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10 (수)

  • 맑음동두천 25.8℃
  • 구름조금강릉 27.3℃
  • 맑음서울 26.6℃
  • 구름많음대전 25.0℃
  • 흐림대구 22.6℃
  • 흐림울산 23.8℃
  • 구름많음광주 24.8℃
  • 흐림부산 27.2℃
  • 구름조금고창 25.2℃
  • 제주 24.5℃
  • 맑음강화 25.7℃
  • 구름많음보은 24.4℃
  • 구름많음금산 25.9℃
  • 구름많음강진군 26.3℃
  • 흐림경주시 22.1℃
  • 구름많음거제 25.3℃
기상청 제공

[기자수첩] 대통령 말 한마디에 움직인 해수담수화 논의.. 정말 필요할까

[산업경제뉴스 손영남 기자] 사상 유례없는 강릉발 가뭄 사태에 잠들어있던 해수담수화 논의가 꿈틀거리고 있다. 아주 미미한 꿈틀거림이지만 분명히 신호는 있다. 발단은 대통령의 말 한마디였다. 


지난 8월 30일, 강릉시 성산면 오봉저수지 현장을 방문한 이 대통령이 관계자들과 함께 한 가뭄 대책 회의에서 장기적 가뭄 대책으로 해수담수화를 거론하면서 잊혀졌던 해수담수화 논의가 꿈틀거리기 시작한 것. 당장의 위기를 극복한다는 차원이 아닌, 근본적인 해법 중 하나로서의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여겨지는 이날 발언이 현실로 구현될 지는 미지수다. 


기본적으로 해수담수화는 한국처럼 연 강수량이 적지 않은 지역에서 구동하기엔 적절치 않은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에 눈길이 쏠리는 이유는 행정부 수장의 말을 단순히 흘려들을 수 없는 정권 초의 해프닝을 우려한 때문이다. 


시쳇말로 관료들이 알잘딱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를 줄여서 표현한 MZ세대의 신조어)하지말란 법이 없기 때문이다. 


정말 필요한 일이라면 얼마든지 환영이다. 이번처럼 극한의 가뭄이 언제 어디서 다시금 재현될지도 모르는 일이고 그렇다면 대통령의 말처럼 장기적인 해법 중 하나로 고려해볼 수도 있을 일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면? 딱히 필요하지도, 굳이 해야할 일도 아닌 것을 억지로 하는 일이 발생한다면 어떨까. 하물며 그것이 누군가의 말 한마디 때문이라면 말이다. 결국 그에는 국민의 세금이 소요된다. 아깝지 않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아까울 것 같다. 정말 그러지는 않겠지. 




◆ 관료들의 알잘딱깔센이 우려되는 이유

설마 했던 연인이 떠나는 일이 일상다반사인 것처럼 ‘설마’는 우리 삶의 여러 길목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고약한 놈이다. 까마귀(대통령)가 날기 무섭게 배(해수담수화)가 떨어졌으니 하는 말이다. ‘설마‘, 아니겠지? 


대통령의 해수담수화 질의가 있었던 날로부터 4일 후인 지난 9월 3일, 부산시가 10년 넘게 멈춰 있던 기장 해수담수화시설의 재가동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부산시가 3일, 기장군 대변리 소재 해수담수화시설에서 '해수담수화시설 활용방안 마련 주민보고회'를 열었다는 것. 


시의 입장은 깔끔하다. 해수담수화시설에 대한 주민들의 오랜 우려를 해소하고, 앞으로 운영 계획을 공유하기 위해 이같은 자리를 마련했다는 거였으니까. 그러니까 당장 재개한다는 것도 아니고 다시 돌려보면 어떻겠냐는 의사를 타진하는 자리였던 셈이다. 


