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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산으로 가는 수소경제, 컨트롤타워 부재에 갈피 잃고 우왕좌왕

환경부 따로, 국토부 따로.. 다원화된 지휘 체계에 효율성 증발
컨트롤타워 설립해 기업, 연구기관 협력 가능한 최적환경 조성해야



[산업경제뉴스 손영남 기자] 탄소중립 시대를 대비한 핵심 산업으로 평가받는 국내 수소경제가 기대에 못 미친 더딘 발걸음으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낮은 경제성, 높은 인프라 구축 비용 등 태생적 한계에 발목을 잡혔다는 평가지만 그 못지않게 언급되는 것이 정부의 미흡한 정책적 지원이라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중에서도 가장 문제시되는 것이 국내 수소경제 지휘체계의 혼란상이다. 정부가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여러 부처와 기관이 각각의 방식으로 접근하면서 일관된 전략이 부족하다는 문제가 제기된 것. 이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를 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현실은 좀처럼 달라지지 않고 있다. 사공이 많으면 필연적으로 배는 바다가 아닌 산으로 가게 되는 법이다. 수소 관련 정책을 발표하는 정부 부처가 환경부, 산업부, 국토부 등 다양한 기관에 걸쳐 있다는 점만 봐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전 산업에 요구되는 수소산업 특성상 어느 한 부처가 이를 전담하는 일이 쉽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이런 식의 계통 분리가 효율성을 장담할 수 없음은 지극히 당연하다. 작금의 수소경제를 한 걸음 더 전진시키기 위해서 이를 총괄할 컨트롤타워가 시급하다는 업계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 요원한 수소경제 활성화, 누가 발목을 잡고 있나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누구보다 앞선 행보를 보여왔던 것이 우리다. 수소와 관련된 세계 최초 타이틀을 상당수 지닐 정도로 대한민국은 수소 시장 선점을 위한 기민한 움직임을 보여왔다.


2018년 세계 최초의 수소전기 SUV 상용화를 시작으로 수소트럭 세계 최초 양산은 물론이고 시내용 수소전기버스와 고속형 수소전기버스 세계 최초 출시의 영예를 떠안은 것도 대한민국이었다. 이는 비단 제폼 생산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었다. 정책 입안에 있어서도 누구보다 빠른 행보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2020년 2월,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법, 일명 수소법을 제정했을 정도로 수소경제 선점을 위한 강력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를 가능하게 했던 배경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우리의 산업구조다.


한국은 수소 공급에 필요한 석유화학 및 플랜트 산업 기반과 경험이 풍부하여 설비증설, 공정전환 등을 통한 대규모 부생수소 공급이 가능한 몇 안 되는 나라에 속한다. LNG 공급망 역시 충분해 이를 활용하면 추가적인 인프라 투자 없이도, 전국 단위의 수소 생산 및 공급체계 구축이 가능하다는 점 역시 수소 경제 선점에 유리한 점이다.


이런 상황을 활용하고자 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정부는 2019년 1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2040년까지의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책 방향성과 목표 및 추진전략 등을 담은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은 수소차와 연료전지를 양대 축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경제 선도국가로 도약’하는 것을 비전으로 삼는 국가 차원의 커다란 도전이었다.


의도는 좋았지만 아쉽게도 이후의 성과는 만족스럽지 않다. 2018년 1800대 수준이던 수소승용차 보급을 2022년 8.1만 대, 2040년 620만  대로 확대한다는 로드맵은 2024년 4월 기준 3만 4천여대 수준에 머무르며 목표치를 크게 하회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2022년 2,000대, 2040년 4만 대를 목표했던 수소버스, 2022년 310개소, 2040년 1,200개소를 공언했던 수소충전소 모두 목표치에 크게 미달하고 있는 것이 현재 수소 산업이 지닌 현주소다. 연료전지나 수소 생산도 크게 다르지 않은 형편일 만큼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은 거창한 출발과 달리 초라하게 위축돼 있다. 드러난 것으로만 보면 용두사미의 전형적인 예라 해도 무방하다는 뜻이다.


