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31 (목)

  • 구름많음동두천 31.2℃
  • 구름많음강릉 30.1℃
  • 구름많음서울 33.4℃
  • 구름조금대전 33.1℃
  • 구름조금대구 31.8℃
  • 구름조금울산 31.3℃
  • 구름조금광주 31.5℃
  • 맑음부산 31.8℃
  • 맑음고창 33.2℃
  • 구름많음제주 30.4℃
  • 구름많음강화 30.5℃
  • 맑음보은 30.3℃
  • 맑음금산 31.1℃
  • 맑음강진군 31.7℃
  • 구름조금경주시 32.5℃
  • 맑음거제 29.8℃
기상청 제공

[데스크 칼럼] 탄소종량제 봉투 가격은 얼마나 될까

[산업경제뉴스 손영남 기자] 이런 걸 정의구현이라고 하는 걸까. 자신의 이익을 위해 무분별하게 온실가스를 배출하던 선진국들의 행태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지난 7월 23일, 국제사법재판소가 역사에 남을 권고적 의견을 발표했다. 선진국들이 온실가스 감축 등 국제 조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기후위기로 피해를 본 국가에 배상할 수 있다는 법적 권고 의견을 발표한 것. 이는 기후변화와 국가 책임 간의 관계를 명확히 해석한 첫 국제법상 판단이다.


법적 구속력은 없는 권고성 의견일 뿐이지만 그럼에도 이번 판단이 가지는 상징적 의미는 실로 지대한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 벙어리 냉가슴만 앓아온 국가들, 즉 기후변화로 피해를 입은 국가가 온실가스를 대량 배출한 선진국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한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현실적으로 이뤄지기 힘들다며 애써 그 의미를 축소시키는 모양이지만 일단 첫걸음을 뗐다는 점에서 본다면 앞으로 그로 인한 파장은 점차 확대될 것이 분명하다. 재판소의 분명한 어조를 고려해본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여러 발표를 종합해보면 현재 전 세계적으로 제기된 기후 관련 소송의 수가 3천여건에 달한다. 이전까지만 해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었지만 이후의 양상은 전혀 달라질 수도 있다. 이번 판결이 향후 기후피해 배상 소송의 지렛대가 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피고에 해당하는 선진국들의 표정이 일그러진 건 당연하다. 아무리 구속력이 없다고는 해도 국제사법재판소가 기후협약에서 정한 엄격한 의무를 위반하면 국제법 위반이 된다고까지 말했으니 이전처럼 유유자적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자국 관할 기업의 배출 책임까지 언급하며 민관 모두의 이행 책임을 강조했을 만큼 재판부의 입장은 강경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피해국에 대한 배상이 이뤄진다면 어느 선까지 책임질 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전문가들은 피해국의 인프라 복구, 생태계 회복 등 실질적인 복원 조치까지 포함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역시 장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지금까지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는 오랫동안 '자연재해'로 분류되며 책임을 묻지 말아야 한다는 기류가 은연중 깔려있던 것이 사실이다. 오염의 주범이었던 선진국들이 이리저리 책임을 회피하게 만든 배경이 바로 그것이었다.


어쩌면 이런 회피는 앞으로도 이어질 지도 모른다. 앞서도 말했지만 이번 판결은 법적 강제력이 없다. 게다가 피해와 책임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일은 매우 까다롭다. 배상 기준 역시 국가와 상황마다 달라, 통일된 틀을 정립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배상을 요구한다고 한들 선진국들이 자발적으로 나설 확률은 희박하다. 스스로의 책임을 인정하는 건 곧 막대한 경제적 부담을 각오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알면서도 외면해온 것 아니든가. 그래도 괜찮은 걸까. 환경 분야에서 오염자부담원칙은 가장 기본이 되는 일이다. 그런 원칙까지 무시하면서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정녕 올바른 일일까.


일반 국민들도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 종량제봉투를 돈 주고 사는 세상이다. 기업들 역시 자신들이 만든 폐기물 처리에 막대한 비용을 들이고 있다. 그런데 왜 국가만은 예외적인 존재로 치부하는 건지 모를 일이다. 법이 없어서 그랬다는 말은 비겁한 변명일 뿐이다. 


이번 국제사법재판소의 판단은 단순한 법적 판결이 아닌 도덕적 경종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기후 위기 대응은 선택이 아닌 의무이며, 이를 지켜야 할 대상은 개인과 사회, 그리고 국가 모두가 지닌 일이기 때문이다. 법이 뭐라고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를 외면하는 것은 가능할지 모르지만 스스로의 양심까지 버려가면서 해야 할 일은 아니다. 적어도 도덕의 의미를 안다면 더더욱 그렇다.


대한민국은 OECD 기준 온실가스 배출량 5위, 누적 배출량 세계 15위를 기록하는 그런 나라다. 산업화의 과실을 누려온 만큼, 그 대가도 감당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게 얼마가 됐건 주저해선 안 된다. 결국 탄소종량제 봉투의 가격은 우리가 미래 세대에게 남길 지구의 가격이기 때문이다.


Research & Review

더보기


환경 · ESG

더보기


PeopleㆍCompany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