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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 부활, 경쟁국엔 강한 경고…미국의 베네수엘라 요리법

내부정치역학 이용, 마두로 대체할 협력정권 창출…군사행동 최소화
“미 에너지회사 자산 일방적 국유화…이라크식 기능적 보호령 유력”

[산업경제뉴스=이상현 기자] 베네수엘라를 침공해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납치한 행위는 미국이 스스로 ‘전가의 보도’처럼 강조해온 ‘힘에 의한 현상 변경’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국제사회, 특히 ‘미국의 뇌와 눈’으로 세계를 읽어 온 한국 지식인들조차 이 점을 인정한다.


물론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아니었으면 얘기가 달랐을 것이다. 한국 지식인들은 많은 정보를 차단 당하고, 각종 궤변이 미국의 침략적 본질을 희석했을 것이다. 트럼프이기 때문에 한국인의 공개 비판이 가능한 것이다. 한국인들에게 트럼프는 ‘일시적’이고 ‘예외적’이며, ‘권위주의적’인, ‘비주류’ 미국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은 우크라이나와 서아시아(중동) 가자지구에서 전쟁을 일으켰던 바이든 전 대통령에 대해 경의, 심지어 호의를 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에 대해선 과감하게 비판한다. 


‘내로남불’식 ‘힘에 의한 현상 변경’…미국의 소프트파워에 치명적 상처

경제적 합리성에 비춰, 미국이 이번 군사 행동에 들인 비용은 과도하다. 군사・정치・평판 제반 비용은 베네수엘라 에너지를 다시 거머쥐어 얻는 잠재적 이득을 훨씬 능가한다. 따라서 미국의 군사행동은 아마도 더이상 없을 전망이다.

미국 대통령 트럼프의 “베네수엘라 석유 반환” 언급은 터무니 없고 노골적으로 몰염치한 악당의 발언인가. 꼭 그런 것도 아니다. 트럼프의 이번 군사 행동과 국권 침탈 행위를 두둔하거나 희석할 의도는 없지만, 배경에 담긴 인과관계를 자세히 보자는 의미다.


베네수엘라는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 시절부터 석유를 무기화해 왔다. 당시 차베스는 엑손모빌 등 미국 대형 석유 기업 주도로 개발하던 베네수엘라 최대 유전 ‘오리노코 벨트’ 등을 일방적으로 국유화했다. 


자국 에너지를 착취하는 부당하고 불합리한 식민지 계약조건이었다고 하더라도, 미국 입장에서는 다르다. 자국 자본이 출자, 계약 기반으로 영리활동을 하던 자국 석유기업들의 자산을 베네수엘라 정부가 일방적으로 빼앗은 것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구랍 18일(현지시간) 기자들에게 “미국은 베네수엘라 석유에 대한 ‘에너지 주권’을 환수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그리 오래전도 아니다. 그들(베네수엘라)은 우리 석유를 가져갔다”고 강조했다.


베네수엘라 석유공급 끊기자 미국 석유화학산업도 무너져 

석유 안보에 빨간불이 켜진 미국의 에너지 사정도 무시 못한다. 미국의 주요 정유 공장들은 역사적으로 ‘중질유(heavy crude, 重油)’를 처리하도록 설계돼 있다. 자동차 연료와 화학제품 생산을 위해서는 여전히 중질유 공급이 부족한 형편이다. 


미국 석유자본의 공급사슬에 구멍이 난 것은 여러모로 국익에 치명적이었다. 중질유는 휘발유, 경유 등 운송용 연료를 생산한 뒤 석유화학제품을 만든다. 베네수엘라 원유 공급이 끊기자 그걸로 유화제품을 만들어 중국에 팔지도 못하게 됐다. 대신 베네수엘라 원유를 사간 중국이 유화제품을 만들어 미국에 팔아먹는 역류가 발생했다.


미국은 필요한 중질유 일부를 멕시코만에서 생산되는 멕시코산 중질유로 충당했다. 그래도 부족한 중질유는 주로 인접 캐나다와 베네수엘라에서 수입해 왔다. 러시아 원유 역시 중질유가 대부분이지만 미국은 30여년의 탈냉전 기간에도 러시아산 중질유를 거의 수입하지 않았다. 


