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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생에너지

"준비 안 된 기회는 무용지물“ 암모니아 시대의 어두운 그림자

자체 생산 기반 시설 전무하다시피 해 전량 수입에 의존
상용화 단계에 오른 경쟁국들, 한국은 기초 연구 수준 불과



[산업경제뉴스 손영남 기자] 비료 원료쯤으로 취급되던 암모니아가 탄소중립 시대를 맞아 제대로 환골탈태하고 있다. 탄소를 아예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원이기 때문이다. 비슷한 특성을 지닌 것으로 수소를 들 수 있는데, 암모니아는 수소에 비해 운반과 저장 과정에서 훨씬 저렴하게 활용할 수 있어 그 활용성을 더 높게 인정받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2050년까지 암모니아가 전 세계 해운 연료의 44%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기도 하다.


이런 암모니아가 국내 기업들의 관심을 제대로 끌고 있지 못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수년 전부터 관련 기업들이 잇따라 암모니아 관련 투자를 발표하는 등 앞다퉈 암모니아 사업에 뛰어들고 있지만 가시적인 성과 도출에 실패하면서 사업 전반에 걸쳐 점차 위축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점이 사업 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안 그래도 생산 기반과 기술력, 인프라 측면에서 주요국에 비해 뒤처져 있는 상황이다. 암모니아를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본격화되는 지금, 반전의 계기 마련이 절실하다.

◆ 화장실 냄새의 주범 암모니아의 환골탈태
최근 들어 암모니아의 활용 비중은 급격하게 늘고 있다. 7.8%라는 연평균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암모니아 시장 규모는 2025년 기준 1,719억 달러에 달하며, 2033년까지 3,045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될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의 관심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그중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재생에너지 기반의 그린 암모니아다. 폭발적이라고 해도 좋을 관심 덕에 지난 5년 동안 관련 투자 규모는 75% 이상 늘었고, 유럽·북미·중동·호주 등지에서 대규모 생산 프로젝트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특히 해운, 발전, 수소 운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차세대 에너지 캐리어로 부상하며,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생산·운송·활용 전 주기에 걸쳐 기술과 인프라를 빠르게 구축하고 있다. 이는 전세계적인 추세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와 ACWA Power는 세계 최대 규모의 그린 암모니아 플랜트를 건설 중이며, 연간 수백만 톤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호주는 ‘아시안 리뉴어블 에너지 허브(AREH)’를 통해 2035년까지 연간 1,000만 톤 생산 체계를 구축할 계획을 밝히고 있다.

일본 JERA는 재생에너지 기반의 암모니아 발전 실증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2030년 상용화를 목표로 한다. 유럽 또한 맹렬한 기세를 뽐내고 있다. 유럽의 BASF, Yara, CF Industries 등은 탄소포집·저장(CCUS) 기술을 활용한 블루 암모니아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 탄소중립의 열쇠, 암모니아.. 계획 마련은 아직
시장 선점이라는 고삐를 당기기 위해 여념이 없는 경쟁국에 비하면 한국의 현주소는 초라함 그 자체다. 아직 암모니아 생산 기반이 구축되지 않아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음이 그를 증명한다. 2020년 기준 수입량은 122만 톤으로 세계 4위에 해당하며, 그 대부분은 비료 및 반도체용 가스 등 산업용에 집중돼 있다.

에너지 안보라는 관점에서 보면 자체적인 생산망 확보가 무엇보다 시급한 상황. 그러나 국내에는 암모니아의 생산 설비, 저장 인프라, 전용 운송 수단, 활용 기술이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당연히 정부 역시 이를 염두에 두고 있다. 정부는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따라 석탄과 암모니아의 혼소 발전 전략을 추진 중이며, 2030년까지 발전 비중을 2.1%, 2036년에는 7.1%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런 정부의 의지가 개별 기업들까지는 이어지지 않는 모양새다. 최근 포스코가 미국 루이지애나주에서 추진하던 블루암모니아 생산 프로젝트를 철회한 사실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포스코는 세계 최대 암모니아 생산기업인 CF 인더스트리즈와 함께 연간 140만 톤 규모의 생산설비를 구축하려 했으나, 사업성 불확실성과 국제 인증 기준의 복잡성 등을 이유로 최종 계약에 서명하지 않았다.

