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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선이 코앞인데” 제동 걸린 기후에너지부 신설 어쩌나

국정기획위 보고대회에서 빠진 기후에너지부, 그 배경과 향후 전망



[산업경제뉴스 손영남 기자] 탄소중립을 선도할 것으로 기대되던 기후에너지부가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헤매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사령탑으로 기대를 모았던 기후에너지부 신설은 이재명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걸 만큼 공을 들이던 사안이었다. 그런 만큼 기후에너지부 신설은 시간 문제일 뿐이란 게 정론이었다.


그러나 구체화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이 작업이 지체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기존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투톱 체제가 그대로 유지되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올 정도다. 지난 8월 13일,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가 청와대 영빈관에서 개최한 대국민 보고대회에서 해당 조직 개편안이 발표되지 않자 그런 관측이 더 힘을 얻고 있는 형편이다. 

향후 5년 간의 국정 운영 계획을 밝히는 자리에서조차 기후에너지부와 관한 언급이 사라지면서 이젠 기후에너지부 출범 자체가 무산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섣부른 예단은 금물이지만 그로 인한 파장은 적지 않다. 기후에너지부 출범에 따른 관련 산업 활성화를 바랐던 산업계와 환경계 모두 혼란을 겪고 있으며, 더불어 기후위기 대응의 정책적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 컨트롤타워 부재로 에너지 정책 흔들릴 가능성 농후
13일 발표된 대국민 보고대회에 몰리는 시선은 극히 뜨거운 것이었다. 이재명 정부의 실질적인수위라 할 국정기획위원회가 향후 5년 간의 로드맵을 공식화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현 정부가 어떤 방향을 지향할 지를 보여주는 자리니만큼 정치, 경제, 사회 등 전반적인 분야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공개될 것이라 판단한 때문이다. 

발표 직후 다양한 반응들이 쏟아졌지만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모양새인 것만은 분명하다. 특히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의 에너지 관련 부서를 모은 기후에너지부 신설이 발표될 것이라 믿은 이들에게는 그 충격이 더했다. 국정기획위원회는 이날 5대 국정목표와 23대 추진전략, 123개 국정과제를 발표했지만, 정부 조직 개편안은 아예 포함되지 않은 관계로 기후에너지부 신설에 관한 내용 자체가 언급되지 않은 탓이다. 



물론 그것이 기후에너지부 신설 자체를 포기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조직 개편은 후속 발표로 미뤄진 것이라는 정부 관계자들의 발언처럼 이를 둘러싼 의견 조율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시간이 요구되는 일이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의 에너지 관련 기능을 통합하는 문제는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사안이다. 산업계는 에너지 정책이 산업·통상과 분리될 경우 국가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고, 환경계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정책 일관성을 강조하고 있어 양자 간의 타협점을 찾아야 하는 복잡한 일이기에 단기간의 작업으로 결과물을 내어놓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정부는 현재 조직 개편안을 두고 열띤 토론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략적인 방향은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 번째는 산업부의 에너지실과 환경부의 기후탄소실을 분리해 새로운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하는 방안이다. 이 경우 독립적인 컨트롤타워가 형성되어 정책의 일관성과 집중력이 높아질 수 있지만, 산업계의 반발이 크다.

두 번째는 환경부가 산업부의 에너지 기능을 흡수해 ‘기후환경에너지부’로 확대 개편하는 방식이다. 부처 신설 없이 통합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규제 중심의 환경부가 산업 진흥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있다.

세 번째는 산업부가 환경부의 기후 기능까지 흡수해 ‘기후에너지산업통상부’로 통합하는 방식이다. 산업 중심의 통합으로 실행 가능성은 높지만, 기후위기 대응의 우선순위가 낮아질 수 있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현재로서는 어느 방안이 더 유력한 지를 점쳐보는 수준이지만 결론이 도출되기까지는 적지않은 진통이 요구될 것만은 분명하다. 각각의 방안이 지니는 장점들이 명확해 어느 하나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 시간이 마냥 길어져서는 안 된다. 한시가 급한 것이 지금의 상황이기 때문이다.

◆ 전담부처 신설을 둘러싼 정책 혼선 정리 시급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는 가운데 분명한 한 가지는 에너지 정책이 국가 경제의 핵심 축이라는 점이다. 바로 이 때문에 기후에너지부 신설에 시간이 소요되는 것이다. 섣부른 결정이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이유다. 산업계와 환경 단체, 정부의 입장이 다른 것 역시 저마다의 관점이 다른 때문이다. 이를 조율하는 것이 평탄할 리 없다.

먼저 산업계는 에너지 기능이 환경부로 이관될 경우, 가격 안정성과 수급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최근 한미 관세 협상에서 에너지 분야가 통상 협상 카드로 활용된 사례는 산업·통상·에너지의 유기적 연계 필요성을 보여준다.

반면 환경단체들은 산업부 중심의 에너지 정책이 온실가스 감축과 재생에너지 확대에 소극적이었다고 비판하며, 기후위기 대응을 최우선으로 삼는 부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녹색연합은 “기후 정책을 정부 운영의 중심에 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불협화음을 순치해야 하는 것이 정부다. 지난 12일, 국회입법조사처가 '기후·에너지 관련 정부 조직 개편의 쟁점과 과제' 보고서를 통해 기후 부문과 에너지 부문을 합쳐야 할 필요성을 강조한 배경이 바로 이것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세 가지 개편안을 제시했다. 기후에너지부 신설, 환경부 확대 개편, 산업·통상 기능까지 포함한 통합 부처 등이다. 보고서는 “기후위기 대응을 정책의 목적함수로, 에너지를 제약조건으로 인식해 통합적이고 균형 있는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에너지라는 제약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기후 정책은 실효성이 없으며, 반대로 기후위기 대응을 외면한 에너지 정책도 정책 실패라는 것이다.

◆ 기후위기 시대, 조직 개편은 선택이 아닌 필수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인 만큼 신중을 기하는 것이 나쁘달 수는 없다. 그럼에도 조속한 해법을 바라는 이유는 컨트롤타워의 부재로 인한 혼돈상이 몰고올 파장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들 수 있는 사례가 올해 초 환경부가 민간 석탄발전소의 온실가스 배출량 누락 사실을 발표하며 빚어진 산업통상자원부와의 협업 부재다. 이 사건은 기후 대응과 에너지 관리가 분리되어 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정책 공백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또한 올해 하반기 중 제출해야 할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설정을 앞두고, 에너지 정책의 방향성이 불분명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기후에너지 정책을 추진할 부처가 불분명해지면서 에너지 부문이 아노미 상태가 될 우려가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는 해외의 사례만 봐도 알 일이다. 아직 갈피를 못 잡고 있는 우리와 달리 해외에는 기후와 에너지 정책을 통합한 부처 운영 사례가 이미 존재한다. 영국은 2008년 ‘에너지·기후변화부(DECC)’를 신설해 재생에너지 확대와 탄소중립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했고, 2024년에는 마지막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성공했다.

반면 독일은 기후보호 기능을 통합했던 ‘연방경제기후부(BMWK)’가 정책 혼선과 경제 둔화로 인해 2021년 이전 체제로 회귀하면서 통합의 어려움을 보여주기도 했다. 통합 부처의 운영은 정책 일관성과 실행력을 높일 수 있지만, 이해관계 조율이 실패할 경우 오히려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기후에너지부의 신설은 단순한 행정 개편을 넘어, 대한민국의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 전략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중대한 선택이다. 정부는 산업계와 환경계의 우려를 균형 있게 반영하며, 실효성 있는 조직 개편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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