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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 에너지

원자력 추진 선박, 해운업 미래 가를 시험대 올라

다양한 장점에도 원자력 에너지에 대한 불신이 장애물
조선 강국 한국에겐 새로운 기회의 장 부여될 가능성 다분



[산업경제뉴스 손영남 기자] 세계 해운업계가 탄소 중립이라는 거대한 과제 앞에서 새로운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규제 강화와 기후 위기 대응 압박 속에서 기존 화석연료 중심의 운항 방식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 이 과정에서 원자력 추진 선박이라는 오래된 아이디어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


◆ 이미 용도폐기된 실험, 넷제로 시대 맞아 새 동력 획득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 국제 해운업계가 탄소 배출을 줄이고 연료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원자력 추진 상업용 선박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는 원자력 추진 선박이 장거리 운항 시 연료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으며, 화석연료 가격 변동에도 덜 영향을 받는다고 전했다. 


한때 주목을 받긴 했으나 사실상 용도폐기된 원자력 추진 선박에 해운업계가 눈을 돌린 건 최근의 넷제로 기류에 힘입은 바 크다. 그도 그럴 것이 해운업은 세계 탄소 배출의 약 3%를 차지하며, 대부분의 선박이 여전히 벙커유와 같은 오염도가 높은 연료를 사용하고 있다. 문제는 이 상황을 그대로 이어갈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눈을 돌린 것이 원자력 추진 선박이다. 원자력 추진 선박은 장거리 항해에서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가능하게 하고, 동시에 이산화탄소 배출을 사실상 없앨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 보도의 요지다. 이런 시도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미국은 1959년 ‘NS Savannah’라는 원자력 추진 화물선을 건조한 바 있으나, 상업적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NS Savannah는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Atoms for Peace’ 프로그램의 상징적 프로젝트로 건조된 후 1962년부터 1965년까지 실험 운항 후 상업 운항 허가(NS-1)를 받았던 선박이다. 이후 1970년까지 화물선으로 시범 운항하다 퇴역한 비운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당 선박의 퇴역은 곧 원자력 추진 선박의 실패를 의미하는 상징적 사건이었다. 


사실상의 용도 폐기 선언에 힘을 잃었지만 기후 위기와 국제 규제라는 새로운 환경 속에서 원자력 추진 선박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번 논의는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시험하는 차원을 넘어 해운업계가 직면한 탄소 중립 전환의 현실적 과제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실패를 맛보긴 했지만 원자력 추진 선박의 장점은 분명하다. 장거리 항해에서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보장하고, 탄소 배출을 사실상 없애며, 연료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특히 국제 규제 강화 속에서 해운업계가 직면한 압박을 완화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 


그러나 이 움직임은 단순히 기술적 선택의 문제를 넘어선다. 원자로를 선박에 탑재할 경우 안전성과 방사능 유출 위험이 뒤따르며, 각국의 법적 규제와 국제 해운 규범이 충돌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자력에 대한 사회적 불신은 여전히 강력하고, 보험과 금융 리스크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결국 원자력 추진 선박은 기술과 경제, 사회와 정치가 교차하는 복합적 도전을 상징한다.


이 논의는 또한 국제 정치·경제적 파급 효과도 동반한다. 원자력 추진 선박이 현실화될 경우 해운업은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 이는 석유 수출국의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원자력 기술을 보유한 국가들의 전략적 입지를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동시에 국제 사회는 원자력 안전 규범을 새롭게 마련해야 하며, 이는 국가 간 협력과 갈등을 동시에 촉발할 수 있다. 결국 원자력 추진 선박은 단순한 해운업계의 기술 혁신을 넘어, 국제 에너지 질서와 기후 정책, 그리고 글로벌 거버넌스의 방향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된다.


