전 연구원은 친환경에 늘 진심이었던 유럽마저 결국 먹고사는 문제 앞에서 일보후퇴하는 만큼 화석연료의 후퇴는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좀 더 오래 걸릴 듯하며 향후 에너지 패러다임은 화석연료, 특히 석유보다는 천연가스 중심으로 개편될 것이라는 의견을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