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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률 60%의 착시.. 준비 없는 직매립 금지, 쓰레기 대란 부른다

환경부 “재활용률 59.1%” 발표했지만 실제 고품질 재활용은 13% 내외
국회입법조사처 “재활용 기준 전환 시급”.. 현행 통계 ‘그린워싱’ 초래



[산업경제뉴스 손영남 기자] “재활용률 60%? 실제로는 10%대에 불과합니다.”


2026년 1월 1일 시행을 앞둔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제도를 두고 정부의 낙관적인 전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자신 있게 수치를 내세우지만 공공 인프라 확충은 전무하고 민간 의존만 늘어나면서 ‘쓰레기 대란’ 우려가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현재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역에서 하루 발생하는 생활폐기물은 약 4만 톤에 달한다. 직매립이 금지되는 시점에서 이를 처리할 방법은 소각 뿐이다. 문제는 이를 수용할 시설이 현저히 모자르다는 점이다. 2021년 이후 신규 공공 소각장 건설은 사실상 전무하며, 기존 시설은 노후화로 가동률이 떨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직매립 금지 시행을 앞두고도 공공 인프라 확충이 지지부진하다”며 “민간 의존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주민 반발과 환경영향평가 지연으로 민간 소각장 증설도 난항을 겪고 있어, 정책의 취지는 옳지만 준비 없는 시행은 ‘환경정책의 실패 사례’로 기록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양적 통계에만 매달리는 한국, 이대로면 파국 불가피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대처는 한가하기만 하다. 사태의 심각성을 채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를 뒷받침하는 것이 숫자다. 환경부는 2024년 12월 발표한 ‘전국폐기물통계조사’에서 생활폐기물 재활용률이 59.1%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 수치대로라면 실제 소각해야 할 폐기물 양이 그리 많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는 셈이다. 기존 시설만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투입량 기준만 놓고 보면 크게 틀린 것은 아니다. 문제는 그 수치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투입량 기준이 아닌 불순물과 잔재물까지 포함된 최종 산출 기준 적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OECD는 2022년 권고문에서 “재활용률은 최종 산출 기준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를 토대로 산출한 한국의 고품질 재활용률은 놀랍게도 13% 남짓에 불과하다. 정부가 내세우는 수치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국제사회가 양적 통계에서 벗어나 품질 중심의 새로운 길을 걷고 있는 것 또한 이런 맥락에서 비롯된 움직임이다. 유럽연합은 2024년 12월 제정된 ‘포장 및 포장폐기물 규정(Regulation (EU) 2025/40)’을 통해 포장재 전 생애주기 관리와 품질·재사용 요건을 강화했다. 이 규정은 2025년 2월 11일 발효돼 2026년 8월부터 본격 적용될 예정이다. 


유엔환경계획(UNEP) 역시 2023년 5월 발표한 ‘Turning off the Tap’ 보고서에서 “재활용만으로는 플라스틱 오염을 해결할 수 없다”며 감축·재사용·품질 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독일과 일본은 이미 재생원료 품질 인증제를 운영해 제조업계 신뢰를 확보하고 있다. 세계는 양적 처리에서 질적 성과로 이동하는데, 한국은 여전히 양적 통계에 갇혀 있다.



◆ 단순한 처리량 확대보단 고품질 순환자원 생산 체계 전환 바람직

지난 2024년 6월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가 개최한 폐기물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 입법공청회에서도 이런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전반적인 의견은 재활용률 통계의 허상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이처럼 왜곡된 통계가 제도의 허점을 만들고 국민의 생활을 어지럽히고 있는 셈이다.


우리가 지닌 문제가 이뿐만인 것은 아니다. 제도의 불확실성 역시 사태 악화에 일조하고 있다. 대표적인 폐기물 관련 제도인 순환자원 인정제도는 개별 승인 방식으로 법적 안정성이 낮아 기업 투자 확대를 가로막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제품으로 인정된 자원이 국내에서는 여전히 폐기물로 취급돼 교역에 차질을 빚는다”며 “투자 불확실성 때문에 기업들이 재생원료 사용 확대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기업들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재생원료 사용 확대가 필수적임을 알면서도, 정부 제도의 불안정성 때문에 투자를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 국제사회가 품질 중심으로 전환하는 상황에서조차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국내 제도의 불확실성은 기업 경쟁력과 국제 교역에도 장애물이 되고 있다.


이렇듯 수차례 이어진 현장의 목소리에 결국 정부도 반응하고 나섰다. 지난 12일, 국회입법조사처는 ‘어떤 재활용이 필요한가 고품질 순환자원을 위한 재활용 기준 전환’이라는 주제로 꾸며진 ‘이슈와 논점’ 보고서를 통해 국내 폐기물 체계 혁신의 핵심은 단순한 처리량 확대가 아니라 재활용을 고품질 순환자원 생산 체계로 전환하는 데 있다고 지적하며 현재의 제도가 온전하지 않음을 사실상 인정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재활용 기준·통계 체계의 구조적 전환 ▲품질·유해성 표준 및 인증체계 구축 ▲고품질 순환자원 시장 육성 및 국제 교역 지원 방안 등을 제안하며, 현행 투입 중심 통계가 ‘그린워싱’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정부가 내세우는 재활용률 수치가 국제사회와 기업 현장에서 신뢰받지 못하는 이유를 잘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직매립 금지 시행이 단순히 쓰레기 처리 문제에 그치지 않고 경제·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처리 비용 상승은 결국 주민 부담으로 이어지고,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도 역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분리배출을 해도 결국 소각된다”는 불신이 확산되고 있어 정책 신뢰도 회복이 시급하다. 


직매립 금지 정책은 단순한 양적 처리 확대가 아니라 고품질 순환자원 체계로의 전환과 맞물려야 한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OECD 권고에 맞춘 산출 기준 통계 체계 도입, EU식 폐기물 종료 기준 법제화, 품질 인증 강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직매립 금지는 ‘환경정책의 실패 사례’로 기록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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