한국의 입장에서 이 논의는 더욱 중요하다. 세계적 조선 강국으로서 한국은 원자력 추진 선박 기술을 선도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 원자력 발전 경험을 바탕으로 선박 추진으로 확장한다면 조선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한국은 석유 수입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원자력 추진 선박이 상용화될 경우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국민적 불신과 안전성 논란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기술적 가능성은 사회적 저항에 가로막힐 수밖에 없다.


◆ 부정적 시선에도 원자력 추진 선박에 대한 매력은 여전

이러한 문제는 한국만의 과제가 아니다.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자력에 대한 사회적 불신이 극도로 높아져 원자력 추진 선박 논의가 쉽지 않다. 그러나 동시에 일본은 세계적 해운·조선 강국으로서 소형 모듈 원자로(SMR) 기술을 활용한 연구를 조심스럽게 진행하고 있다. 이는 안전성을 극대화하면서도 국제 규제에 부합하는 방향을 모색하는 시도다.


유럽은 기후 정책을 선도하는 지역답게 원자력 추진 선박에 대해 양가적 태도를 보인다. 일부 국가들은 원자력을 ‘탄소 중립을 위한 현실적 대안’으로 인정하지만, 독일과 같은 국가들은 원자력 자체를 배제하는 에너지 정책을 고수한다. 따라서 유럽 내에서는 원자력 추진 선박을 둘러싼 정책적 합의가 쉽지 않으며, 국제 해운 규범 논의에서 유럽의 목소리는 분열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과거 NS Savannah 사례 이후 상업적 원자력 선박을 포기했지만, 최근 들어 다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군사적 차원에서 원자력 추진은 이미 항공모함과 잠수함에 적용되고 있으며, 이를 민간 상업 선박으로 확장할 가능성을 검토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은 기술력과 자본을 바탕으로 원자력 추진 선박 상용화의 선두주자가 될 잠재력이 크다.


만약 원자력 추진 선박이 상용화에 성공한다면 해운업은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며 국제 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표준을 마련하게 된다. 이는 조선업계에 새로운 시장을 열어주고, 원자력 기술을 보유한 국가들에게 전략적 우위를 제공할 것이다. 한국은 조선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에서 선도적 위치를 차지할 수 있으며, 에너지 안보와 기후 정책에서도 긍정적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반대로 상용화가 실패한다면, 해운업은 여전히 화석연료 의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탄소 중립 목표 달성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는 국제 규제 강화 속에서 해운업계의 비용 부담을 가중시키고, 조선업계는 친환경 선박 기술 경쟁에서 뒤처질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한국 역시 에너지 안보와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 기회를 잃게 되며, 국제 사회에서의 입지에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세계적 차원에서는 원자력 추진이 가져올 경제적 효과에 주목하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국제 해운업계가 원자력 추진을 도입할 경우, 선박 한 척당 연간 연료 비용을 최대 30~40% 절감할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이는 대형 컨테이너선 기준으로 수천만 달러 규모의 비용 절감 효과를 의미한다. 




또한 원자력 추진 선박이 상용화되면 해운업 전체에서 연간 수억 톤의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국제해사기구가 설정한 2050년 탄소 중립 목표 달성에 결정적 기여를 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한국 조선업계가 원자력 추진 선박 시장의 20%만 확보해도, 연간 수십조 원 규모의 수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러한 국제 비교와 시나리오 속에서 한국은 독자적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일본처럼 안전성에 대한 사회적 불신을 극복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유럽처럼 기후 정책과 원자력 정책 사이의 균형을 고려해야 하며, 미국처럼 기술력과 자본을 활용해 선도적 위치를 점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아야 한다. 한국은 원자력 추진 선박을 단순한 기술 혁신으로 보지 말고, 국제 협력과 규범 설정 과정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는 전략적 자산으로 인식해야 한다.


원자력 추진 선박 논의는 단순히 해운업계의 기술 혁신을 넘어 한국의 조선업 경쟁력과 국가 에너지 전략, 그리고 국제 사회에서의 입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된다. 지금 이 논의가 중요한 이유는 해운업계의 선택이 곧 세계 경제와 국제 협력의 미래를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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