미국의 전체 원유 수입량 중 중질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과거 약 12% 수준이었지만 2025년 현재 약 70% 수준까지 늘었다. 과거 미국 중질 원유 수입에서 베네수엘라 비중이 상당했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반미정권에 대한 잦은 제재와 생산기반 붕괴 등으로 현재는 거의 ‘0’에 가까워졌다. 


빈자리를 캐나다가 메우며, 미국 수입에서 캐나다산 중질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앞서 15%에서 최근 61%까지 급등했다. 미국이 감내할 임계치까지 온 것이다.


베네수엘라는 물론 경쟁자들에 보내는 메시지

미국은 군사력을 동원해 타국 국가 원수를 자국으로 압송해 자국법에 따라 법정에 세웠다. 이 행위는 베네수엘라를 강압적으로 신식민지로 재편입 할 목적으로 감행됐을까. 미국 입장에서 단지 베네수엘라 석유 에너지 문제를 풀기 위해 국제사회의 손가락질을 감수한 걸로 봐야할까. 그건 아니다. 


베네수엘라에는 석유 말고도 천연가스와 금과 희토류 등도 풍부하다. 미국이 ‘권위주의’의 선을 넘어 단순히 이 자원들을 강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니다.


아르만도 알바레스 펜테아도 재단(FAAP)의 경제 및 국제관계학 부교수인 비니시우스 비에이라 박사는 러시아 언론 <스푸트니크>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작전의 목적은 중국, 러시아, 이란을 포함한 워싱턴의 지정학적 경쟁국들에게 베네수엘라의 자원이 그들의 손에 넘어가는 것을 막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역내(아메리카 대륙) 국가들에게 ‘내가 필요할 때 자원을 제공하지 않으면 너희도 같은 일을 당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미 개발도상국들의 정치적 취약점을 한껏 이용하는 전술이 동원됐다는 평가다. 비에이라 박사는 “미국이 주도하는 베네수엘라 석유 봉쇄의 목표 중 하나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를 약화시키고, 동시에 베네수엘라 정치 엘리트 내부에 분열을 조장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실제 영국의 <텔레그래프>는 5일 임시 대통령으로 취임한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을 배신자로 지목했다. 그가 치밀한 계획으로 마두로를 제물로 에너지 경제를 기반으로 한 베네수엘라를 회복시키려 트럼프 행정부와 비밀리에 추진한 계획이라는 보도다.


당분간 2003년 이라크식 ‘기능적 보호령’ 방식으로 통치

미국의 해상 석유 봉쇄로 단기적으로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고통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베네수엘라는 본질적으로 석유 수출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봉쇄로 최대 고객인 중국이 더이상 베네수엘라 석유를 사가지 못하면 가뜩이나 나쁜 경제는 바닥을 모르고 추락할 게 분명하다.


베네수엘라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국제유가가 상승할 가능성도 높다. 누군가 “최대 고객 중국이 러시아 원유를 사면 될 것 아니냐”고 쉽게 반문하겠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치 않다. 정유사 정제시설에서 종전과 다른 원유를 새로 정제하려면 적잖은 비용이 필요하다. 어떤 시설은 특정 지역의 원유를 아예 처리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낮아지고 있는 중국 및 기타 아시아 시장으로 베네수엘라 석유가 수출되고 있는데, 이번 사태로 불안정이 예상된다. 


중국은 베네수엘라의 최대 채권국 이자 주요 석유 구매국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 이후 중국과 러시아 등의 반응을 볼 때, 이번 봉쇄의 잠재적 영향을 완화하기 위한 미중간 사전 물밑 대화가 있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마두로는 미국이 아닌 내부 정적들에 의해 축출된 것으로 여겨진다. 페루에 거주하는 지정학 및 경제 분석가인 니콜라스 타카야마 콘스탄티니는 “로드리게스가 이끄는 베네수엘라 임시대통령은 미국이라는 사실상의 후견인 체제를 갖게 된다”고 밝혔다. 


이는 구체적으로 ▲미국이 승인한 ‘과도위원회"를 통한 간접적 통치 ▲계약, 항만 및 외환 흐름을 포함한 석유 부문에 대한 기술적 및 재정적 통제 ▲미 재무부가 석유 수익을 직접 통제 ▲미국의 ‘군사안보’를 위한 베네수엘라에 군대 주둔 등을 의미한다. 콘스탄티니는 “요컨대 전통적 통치가 아니라 2003년 이라크와 유사한 기능적 보호령 형태에 가까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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