◆ 계획은 환경부, 구축은 국토부.. 누구 말 들어야 하나 ‘

만족스럽지 않은 상황이 도래한 데는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먼저 거론할 수 있는 부분은 높은 생산 비용과 경제성 부족으로 인한 어려움이다. 


수소는 다양한 방식으로 생산될 수 있지만, 친환경적인 그린수소의 경우 생산비용이 높아 경제성이 부족하다. 특히,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수소 생산은 초기 투자비용이 크고, 기존 화석연료 기반 에너지보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기업들의 투자 욕구가 감소하고 이는 필연적으로 기술 개발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수소 저장 및 운송 기술의 발전이 더딘 이유다. 


덧붙여 수소의 안전한 저장과 운송을 위한 기술적 난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이에 기업들은 연구개발에 대한 정부 지원 확대를 요구하고 있지만 관련 법안과 제도가 정착되지 않은 상황이라 이조차 쉽지 않다.


가장 빈번하게 거론되는 인프라 구축 지연 문제 역시 풀어야 할 숙제다.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한 수소충전소 확대는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설치 비용과 안전 문제로 인해 확충이 지연되고 있다. 정부는 충전소 확대를 위한 지원책을 발표했지만, 실제 구축 속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 모두가 얽히면서 국내 수소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실종되고 있는 것. 적극적인 투자와 정책 지원을 통해 시장을 확대하고 있는 경쟁국들의 행보가 마냥 뼈아플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수소 생산량과 소비량 기준에서 압도적인 글로벌 시장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중국은 차치하더라도 한때 우리와 비슷한 수준의 기술력을 선보였던 일본이 현재는 우리보다 훨씬 앞선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는 점은 쉬이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단순히 기술 개발 문제로만 치부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볼멘 표정에서 잘 드러난다. 앞서 이정표를 제시해야 할 정부의 더딘 행보가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기 때문이다.


충전소 하나를 만들더라도 계획 입안은 환경부, 구축은 국토교통부, 확대 지원은 산업통상자원부가 나서는 현실에 곤란을 겪는다는 것이 업계의 증언이다. 단적인 예에 불과하지만 이런 식의 정부 부처 간 역할 중복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지금처럼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국토교통부 등 여러 부처가 수소 관련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각 부처의 역할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아 정책 조율이 어렵다 보니 기업들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사업 진행에 곤란을 겪게 된다는 것이다. 정부의 수소경제 정책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이런 식의 발목잡기가 무얼 의미할지는 명확하다. 


결국 지금의 꼬일 대로 꼬인 난맥상을 정리해 줄 기구가 필요한데 현재 컨트롤타워라 할 수소경제위원회는 실질적 지배력을 발휘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태생적으로 수소경제위원회는 실질적인 정책 조율보다는 선언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기관에 가까운 때문이다.


기업들이 너나없이 정부 차원의 통합 컨트롤타워 설립을 요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재 난립한 지휘체계를 정리하고, 수소경제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를 구축하여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함으로써 부처 간 협업을 강화하고, 기업과의 소통을 원활하게 해야한다는 취지다. 정부도 의지는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진행 상황은 지지부진하다.


지난 3월, 현대자동차그룹은 전 계열사의 수소에너지 사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인 ’에너지수소사업본부‘를 신설했다. 수소전기차(FCEV) 개발·생산과 별개로 수소에너지의 생산과 저장·운송 등 수소산업 생태계를 활성화할 총괄 조직을 갖춘 것. 신설 수소본부는 전 계열사에 흩어진 수소 사업 관련 20여 개 조직을 진두지휘해 치열해진 수소에너지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만천하에 과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계열사별로 나눠진 사업 진행이 효율성 저하를 초래한다는 판단에서 이뤄진 이번 현대차그룹의 컨트롤타워 신설이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다. 정부 역시 그 의미를 모르지는 않을 터다. 그럼에도 겉으로 드러난 모양새는 태평하기만 하다. 앞서가는 경쟁자의 등만 바라보는 이런 상황을 즐기는 것은 아니라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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