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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허락 없이 방귀 끼지 마란 말이야

[산업경제뉴스 손영남 기자] 동물은 먹어야 산다. 그를 통해 영양분을 섭취하고 몸을 움직이게 만드는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과정의 마지막 과정이 배설이다. 때론 방귀로, 또 때론 변으로 섭취한 양분의 마지막을 정리한다. 

혹자는 그를 두고 더럽네 마네 하지만 세상에 그보다 더 웃긴 말은 없다. 그 어떤 생명체도 그 과정을 생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연스런 생리 현상 아니든가. 그를 강제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그런 생각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마음 놓고 방귀를 끼지 못하게 하려는 수상한 움직임이랄까. 얼핏 너무도 황당한 이야기지만 곰곰이 따져보면 전혀 황당한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너무도 심각한 이야기라면 몰라도. 

◆ 거짓말 같은 방귀세 도입의 배경은
얼마 전에 본 뉴스다. 세계적인 낙농강국 덴마크가 소와 돼지, 양 등의 방귀에 세금을 매기는 이른바 방귀세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2030년부터 실시될 이 야릇한 세금의 공식명칭은 사실 방귀세가 아닌 탄소세다.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 최초로 가축이 발생시키는 가스에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인데, 얼핏 듣기로는 너무도 어이없는 발상처럼 느껴진다. 소들이 방귀를 뀌면 얼마나 뀐다고 거기에 세금을 부과하나 싶어서다.

이거야말로 무식한 자의 전형적인 행태다. 농축산업은 기후 위기의 주요 원인으로,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축산업은 전 세계 배출량의 약 1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악명이 자자하다. 실제로 소와 다른 가축들의 트림과 분뇨 등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와 메탄은 대표적인 온실가스로 분류된다.

특히나 낙농업 비중이 높은 덴마크는 그에 따른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이 이번 발표의 배경이다. 유사한 환경에 놓인 뉴질랜드 역시 오는 2025년부터 가축이 만들어내는 가스에 세금을 부과하는 '농업 환경세'를 도입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농업계의 반발로 시행 시기가 계속 늦춰졌고 당초 계획을 오는 2030년까지 연기했다.

보도에 따르면 덴마크 정부는 농업 탄소세 도입을 통해 오는 2030년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80만t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또 2030년까지 전체 탄소배출의 70%를 줄이고, 2050년에는 탄소 중립을 실현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해둔 상태로 전해졌다.

새삼 탄소배출의 심각성을 곱씹게 되는 일이지만 한편으론 여전히 실소를 머금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이들이 유독 우리나라에 많은 것일까. 한국의 축산업에는 너무도 먼 얘기인 탓이다. 

낙농업 비율이 높지 않은 우리는 그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인 걸까. 아니다. 우리 상황 역시 심각한 때문이다. 

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농업 분야 온실가스 배출량 중 축산업은 약 46%를 차지한다. 그중 가장 높은 비율을 자랑하는 것이 메탄인데 이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약 25배 강력한 온실효과를 유발하며, 반추동물의 소화 과정과 가축 분뇨 등에서 대량 배출된다.

탄소중립을 범국가적 과제로 설정한 만큼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일이지만 지금까지 국내 축산업계는 탄소중립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이나 감축 계획을 제시한 적이 없다. 관련 협회와 단체의 홈페이지를 샅샅이 뒤져보아도, 탄소 문제에 대해 언급조차 하지 않는 곳이 대부분일 정도로 이에 무감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나마 경각심을 가진 것이 정부다. 축산업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여러 시도를 이어가는 것이 그 증거다. 지난 3월 산업통상자원부는 ‘신재생에너지 보급사업 계획’을 발표하고 저메탄 사료 개발, 가축 사육기간 단축, 분뇨 에너지화 등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기술적 제안을 내놓은 상태다. 

제안이란 말에서 알 수 있듯 이런 기술 접목을 강제하는 것은 아니다. 심하게 말하면 ‘했으면 좋겠다’ 정도의 희망 사항에 불과하달까. 그런 희망사항을 받아줄 축산업자가 얼마나 될까. 얼마를 어떤 식으로 지원할 지는 몰라도 결국 이에 따른 비용부담은 축산업자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먹고 살기도 버거운데 겨우(?) 소 방귀 줄이자고 생돈을 턱 하니 내놓을 이가 어디 그리 흔할까. 결국 이는 흐지부지, 물에 물 탄 듯 혹은 술에 술 탄 듯 휘발될 일에 불과하다. 소의 방귀가 공기 중에서 잠시 떠돌다 사라질 것처럼. 

그래도 되는 걸까. 먹고 살기 바빠서, 혹은 국가의 기간 산업을 위태롭게 하면 안 돼서, 란 명분에 매몰돼 세계 각국의 흐름에 뒤처지는 일이 반복된다면 언젠가 우리는 훨씬 많은 비용을 치러야 할 게 분명한데 말이다.

나오는 방귀를 막을 순 없다. 하물며 인간의 말귀를 못 알아듣는 소와 돼지와 양의 항문을 막아놓을 수 없다는 것도 안다. 그러나 단지 그 핑계 하나로 지구를 목졸라서는 안 되는 것 아닐까. 

방귀세든 트림세든 혹은 다른 무엇이라도 좋다. 우리도 이젠 움직여야 한다. 몰라서 안 움직이는 거면 몰라도 알고서도 외면하기엔 지금의 현실이 너무 다급한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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