문제는 그 빈자리를 일본 기업들이 빠르게 꿰찼다는 점이다. 일본의 최대 전력사 제라(JERA)와 미쓰이물산은 CF 인더스트리즈와 함께 약 6조 원 규모의 합작투자를 확정하고, 해당 프로젝트를 이어받았다. 이들은 미국 내 수요와 유럽 수출을 염두에 둔 전략적 접근으로, 한국보다 한발 앞선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사례는 단순히 일개 기업의 사업 철회가 아니라, 한국이 암모니아 산업의 글로벌 공급망에서 주도권을 놓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기술력, 정책, 실행력 모두에서 뒤처진다면, 미래 에너지 시장에서의 입지도 위태로워질 수 있다.

물론 모든 기업들이 다 이런 건 아니다. 지난 1월, 5600만달러 규모의 벤처투자 유치에 성공한 아모지 같은 기업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암모니아 기반 연료 기술을 선도하는 국내 스타트업 아모지는 암모니아 추진 예인선 ‘NH₃ 크라켄’의 실해역 운항 테스트를 세계 최초로 성공하며 국제 무대에서도 주목을 받은 기린아로 불린다. 



“암모니아는 수소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고 기존 인프라를 재활용할 수 있어 대규모 응용에 적합합니다. 한국은 해운 강국인 만큼, 상용화의 중심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라고 밝힌 아모지 아시아지역 스톤 장 상무의 말처럼 아모지는 새로운 분야 구축에 선도적으로 임하고 있다. 

국내 암모니아 유통의 약 70%를 담당하고 있는 롯데정밀화학은 저장탱크와 액화 설비 등 인프라 구축을 위한 중장기 전략을 준비하고 있는 또 다른 사례로 꼽히기도 한다. 이처럼 다양한 국내 기업들이 암모니아 시장 석권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게 사실이다.

◆ 암모니아 자체 생산 기반 부재 등 해결 과제 산적
앞선 포스코의 사례만을 놓고 국내 기업들의 의지 박약을 논할 수 없음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우려를 금치 못하는 것은 국내 암모니아 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는 점 때문이다.

암모니아를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국내 생산기반이 부재하며, 전량 수입 구조에 따른 공급망 리스크가 크다는 점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해외에 비해 벌어진 기력 문제도 걱정거리다.

해외 주요 기업들은 이미 고효율 촉매, 블루·그린 암모니아 생산기술, 운송 설비를 상용화 단계에 올려놓은 반면, 국내는 여전히 기초 연구 수준에 머물러 있다. 또한 암모니아의 독성과 부식성 특성상 고도의 저장·운송 인프라가 필요하지만, 전용 탱크·선박·항만 설비 구축은 걸음마 단계인 것도 불안을 더하는 요소다.

정책적으로도 혼소 발전 외에 선박연료, 연료전지, 수소 캐리어 등으로의 활용 확대 전략과 규제 정비가 부족하다는 지적 역시 귀기울여야 할 대목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국내 실증 플랜트 수준의 생산 기반을 구축하고, 고온촉매·전기화학 합성 등 차세대 기술 개발을 위한 중장기 R&D 투자를 병행해야 한다.

아울러 저장·운송·활용을 아우르는 전 주기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구축하고, 사우디·호주 등 에너지 강국과의 국제 협력을 통해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 전략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이제 암모니아는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미래 전략 자원이 되고 있다. 세계 각국이 발 빠르게 움직이는 가운데, 한국 역시 위기의식을 갖고 속도감 있게 대응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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