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경제뉴스 민경종 기자] 오는 2050년 ‘RE100’ 달성에 필수 인프라로 평가받는 ‘에너지 고속도로’와 연관된 ‘HVDC(초고압 직류 송전)’ 관련 종목군에 주목하라는 보고서가 나와 투자자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 박세연 연구원이 지난 20일 발간한 ‘AI 에너지 고속도로 수혜, HVDC 산업’이라는 보고서에서 오는 2050년 RE100 달성 성패는 재생에너지 발전설비와 전력 송·배전 인프라 확충에 달려있음에 따라 정부의 정책 과제인 ‘에너지 고속도로’와 관련된 HVDC 기업들을 모니터링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표명한 것.
그렇다면 박 연구원이 이 같은 주장을 펼친 배경은 무엇일까?
RE100 선언 글로벌 생산기지와 수도권과 연계 필수
보고서에 따르면 AI 도입의 가속화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진전되는 상황에서 RE100 목표는 여전히 달성해야 하는 과제다.
우리나라의 2030년 재생에너지 전력믹스 목표(21.6%)는 RE100 최소 요구 수준에 불과한데다, 지난 6월 글로벌 클라이밋그룹이 우리 정부에 전달한 서한에서 최소 33% 이상을 요구함에 따라 이를 충족하기 위한 국정과제로 선정한 ‘에너지 고속도로’에 관심이 쏠리는 상황.
하지만 문제는 국내 송전인프라의 병목(송전 제약)현상인데, 일례로 작년 11월 동해안 지역에서 7.4GW 규모의 송전제약이 발생했다. 동해안 지역 총 발전설비용량은 17.9GW에 달하나 실제 송전용량은 10.5GW에 불과해, 전체 용량의 41%가 송전 불가능한 상태다.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민간 화력발전소 4곳만 해도 최소 1조원 이상의 적자가 발생하는 수준으로 단순히 인프라 문제를 넘어 국가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심각한 상황이다.
게다가 2014-2016년 밀양 송전탑 사태 이후 기존 송전탑 건설이 사실상 봉쇄됨에 따라 해저 케이블과 HVDC 기술이 유일한 대안으로 부상했다는 것이 박 연구원의 판단이다.
신정부의 '에너지 고속도로' 사업은 해저 케이블을 통한 HVDC 방식을 핵심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HVDC 기술은 장거리 송전 시 전력 손실을 최소화하고, 재생에너지의 불규칙한 발전량을 실시간 제어할 수 있는 전압형 기술의 발전으로 RE100 이행의 핵심 인프라라는 것.
HVDC는 기존 교류(HVAC)보다 송전 손실이 적고 최대 3배 많은 전력을 장거리로 전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데 이 기술을 상용화한 기업은 전 세계 6곳뿐이며 국내에서는 LS전선이 유일하다.

이러한 배경 하에 수립된 정부의 서해안 HVDC 프로젝트는 총 7조 9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다. 신해남-태안-서인천 구간(430km)과 새만금-태안-영흥 구간(190km)을 통해 8GW 송전용량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그 배경에는 RE100을 선언한 기업의 생산거점(특히 반도체·배터리 클러스터)이 주로 수도권에 몰려있다 보니 이들 공장을 가동시킬 전력망과 직접 연계시킬 필요가 있는데, 전남·호남 등 재생에너지 생산지에서 생산한 전력을 수도권·용인 클러스터까지 대용량으로 원활히 송전되어야만 RE100 유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30년까지 서해안 HVDC(초고압 직류 송전) 해저케이블 1단계 구간을 반드시 완공하고 나아가 한반도를 U자형으로 메가 전력망을 구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미국, 철강·알루미늄 파생상품 관세 확대 시행...HVDC 밸류체인 기업들 주목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이 지난 18일부터 철강·알루미늄과 그 파생상품 등에 관세를 확대 적용함에 따라 HD현대일렉트릭·LS일렉트릭 등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은 투자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반면에 내수 기반이 강하고 기술 진입장벽이 높은 HVDC 밸류체인 기업들은 관세 회피와 대규모 내수 전력망 투자라는 구조적 수혜가 집중될 가능성이 커 투자 유망 종목군으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견해다.
박 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철강·알루미늄 232조 관세 대상에 407개 파생제품을 추가하고 8월 18일부터 407개 품목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이 품목에는 10,000kVA를 초과하는 유입식 변압기를 비롯한 11개 변압기 관련 품목이 포함된다.
변압기(HTS 8504.23.00), 전선·케이블(HTS 8544.60.6000) 등 주요 전력기기가 관세 대상에 포함되면서, 미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은 관세 부과로 인해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다.
실제로 HD현대일렉트릭과 LS일렉트릭의 주가는 관세 발표 후 일시적으로 3%포인트 내외 하락했다. 2024년 기준, 해당 품목의 대미 수출액은 약 6억달러에 달하며, 변압기 제조 원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방향성 전기강판은 미국 내 생산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관세로 인한 국내 업계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
반면, 내수 중심의 HVDC 밸류체인 기업들에게는 구조적 성장 기회가 열릴 수 있다. 50% 관세 장벽과 기술 진입장벽이 결합되면서, 600kV급 HVDC 케이블 생산 역량을 갖춘 국내 소수(2~3개) 기업의 과점적 지위가 더욱 견고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
국내 HVDC(고압직류 송전) 등 대규모 전력망 구축은 한전 중심의 내수시장이 중심이기 때문에 LS전선(약 49.2%), 효성중공업 등 내수 프로젝트 매출 비중도 높은 기업들은 글로벌 경쟁사 진입이 어려워진 환경에서 공급망 내 입지 강화와 수혜를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관련 종목으로는 ▲시스템/설계 : 한전KPS(국가 HVDC 설계)▲송전 부품/소재 : 세명전기(금구류 독점 성장, 대부분 내수 기반) ▲주요기기/솔루션: 효성중공업(HVDC 변압기·컨버터), LS일렉트릭 ▲케이블/ESS/인프라 : 대한전선, LS에코에너지를 꼽았다.
특히 LS에코에너지는 ▲해저케이블과 HVDC 특수 전선 영역에서 독점적 지위가 강화되고 있으며 LS전선(비상장)이 상장하지 않는 한 수혜가 집중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