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세제개편 쟁점] ③ 카드소득공제 폐지 "13월 보너스 없어진다"

2018.06.19 15:05:30

올해 일몰기한 도래..."환급금 사라진다" 직장인 거센 반발



[산업경제뉴스 문성희 기자]  박봉에 시달리는 월급쟁이들은 연초가 되면 '13월의 보너스', 즉 세금환급금에 대한 기대가 한껏 높아진다. 매달 받는 월급은 언제나 이미 나갈 곳이 정해져 있어 받으나 마나한 경우도 많은데, 이럴때 뜻밖의(?) 수입이 생기면 그동안 미처 하지 못했던 이런 저런 일을 할 여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월급쟁이들의 남모를 기쁨이었던 '13월의 보너스'가 크게 줄거나 아예 없어질 위기에 놓이면서 직장인들의 우려와 반발이 커지고 있다. 


세금환급은, 지난해 소득에서 각종 공제액을 차감한 후 결정된 세금액이, 그동안 월급에서 미리 뗐던 원천징수액보다 적을 때 그 차액을 돌려 받는 제도다. 따라서 차감되는 공제액이 크면 클수록 환급액도 많아지게 되는데, 소득공제 항목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신용카드 소득공제'가 올해 일몰시한이 도래해 폐지될 위기에 놓인 것이다.


■ 신용카드 공제 없어지면 '13월의 보너스'도 없어진다    


직장인 A 씨는 지난해 2월 연말정산을 하고 64만원을 환급받았다. 1년 동안 받은 급여에서 기본공제와 보험료, 의료비, 카드 사용액을 공제받으니 내야할 세금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A씨의 공제내역에는 교육비가 없다. 자녀가 대학에 다니는데 대학등록금은 공제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의료비 비중도 적다. 실제로는 부모님의 치료비 상당부분을 부담하지만 부모님이 연금 수령자라 의료비가 A씨의 공제금액에 포함되지 않는다. 결국 A씨의 공제액은 보험료와 신용카드가 대부분인데 특히 신용카드 등 사용액이 전체 공제액의 82%를 차지한다. 




이러한 소득공제 비중은 근로자 마다 생활환경이나 급여수준에 따라 다르겠지만, 국회예산정책처가 조사한 전체 근로자들의 소득공제액 통계 자료를 봐도 보험료와 신용카드 사용액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입법목적 달성, 경제효과 불투명, 세수 감소 → 폐지 검토


신용카드 사용액을 소득에서 공제해주는 이유는, 신용카드 사용을 장려해서 과세당국이 세원을 쉽게 포착하려는 의도다. 또, 근로자의 세금부담을 줄여서 민간소비를 확대하려는 목적도 있다.


법이 만들어진 1999년만해도 현금거래 비중이 높아 과세에서 누락되는 매출이 많았기 때문에 소득공제를 통해 신용카드 사용율을 높일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편의점에서 1,000원 2,000원을 결제할 때도 신용카드를 사용할 만큼 신용카드 사용이 보편화됐다. 


국회예산정책처의 통계자료를 봐도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받는 근로자는 2016년 기준 910만명으로 해마다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신용카드 사용으로 감면받은 세액도 최근 5년 동안 57%나 증가해 1.8조원에 달하고 있다. 그만큼 우리 국민들의 신용카드 사용이 일상화됐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처럼 국민들의 신용카드사용이 크게 늘어나면서 과세당국으로서는 더이상 국민들에게 신용카드 사용을 장려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입장이다. 필요 없는 제도때문에 세수만 2조원 가까이 줄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종합소득세를 신고한 개인사업자는 입법후 5년 동안 247%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도 이 법의 일몰 시한이 다됐다는 점도 폐지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지금까지 무려 8차례나 연장됐기 때문에 더 이상 연장해서는 한시법의 의미가 없어진다는 설명이다.


조세특례제한법 126조의2 에는 2018년 12월31일 까지만 신용카드, 현금영수증, 직불카드 사용 금액을 근로소득에서 공제한다고 되어있다. 


이밖에 근로자 세부담 경감을 통해 소비를 촉진한다는 것도, 신용카드 감면이 소비촉진으로 얼만큼 이어지는 지 효과를 측정할 수 없다며, 성과도 불확실한데 세수만 줄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조세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2018년 조세개편안을 준비하면서 신용카드 소득공제의 존폐 여부를 심층평가 대상에 포함시킨 것으로 전한다. 


존폐여부를 결정할 심층평가의 검토 대상은, 일몰시한이 다가오고 감세규모가 300억원이 넘는 8개 제도인데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일몰시한도 올해고 감세규모도 8개 제도 중 가장 커서 폐지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 폐지는 증세, 가처분 소득 늘려 내수진작 필요 → 연장 또는 상시법 전환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이 제도의 당사자인 근로소득자들은 '13월의 보너스'가 없어진다고 크게 반발하며, 이 법의 일몰시한을 연장하거나, 아예 상시규정으로 전환해야한다는 목소리까지 내고 있다.


이들은 소득공제 항목에서 신용카드 항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이 조항이 폐지될 경우 환급금이 크게 줄거나 더 심한 경우 세금폭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 19년 동안이나 시행돼 온 제도인만큼 아예 일몰 조항을 없애고 상시법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014년에도 정부가 원천징수액을 줄이는 정책을 실시해 연말정산 때 '세금폭탄'이 떨어지자 직장인들이 크게 반발해 세금을 추가 환급해줬던 사례를 제시한다. 그만큼 연말정산은 직장인들이 직접 피부로 느끼는 예민한 사안이라는 설명이다.


정치권에서도 이러한 근로자들의 요구에 동조해 여야를 막론하고 일몰시한을 연장하자는 법개정안을 속속 내놓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의원은 지난 4월, 일몰 기한을 2021년 12월 31일까지 3년간 연장하자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하며 "국민의 소비 기회를 확대하려는 것"이라고 개정이유를 설명했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의원도 18일 근로소득자의 신용카드, 현금영수증 및 직불카드 등의 소득공제 적용 기간을 현행보다 5년 더 연장 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하며 "이 제도가 그대로 종료될 경우 사실상 서민들에 대한 증세로 이어지며, 이에 따른 근로소득자들의 실질 소득 감소가 우려된다"고  발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밖에도 학계에서는, 최근 소비자 심리지수가 계속 하락하는 등 민간소비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며 가처분 소득을 늘려 소비심리를 확대하는 방향의 세제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일자리전략실장은 “내수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민간 소비여력을 제고해야 하는 만큼 가처분소득을 늘릴 수 있는 방향으로 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용카드 소득공제'의 존폐를 놓고, 일몰시한을 준수하고 세수를 늘리려는 과세당국과 '13월의 보너스'를 지키려는 월급쟁이들의 한판 승부에, 표심을 얻으려는 정치권까지 끼어들면서 존폐 논란이 갈수록 뜨거워 지고 있다.
문성희 기자 moonsh@biz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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