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05 (수)

  • 맑음동두천 1.6℃
  • 맑음강릉 9.4℃
  • 맑음서울 5.7℃
  • 안개대전 5.2℃
  • 박무대구 5.6℃
  • 구름조금울산 7.6℃
  • 박무광주 7.9℃
  • 구름조금부산 12.0℃
  • 맑음고창 4.5℃
  • 구름조금제주 15.0℃
  • 맑음강화 3.7℃
  • 맑음보은 1.5℃
  • 맑음금산 4.7℃
  • 맑음강진군 5.9℃
  • 맑음경주시 4.3℃
  • 맑음거제 9.8℃
기상청 제공

지구를 위한 선택, 탄소 없는 집 준공 러시

6월 30일부터 민간 건축물도 ZEB 5등급 인증 의무화
제로에너지건축물 시장 2030년 100조원 안팎으로 성장



[산업경제뉴스 손영남 기자] 탄소중립을 향한 전사회적 여정이 한창인 가운데, 각계각층의 동참이 줄을 잇고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건축이다. 조금은 의외인 듯 하지만 넷제로 사회의 구현에 있어 필수적인 것이 바로 건물이다. 건물이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의 25%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2050 탄소중립 목표를 향한 건축 혁신이 본격화되고 있다. 제로에너지건축물 의무화와 기업의 기술 개발, 소비자의 인식 변화가 맞물리며 친환경 건설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도시의 새로운 표준이 되고 있다.


◆ 탄소 없이 지어진 집, 도시를 바꾸다

국토교통부는 2024년 12월 30일 고시한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 기준’ 개정안(국토교통부고시 제2024-893호)을 통해, 2025년 6월 30일부터 연면적 1000㎡ 이상 또는 30세대 이상 신축 민간 공동주택에 대해 ZEB 5등급 인증을 의무화한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 공공건축물 중심의 정책에서 민간으로 확대되는 첫 사례로 친환경 건축이 법적 기준으로 자리잡는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ZEB(zero-energy building, 제로 에너지 빌딩)는 고단열·고기밀 설계, 고효율 설비, 재생에너지 시스템을 통해 연간 에너지 소비량을 최소화하거나 자급하는 건축물을 말한다. 정부는 2050년까지 신축 건축물의 ZEB 1등급 100% 달성과 기존 건축물의 그린리모델링 100% 달성을 목표로 설정했다. 이는 2019년 발표된 ‘제로에너지건축물 활성화 로드맵’에 따른 단계적 의무화 계획의 일환이다.


이러한 제도 변화는 건축 기술의 진화를 촉진하고 있다. 서울 마곡지구의 공동주택 단지는 태양광 발전과 고단열 외피를 적용해 연간 전력 자급률 90%를 달성했다. 실내에는 AI 기반 스마트 에너지 관리 시스템이 도입돼 거주자의 생활 패턴에 따라 냉난방을 자동 조절하고 불필요한 소비를 줄인다. 


서울 마포구의 서울에너지드림센터는 2013년 준공된 국내 최초의 ZEB 인증 공공건축물로, 에너지 자립률 60.37%를 기록했다. 태양광, 지열, 자연환기 시스템을 통해 연간 에너지 소비량을 대폭 절감하며 친환경 건축의 실현 가능성을 입증했다.


친환경 건축은 지역과 기업의 실천을 통해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아모레퍼시픽 본사는 2017년 준공 당시부터 자연채광과 빗물순환 시스템을 적극 도입해 냉난방 에너지와 조경 유지비를 절감하고 있다. 


건물 중앙의 중정은 자연광과 공기를 실내 깊숙이 유도하며, 루버 외피는 직사광을 산란시켜 조명 에너지를 줄인다. 이 건물은 세계적 건축상인 ‘2019 세계건축축제(WAF)’에서 오피스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되며 도심 속 생태 건축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았다.


롯데건설은 2025년 9월 경기도 오산시 세마 트라움 현장에 ‘이산화탄소 반응경화 시멘트’를 시범 적용했다. 이 기술은 일반 시멘트보다 약 200도 낮은 온도에서 제조되며, 석회석 사용량을 30% 줄이고 경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더 나아가 산업 현장에서 배출된 CO₂를 포집해 모르타르 배합 과정에 재활용하는 기술도 도입했다. 이를 통해 시멘트 사용량을 3% 절감하고, 1000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지을 때 소나무 1만1360그루를 심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 주택 구매 시 에너지 효율, 탄소 배출량 등도 고려

롯데 건설의 예가 전부는 아니다. 대우건설은 2025년 10월, 자체 개발한 ‘탄소 저감 조강형 콘크리트’로 국내 건설사 최초 환경성적표지(EPD) 인증을 획득했다. 이 기술은 기존 시멘트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최대 54% 줄이며, 저탄소 제품 및 탄소 감축 인증도 추가로 추진 중이다. 풍력 사업 확대도 예고돼, 2026년 해상풍력 프로젝트 참여와 2027년 자체 사업 본격화가 예정돼 있다.




GS건설은 시공 과정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친환경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자회사와 공동 개발한 ‘목재·철골 하이브리드 모듈러 건축법’을 자이(Xi) 아파트에 도입해 공사 기간을 단축하고 건설 폐기물을 줄였다. 이는 자원 낭비를 최소화하는 대표적 공정 최적화 사례로 평가된다.


DL건설은 폐자원 재활용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페트병을 재활용한 섬유를 콘크리트 보강재로 활용해 폐플라스틱 처리비용과 CO₂ 배출량을 동시에 줄였다. 해당 기술은 인덕원-동탄10공구와 옥정-포천2공구에 적용될 예정이다.


이렇듯 정책과 기술의 변화는 시장의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에너지공단이 2023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제로에너지건축물 시장은 2022년 기준 약 15조~20조 원 규모로 추정되며, 2030년에는 100조 원 안팎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건축 산업이 단순한 시공 중심에서 기술·에너지 융합 산업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공급의 변화에 따른 소비자의 인식 변화도 눈에 띈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지속가능한 삶’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주택 구매 시 에너지 효율, 탄소 배출량, 자재의 친환경성 등을 고려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는 건설사의 설계 방향과 마케팅 전략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에는 ‘바이오필릭 디자인’처럼 자연과의 공존을 추구하는 설계도 주목받고 있다. 실내 정원, 자연광 활용, 목재 마감재 등은 단순한 미적 요소를 넘어 인간의 심리적 안정과 건강을 도모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건축은 이제 삶의 질을 높이고 환경을 회복하는 플랫폼으로 재정의되고 있다.


탄소 없는 집은 더 이상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기술과 정책, 기업과 소비자의 선택이 맞물리며 친환경 건설은 도시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건축은 이제 지구를 위한 선택이자 우리 삶의 질을 높이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Research & Review

더보기


환경 · ESG

더보기


PeopleㆍCompany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