시민들의 뜻이 그렇다면 그를 받아들이겠다는 공복(公僕)의 충실한 모습이었다는 뜻이다. 여느 때라면 대견하다 할 일이겠지만 역시나 시기가 미묘했다. 10년 가까이 방치해둔 그 시설을 왜 굳이 하필 이 시점에 재가동 운운하는지가 궁금해서다. 사실은 궁금해서라기보다는 그 속이 마냥 투명해보이지 않아서,라고 하는 것이 더 맞다.


기장 해수담수화 시설은 국비와 시비를 포함해 사업비만 1954억 원을 투입, 2009년 착공해 2015년 준공했다. 바닷물을 역삼투압 여과 방식으로 하루 4만 5000톤의 수돗물을 생산해 기장군 5만 가구에 공급하기로 한 시설이다. 그러나 인근 고리원자력발전소의 방사성 물질 유출을 우려한 주민 반대에 부딪혀 제대로 가동하지 못한 비운의 시설이기도 하다.


명분상으론 주민들의 반대에 밀린 것이지만 실상은 그의 경제성을 확신할 수 없었던 때문이라고 해야 더 좋을 일이었다. 


다들 알겠지만 해수담수화는 역삼투압(RO) 방식으로 바닷물을 정수해 식수나 공업용수로 활용하는 기술이다. 중동이나 호주, 싱가포르 등 물 부족 국가에서는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한국처럼 연평균 강수량이 1,300mm 이상인 다우(多雨) 지역에서는 경제성과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논란이 많은 기술이기도 하다. 


그도 그럴 것이 1톤의 물을 생산하는 데 4~7kWh의 전력이 소모되고, 내륙으로 공급하려면 추가적인 에너지 비용이 발생하는 시설이다. 우리같은 처지라면 배보다 배꼽이 훨씬 더 큰 구조인 셈이다. 이런 애물 단지를 굳이 되살려야 할 이유가 있을까.


부산시는 이 시설을 실증 연구와 공업용수 공급을 위한 테스트베드로 활용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그러기엔 부담이 너무 크다. 환경부 용역 결과에 따르면 공업용수 생산 단가는 기존 대비 최대 4배에 달하고, 시설 보수에만 800억 원 이상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을 정도다. 이미 상수도 시설이 충분한 상황에서 그만큼의 추가 부담을 떠안을 이유가 어디 있을까.


미래를 위한 투자라기엔 너무 큰 출혈이다. 무엇보다 그를 공개한 시점이 걸린다. 이미 정해진 일정이었다는 입장이지만 왜 하필 이때였을까. 이조차도 알잘딱깔센인 건 아니었을까 하는 의심을 가지는 것이 그리도 잘못 된 것일까.


전문가들은 해수담수화가 단기적 응급처방으로는 유효할 수 있지만,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해결책으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한국의 물 부족은 물 자체의 부족이 아니라, 물 관리의 실패에서 비롯된 문제라는 걸 알게 되면 더더욱 이 기술에 의구심을 가지게 된다. 


전국 평균 누수율은 24%를 넘고, 도시화로 인해 빗물 대부분이 유실되는 게 우리 실상이다. 빗물 저장 인프라는 부족하며, 물 재이용률도 선진국에 비해 낮다. 고치려면 이것부터 고쳐야한다는 뜻이다.


빗물의 염도는 해수에 비해 현저히 낮아 처리비용이 거의 들지 않으며, 유역의 10%만 활용해도 수십만 톤의 물을 확보할 수 있다. 해수담수화보다 훨씬 경제적이고 지속가능한 대안이 이렇게 버젓이 존재하는데 굳이 해수담수화에 눈길을 돌려야 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물은 생존의 문제이자 세대 정의의 문제라는 점에서 이와 관련된 정책 결정은 단기적 기술 도입을 넘어 지속가능성과 형평성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중차대한 일이다. 그런 중차대한 일을 이리도 신속하고 깔끔하게(?) 처리해서는 안 된다. 모쪼록 이번만큼은 한껏 게을러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Research & Review

더보기


환경 · ESG

더보기


PeopleㆍCompany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