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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전쟁 방불케 하는 희토류 쟁탈전, 먼 산 불구경 괜찮나

[산업경제뉴스 손영남 기자] 중세 유럽의 지형을 완전히 바꾼 십자군 전쟁의 배경에 후추를 비롯한 향신료 확보가 깔려있었다는 건 알만한 사람은 아는 일이다.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전쟁이란 건 국가와 국가 간의 갈등을 해소하는 가장 원초적이고 직접적인 방법이지만 그 못지않게 이 과정에 요구되는 물자의 소통과 새로운 지역 간의 거래 활성화 등 막힌 경제에 활로를 뚫어주는 역할을 수행하는 성질을 띤 때문이다.

때론 명분보다 이런 경제적 요인이 더 짙게 반영되기도 할 정도로 전쟁은 새로운 자원을 획득하기 위한 절호의 기회로 활용되기도 한다. 최근 논쟁의 중심으로 떠오른 희토류를 둘러싼 미중 간의 갈등이 실제 전쟁만큼 치열한 것만 봐도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잦은 언론 노출로 이제 희토류라는 명칭은 익숙하지만 사실 희토류가 무엇인지, 왜 그를 둘러싼 다툼이 끊이지 않는지를 이해하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희토류는 21세기 들어 그 중요성이 부각된 물질인 탓이다. 20세기만 해도 그의 쓰임새가 많지 않았으니 그를 두고 다툴 필요도, 그를 전략적 무기로 사용할 이유도, 활용할 방법도 없는 그런 존재였다.

따지고 보면 기술의 발전이 낳은 물질인 셈이다. 희토류(Rare Earth Elements)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 물질은 희귀한 자원이다. 여기서 희귀하다는 의미는 존재량 자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주기율표상의 15개 란타넘족 원소(La~Lu)와 스칸듐(Sc), 이트륨(Y)을 포함하는 17개의 원소를 통칭하는 물질 희토류는 잔존량만 놓고 보면 그리 희귀한 물질은 아니다. 다만 추출과 정제가 어려워 실제 산업 분야에서 활용하기 쉽지 않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된다.

바로 여기서 희토류의 가치가 드러난다. 앞서도 말했지만 20세기엔 거들떠보지도 않던 희토류가 21세기 들어 뜨거운 쟁탈전을 벌여야 할 정도로 각광받게 된 이유는 스마트폰부터 전기차, 반도체, 미사일까지 현대 산업의 거의 모든 핵심 기술에 들어가는 자원이기 때문이다. 희토류를 둘러싼 미중 갈등이 무역 분쟁을 넘어 전략 자원 전쟁으로 번지고 있는 이유다.

그리고 그 전쟁의 키를 쥔 것이 중국이다. 미국과 함께 세계 양대 패권국 중의 하나로 평가받는 중국이지만 사실 경제력을 위시한 전반적인 수치는 아직 미국을 직접적으로 위협할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 중국이 희토류라는 이름 앞에서는 초강대국의 위세를 과시한다. 세계시장을 쥐락펴락하는 희토류 생산국인 탓이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약 70%, 정제량의 90% 이상을 차지하며 사실상 글로벌 공급망을 독점하고 있다. 

마음 먹기 따라서는 이를 통해 누군가를 억압하고 강제할 수도 있는 수준이란 뜻이다. 실제로 이런 시도가 없던 것도 아니다. 이를 좌시할 수 없는 것이 미국이다. 미국은 중국의 희토류 전략 무기화를 차단하기 위해 수입 규제와 대체 공급망 구축에 나섰고, 중국은 희토류 수출 통제라는 맞불을 놓았다. 희토류는 이제 경제적 자원이라기보다 지정학적 무기가 되었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거대한 고래 간의 싸움에 휘말렸다 등이 터질 것을 우려한 새우들은 그 추이를 관망하며 멀찌감치 떨어져 있을 뿐이다. 그래도 괜찮은 걸까? 당연히 아니다.

앞서도 말했듯 희토류는 첨단 산업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적 요소다. 당연히 확보 자체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자원이란 뜻이다. 그런 일은 없어야겠지만 혹시 우리가 중국과 대립하는 순간, 중국이 미국에 그랬듯 희토류를 가지고 협박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어떨까. 상상하기도 싫지만 끔찍함 그 자체일 것이 분명하다. 

현재 우리는 희토류 수입의 80% 가까이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말이 80%지 거의 전부라 해도 어색하지 않을 숫자다. 따라서 중국이 희토률 수출을 막으면 우리 첨단 산업은 그날로 개점휴업에 들어가야만 한다. 

지난 20세기, 석유를 거의 중동에 기댄 대가가 얼마나 참혹했는지를 기억한다면 그 파장이 얼마일지를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오일쇼크 이후 달라진 대처처럼 희토류에 대한 대처 역시 달라져야 한다. 

현재 정부는 호주·베트남 등과의 공급선 다변화, 희소금속 비축 확대, 희토류 재활용 기술 개발, 국제 협력 강화 등을 통해 대응책 조성에 나서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부분이지만 급변하는 국제 정세를 고려한다면 한층 더 속도를 높여야 함은 분명하다. 

희토류 쟁탈전은 우리 일이 아닌 다른 나라 사정이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그것이 우리 일이 되는 순간 스마트폰이 멈추고 컴퓨터가 잠기는 악몽을 현실로 체험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먼 산 불구경은 절대로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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