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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 혼소 전환, 경제성 확보 없인 산업계 반발 불가피

산업계, 친환경 전환 공감하면서도 비용·공급망·정책 일관성에 우려
석탄·암모니아 혼소에 투자한 기업과 지역의 매몰 비용 처리 곤란



[산업경제뉴스 손영남 기자]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 전환 논의 속에서 ‘수소 혼소·전소’가 핵심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지난 10월 17일, 정부가 돌연 취소한 CHPS(청정에너지 발전설비 인증제도) 입찰이다. 


석탄·암모니아 혼소를 포함했던 제도가 2040년 석탄발전 퇴출 방침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중단되면서, 정부가 수소 중심으로 방향을 재검토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졌다. 이런 식의 정책 전환은 국제적 흐름과 친환경 목표에 부합한다는 평가를 받지만, 그것이 사업 자체의 추진력을 더해주지는 않는다. 


산업계는 친환경 전환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울상을 피할 수는 없는 입장이다. 필연적으로 경제성 확보라는 현실적 난제와 마주해야 하는 탓이다. 그간 수없이 언급된 것처럼 수소 중심의 전환은 옳은 길임이 명확하다. 다만 그를 추진해감에 있어 기업들의 부담을 줄여줄 현실적 대안이 없다면 지속가능성은 흔들릴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보조금·R&D 지원·세제 혜택 같은 제도적 장치 마련 시급

CHPS는 발전소의 연료 사용 방식에 따라 친환경성을 평가하고 정부가 이에 맞춰 지원과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제도다. 발전사들은 이를 통해 신규 설비 투자와 운영 전략을 세우게 되며, 입찰 결과는 곧 시장의 방향성을 결정짓는다. 그러나 지난 입찰 과정에서 정책 방향이 불명확하고 기준이 잦은 변화를 겪으면서 혼란이 발생했고, 결국 재입찰 논의로 이어졌다.


국제사회에서 석탄·암모니아 혼소가 ‘진정한 청정에너지’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한계 속에서 대안으로 주목받는 것이 바로 수소 혼소 혹은 전소다. 다만 여기에도 아쉬운 부분은 존재한다. 이 방식의 환경적 효과는 탁월하지만, 생산·운송·저장 비용이 높아 발전단가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점이 그것. 이는 현재 산업계가 가장 큰 부담으로 거론하는 지점이다. 


실제로 이미 석탄·암모니아 혼소를 전제로 설비 개조와 연구개발에 투자한 기업들은 정책 방향이 바뀌면서 추가 비용 부담을 우려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환경적 전환은 불가피하지만, 보조금·R&D 지원·세제 혜택 같은 제도적 장치가 없다면 참여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국내 에너지 시장 구조도 문제다. 현재 발전 비중은 LNG와 석탄이 절대적이다. 수소 혼소·전소로 전환할 경우 공급 안정성을 어떻게 확보할지가 관건이다. 수소는 대규모 저장과 장거리 운송이 쉽지 않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선 기존 연료와의 병행이 불가피하다. 전문가들은 “혼소는 과도기적 해법, 전소는 장기 목표”라며 단계적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금융권의 시각도 냉정하다. 수소 발전 프로젝트는 초기 투자비가 크고 수익성이 불확실해 금융권이 보수적으로 접근한다. “정부 지원이 없다면 대규모 프로젝트에 자금을 투입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산업계의 투자 의지를 약화시키고 기술 개발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역사회와 고용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석탄·암모니아 혼소 설비에 투자한 지역 기업과 인력은 매몰 비용 처리 문제에 직면했다. “기존 투자가 무용지물이 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정부가 전환 과정에서 지역경제와 고용 충격을 최소화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국제 협력과 에너지 안보도 중요한 변수다. 한국은 수소 자급률이 낮아 해외에서 수입해야 하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일본·유럽은 이미 호주·중동 등과 대규모 수소 공급망 협력을 추진하고 있으며, 한국도 국제 협력에 적극 나서지 않으면 공급망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 


IEA(국제에너지기구)가 지난 9월 발표한 ‘Global Hydrogen Review 2025’ 보고서 역시 청정수소 생산 단가가 여전히 높아 경제성 확보 없이는 시장 확산이 어렵다고 지적한다. 보고서는 주요국이 보조금·세제 혜택·R&D 지원을 통해 단가를 낮추고 공급망을 확충하고 있다고 분석하며, 정책 일관성이 기업 투자 의지를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한국의 수소 혼소·전소 전환 논의가 단순한 기술 도입만으로는 추진력을 얻기 어렵고, 제도적 기반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런 우려는 해외 사례와 비교할 때 더욱 뚜렷해진다.


일본은 세계 최초로 액화수소 수송선을 건조하고 대규모 수전해 장치를 건설하며 2030년까지 수소 단가를 현재의 1/3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유럽은 청정수소 보조금 제도와 공급망 확충을 통해 전소 발전을 장기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한국 역시 서부발전이 세계 최초로 80MW급 가스터빈에서 수소 혼소율 59.5%를 달성하며 기술적 가능성을 입증했지만, 공급망 구축과 가격 경쟁력 확보에서는 뒤처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CHPS 입찰 방향 전환 논의는 탄소중립 시대에 맞는 흐름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경제성 확보, 금융·투자 지원, 공급망 구축, 지역사회 보호, 정책 일관성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산업계 참여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해외 사례처럼 장기 목표인 전소와 현실적 대안인 혼소를 병행 지원하는 균형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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