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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친환경만 양산하는 K-RE100, 이대로 좋은가

에너지 전환은 허울뿐, 실상은 그린 워싱 불과하단 지적
최대 활용 녹색 프리미엄, 해외에선 감축 실적 인정 안 돼



[산업경제뉴스 손영남 기자] 국내 기업들이 ESG 경영의 일환으로 도입한 ‘K-RE100’ 제도가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 효과 없이 ‘친환경’ 이미지만 부각시키는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재생에너지 조달 방식 중 가장 많이 활용되는 ‘녹색프리미엄’이 국제 온실가스 회계 기준(GHG Protocol)의 핵심 항목에서 미달 판정을 받았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한국 기업의 지속가능성 공신력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K-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글로벌 RE100 캠페인을 국내 실정에 맞게 설계한 제도다. 참여 기업은 녹색프리미엄, REC(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 PPA(전력구매계약), 자가발전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재생에너지를 조달할 수 있다. 그러나 2024년 기준, 전체 K-RE100 조달량 8.95TWh 중 98%에 해당하는 8.79TWh가 녹색프리미엄 방식으로 이뤄졌다는 점은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던진다.


◆ 확인서 발급만 받을 뿐 실제 재생 에너지 사용은 드물어

녹색프리미엄은 한국전력으로부터 일반 전력과 동일한 전기를 공급받으면서도, 추가 요금을 지불해 ‘재생에너지 사용 확인서’를 발급받는 방식이다. 기업의 재생 에너지 활용을 부추김으로써 에너지 전환에 일조하겠다는 뜻이지만 의도와는 다른 결과를 빚어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확인서의 발급 자체가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확인서를 받았다고 해서 재생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유인즉 이 확인서는 실제 전력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온실가스 배출량 정보를 포함하지 않으며, 공급 전력의 원천도 명확히 공개되지 않는다. 결국, 기업은 기존 전력망에서 공급받은 전기를 그대로 사용하면서도 ‘재생에너지 사용 기업’으로 간주된다. 


문제는 그에서 그치지 않는다. 절대적 위치를 점하고 있는 녹색 프리미엄 자체가 애당초 결격 사유 투성이란 점이 그것이다. 녹색프리미엄은 배출권거래제(K-ETS)나 유럽연합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에서도 감축 실적으로 인정되지 않을 정도로 허술함이 많은 제도다.  


기후솔루션이 2023년 11월 발표한 이슈 브리프에 따르면, 녹색프리미엄은 GHG Protocol이 요구하는 8가지 품질 기준 중 ‘추적 가능성’, ‘추가성’, ‘시간적 일치성’, ‘지리적 일치성’, ‘이중 계상 방지’, ‘정보 투명성’ 등 6개 항목에서 불합격 또는 미흡 판정을 받았다. 이는 녹색프리미엄이 국제적으로 인정받기 어려운 구조임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녹색프리미엄에 몰리는 이유는 명확하다. 자가발전이나 PPA 방식은 초기 투자비용이 크고, 계약 구조가 복잡하며, 입지 확보나 인허가 문제 등 현실적인 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제조업 중심의 국내 산업 구조에서는 공장 부지 내 재생에너지 설비 설치가 물리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많다. 결국 기업들은 ‘가장 빠르고 간편한 방식’으로 ESG 점수를 확보하는 길을 택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는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다시 한 번 도마에 올랐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월 1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녹색프리미엄은 실질적인 전환을 유도하지 못하고, 오히려 ‘가짜 친환경’만 양산하고 있다”며, K-RE100 제도가 기업의 ESG 마케팅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글로벌 기준과의 격차 커, CBAM 대응력에도 영향

K-RE100 참여 기업으로 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 포스코그룹 등이 있으며, 이들 대부분은 녹색프리미엄을 주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기업의 시도가 실질적인 에너지 전환에 의도를 두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 4월 27일, ESG 전문 민간 리서치 플랫폼인 휴먼서스테이너블이 발표한 ‘RE100 주요 글로벌 기업 및 국내 기업 사례’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K-RE100 이행 방식은 국제 RE100 참여 기업과 비교해 실질적 전환 비중이 현저히 낮다는 것. 이는 해외 주요 기업들과 비교해보면 그 차이점을 뚜렷히 알 수 있다.


애플, 구글, 이케아,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RE100 참여 기업들은 자가발전(PV 설치), 장기 PPA 계약, 지역별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투자 등 실질적인 전환 방식에 집중하고 있다. 구글은 2030년까지 모든 데이터센터에서 24시간 재생에너지 사용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는 풍력·태양광 발전소와 직접 계약을 맺어 전력을 조달한다. 이들은 단순한 인증을 넘어 추적 가능하고 추가적인 재생에너지 공급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러한 차이는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대응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CBAM은 EU로 수출되는 제품에 대해 생산 과정의 탄소 배출량을 기준으로 추가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다. 2025년 7월 17일 브런치 GLEC이 발표한 ‘2025년 한국 기업 CBAM 완전정복’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철강·알루미늄·시멘트·비료·전력·수소 산업 등 약 3,162개 기업이 CBAM 대상에 포함되며, 총 수출액은 약 7조 7,500억 원에 달한다.


그러나 국내 중소기업의 78.3%는 CBAM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으며, EU 수출 기업의 절반 이상이 “특별한 대응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반면, 현대제철과 포스코는 제품별 탄소 배출량 측정 체계 구축, 재생에너지 전환 투자, 공급망 관리 강화 등 구체적인 전략을 실행 중이다. 휴먼서스테이너블이 2025년 8월 발표한 ‘CBAM 대응 사례 분석’에 따르면, 이들 기업은 K-RE100을 넘어선 실질적 감축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결국, K-RE100의 구조적 한계는 단순히 국내 제도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국제 기준과의 괴리, 글로벌 기업과의 전략적 격차, 탄소 규제 대응력 부족이라는 복합적 리스크로 이어진다. 제도 개선과 함께, 기업 스스로가 실질적인 전환을 위한 투자와 전략을 수립하지 않는다면, ‘100% 재생에너지’라는 선언은 공허한 수사에 그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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