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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 에너지

문 닫는 석탄발전소, 밀려나는 노동자 생계 대책은 있나

재생에너지 산업 기존 노동자 고용불안 해소 방안 될 수 있나
단기적 폐쇄 일정 대신 장기적 고용·산업 전환 로드맵 제시해야



[산업경제뉴스 손영남 기자] 정부가 2036년까지 전국 석탄화력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에너지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었다. 불가피한 시대적 소명이라는 대원칙에 공감하면서도 못내 아쉬움을 삼킬 수밖에 없는 이들이 있다.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발전소 노동자들과 붕괴 위기에 직면한 공동체 구성원들이 그들이다. 


경남 고성·삼천포·하동 등 석탄화력발전소 밀집 지역에서는 수천 명의 노동자들이 생계 위협을 실감하고 있지만, 정부와 지자체의 대응은 여전히 미온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 고용 불안에 떠는 노동자들…“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나”

지난 9월 11일, 환경단체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이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는 현장의 불안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경남 지역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309명 중 95.1%가 폐쇄 이후 고용 유지 여부에 대해 확신하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이 중 22.7%는 “틀림없이 해고될 것”이라 답했고, 72.4%는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고용이 유지될 것이라 답한 노동자는 3%에 불과했다.


정부와 경상남도의 대응에 대해서도 응답자 대부분은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중앙정부가 고용 유지를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거나 “전혀 노력하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은 85.5%, 경남도에 대해서는 87.1%에 달했다. 이는 단순한 정책 미비를 넘어, 정보 단절과 정책 불신이 현장에 깊게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노동자들의 불만이 정부의 불성실함을 증거하는 자료는 아니다. 정부 역시 이와 관련된 해법 찾기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2025년부터 폐지 예정인 석탄화력발전소 근로자들의 고용 안정을 위해 ‘석탄화력발전 고용안정추진단’을 구성하고, 충남 지역을 중심으로 유사업종 전직 교육훈련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특별취업지원팀을 통해 일부 지역에서는 재배치 성과도 있었다. 예컨대 2020~2021년 보령·삼천포·호남 발전소 폐쇄 당시 847명 중 828명이 재배치 또는 재취업에 성공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경남 지역은 아직 본격적인 대책이 가시화되지 않았고, 노동자들은 실질적인 생계 보장과 재교육 지원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충남 태안군이 시행한 ‘전환준비 지원사업’은 1인당 연간 30만 원의 교육지원금을 지급했지만, 신청자는 30명에도 미치지 못했다. 발전 노동에 필요한 자격증 취득 비용이 수백만 원에 달하는 현실과 동떨어진 지원 규모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 정의로운 전환은 법과 재정이 뒷받침돼야

에너지 정책 전문가들은 석탄발전소 폐쇄가 단순한 환경 정책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과 법적 제도 설계가 필요한 복합 과제라고 강조한다. 재생에너지 산업은 단순한 탄소 감축 수단이 아니라, 고용 창출과 지역 균형 발전을 이끄는 전략 산업이기 때문에 정부는 단기적 폐쇄 일정만 제시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 고용·산업 전환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리보다 앞서 탈석탄 로드맵을 추진한 해외의 사례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이기도 하다. 독일은 ‘탈석탄법’을 통해 발전 노동자 약 4만 명에게 최장 5년간 소득 감소 및 연금 손실을 보상하고 있으며, 프랑스는 ‘에너지전환법’을 통해 발전 노동자에게 1,280만 유로, 산업 전환에 3,020만 유로를 투입했다. 반면 한국은 아직 특별법 제정이 무산된 상태이며, 노동자 대표가 정책 협의체에 배제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탈석탄으로 일자리를 잃은 이들을 재생에너지 산업에 투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재생에너지 산업은 고용 창출 효과가 높은 산업으로 평가받는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태양광 산업은 2022년 기준 전 세계적으로 약 420만 명의 고용을 창출했고, 풍력 산업은 140만 명에 달했다. 국내에서도 10억 원 투자당 고용유발 효과는 원전이 4.53명인 반면, 태양광은 6.37명, 풍력은 6.42명으로 나타났다.


또한 2020년부터 2034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보급 계획에 따른 국내 고용 창출 효과는 약 9만 1천 명으로 추산되며, 생산 유발 효과는 292조 원, 부가가치 유발 효과는 103조 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단순한 산업 전환이 아니라, 지역 기반의 경제 생태계를 재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기대감은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의 설문에서도 뚜렷이 발견된다. 설문에 참여한 발전소 비정규직들이 재생에너지 전환에 대한 의향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기 대문이다. 일자리와 노동조건이 보장된다면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 발전소에서 일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89.3%였다.


또 경남도가 지역에너지공사를 설립하고 해상풍력을 건설해 발전노동자를 고용하여 교육 훈련 후 일자리를 제공하자는 제안에 대해 91.6%가 동의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재생에너지 민영화가 이루어질 경우 일자리 보장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응답자 94.1%가 재생에너지 민영화가 일자리 보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한 것이 그 증거다. 


결국 탈석탄과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과정에서 공공 부분 주도의 방식이 이뤄져야 원활한 고용 승계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현재 상당 부분 민영에 의존하는 현 재생에너지 시장의 구조를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대목으로 풀이된다. 


석탄발전소의 폐쇄는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시대적 과제지만, 그 과정에서 노동자와 지역사회가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 정의로운 전환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법적 장치와 재정적 지원, 그리고 당사자의 참여를 통해 실현되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더 이상 전환의 피해자를 방치하지 말고, 함께 설계하고 함께 책임지는 전환 모델을 만들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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