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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만난 핑크수소, 돋보이는 실용성으로 눈길

완벽한 재생에너지 그린수소의 보완재로 더할 나위 없어



[산업경제뉴스 손영남 기자] 현대 문명의 완성은 석유, 석탄, 원자력 등 강력한 에너지원의 뒷받침이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햇빛이 사라진 공간에 인공적인 빛을 더하는 일도, 마차보다 수백배 더 강력한 자동차를 구동시키는 일도 모두 기존의 화석 연료의 덕이었다. 그를 통해 만들어진 에너지들이 현대의 이기들을 가동시키고 그 덕에 인류는 한층 진화된 문명을 구축할 수 있었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생기기 마련이다. 기존 화석연료의 무분별한 남용이 불러온 대가는 환경의 파괴였다. 온실가스가 인류의 보호막을 하나둘씩 걷어내면서 우리의 터전이 파괴되기를 수십년, 인류는 새로운 에너지원의 개발에 박차를 가해왔다.


태양광, 풍력으로 대변되는 재생에너지가 그것이다. 뒤를 이어 물에서 수소를 추출해내는 기술까지 정교해지면서 재생에너지는 미래를 넘어 현재의 신에너지원으로 자리잡고 있다. 환경을 오염시키지도 않으면서 현재의 문명을 유지시킬 수 있는 재생에너지는 그야말로 완벽한 대안이었다.


문제는 아직 그 에너지원을 만들어내는 기술이 완벽하지 앟다는 점이다. 그중 가장 심각한 부분이 바로 기존 화석연료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경제성이다. 환경을 지키기 위해 투입되어야 할 비용이 너무 크다는 것이 재생에너지 활용을 가로막고 있는 셈. 거기에 더해 안정적 공급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점 역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꺼리게 만들고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기술이 바로 핑크수소다. 원자력 발전 과정에서 획득한 열과 전력으로 만들어내는 핑크수소는 현재에도 활용가능한 최적의 대안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 높은 가동률 바탕으로 안정적 공급 돋보여

현재 생산되는 수소를 분류하면 크게 그레이수소, 블루소소, 그린 수소 등으로 나뉜다. 천연가스를 고온에서 개질하여 생산하는 그레이수소는 현재 산업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방식으로 높은 기술력에 힘입어 생산단가를 크게 낮출 수 있다. 


경제성만 놓고 보면 최상이지만 생산 과정에서 다량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에 친환경성과는 거리가 멀다. 재생에너지로서의 정체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의미다.


블루수소 역시 그레이수소와 동일한 방식으로 수소를 생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저장하는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기술을 병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탄소 배출을 일정 부분 줄일 수 있으며, 기존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포집 기술의 비용과 저장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존재하는 것이 문제다.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물을 전기분해하여 생산되는 그린수소는 진정한 의미의 재생에너지에 속하지만 재생에너지 확보와 수전해 설비 구축에 따른 초기 투자비용이 높아 현재로서는 생산 단가가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 특히 대량 생산과 안정적인 공급을 위한 기술적 과제가 남아 있어 상용화에는 시간이 필요한 것 역시 걸림돌로 작용한다.


어떤 방식을 택하더라도 저마다의 문제를 안고 있어 현재로서는 완전한 채택이 쉽지 않다. 이 지점을 파고 든 것이 바로 핑크수소다. 핑크수소는 원자력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과 열을 활용해 물을 전기분해하여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특히 연중 90% 이상의 높은 가동률을 바탕으로 수전해 설비를 24시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어, 철강·석유화학 등 막대한 양의 수소가 지속적으로 필요한 산업에 적합한 공급원으로 평가된다.


국내 기술로도 1kg당 약 3,000원 수준의 생산단가가 가능하다는 분석이 있으며, 이는 그린수소보다 훨씬 경쟁력 있는 수치다. 이러한 경제성과 안정성은 핑크수소가 단순한 대체재가 아닌, 기저수소 공급의 핵심 축으로 자리잡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 국제 기준으론 재생에너지 인정받지 못해

핑크수소 생산에 있어 꼭 필요한 것이 원자력 발전이다. 현재 한국은 그에 관한 인프라는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핑크수소의 경제성을 한층 더 키우는 대목이다. 한국은 울진에 연간 30만 톤 규모의 ‘원자력수소 국가산업단지’를 조성 중이며, SMR(소형모듈원자로)을 활용한 수소 생산 기술 확보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어 핑크수소 생산에 경쟁력을 지닌 것으로 추정된다. 


헤계 각국 역시 핑크수소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은 IRA 법안을 통해 원전 기반 수소 생산에 세액공제를 제공하고 있으며, 프랑스는 핑크수소를 ‘저탄소 수소’로 공식 인정하고 3GW 규모의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처럼 주요국들이 핑크수소를 전략적 자원으로 육성하는 가운데, 한국은 원자력 기술력과 인프라를 바탕으로 청정수소 허브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물론 그 기회가 온전한 형태를 띤 것만은 아니다. 앞서 언급된 기술적·경제적 장점을 상쇄할 수준의 과제들이 뒤따르는 탓이다. 대표적인 것으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 문제, 국제 기준에서 재생에너지로 인정받지 못하는 점, 그리고 사회적 수용성 확보가 있다. 특히 EU의 그린텍소노미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 수출 장벽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설익은 제도 정비도 필수적이다. 아직 원자력 기반 수소 생산에 대한 법과 제도가 미비된 관계로 이와 관련된 논쟁이 유발될 가능성도 다분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전기사업법상 발전 사업자의 수소 생산 겸업이 제한되어 있어, 관련 법 개정 없이는 상용화에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까다로운 작업들이지만 그것이 사업 중단의 단초가 되어선 안 된다. 핑크수소는 재생에너지 기반의 그린수소와 보완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현실적 대안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산업용 수소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 분명하다. 


기존의 수소 생산 방식으로는 안정성 확보도 어려우며 무엇보다 경제성이 떨어져 수요에 대처할 수 없음은 자명하다. 그렇다면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공급원, 핑크수소에게 잠시라도 그 역할을 맡기는 것이 옳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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