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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전기료가 무서워요” 삶의 질 파괴하는 에너지 빈곤

늘어나는 에너지 취약계층, 복잡한 지원책에 본의 아닌 외면

[산업경제뉴스손영남 기자] ‘여름은 더워야지 제맛’이라는 일상의 감상을 한가로이 받아들일 수 없는 이들이 있다. 돈이 없어서, 형편이 안 돼서 미칠듯한 폭염을 온몸으로 고스란히 끌어안는 에너지 취약계층들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여름은 산과 바다를 찾아 일상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휴가의 계절이지만 매해 치솟는 전기료를 감당할 수 없는 에너지 빈곤층들에게 여름은 그야말로 죽지 못해 살아내는 계절일 뿐이다.


단순한 복지 차원이 아닌 생존이 걸린 일인 만큼 에너지 사용은 국민의 기본권에 준하는 개념으로 받아들여져야 하는 문제다. 정부가 ‘에너지 바우처’나 ‘요금 감면’ 등의 제도를 통해 에너지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배경이다. 문제는 저소득층에 해당하는 에너지 빈곤층들이 이런 정보를 오롯이 활용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제한적인 범위, 복잡한 절차 등이 그를 초래한 것. 그 대가는 참혹 그 자체였다. 한국정책분석평가학회가 발표한 한국의 에너지 빈곤율 추정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중위소득의 45% 이하 가구 중 약 58.7%는 광열수도비 부담으로 에너지 빈곤 상태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놀랄 만한 수치다. 에너지 빈곤이 더 이상 특정 계층의 문제가 아닌 광범위한 사회 문제라는 의미다.


이쯤 되면 구조적 문제의 수준이니만큼 적절한 정부의 대응이 뒤따라야 하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현재 한국의 에너지 복지 예산은 전체 복지 예산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OECD 주요국 대비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OECD 평균 대비 한국의 에너지 빈곤율은 약 2배 수준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으며, 이러한 수치는 불평등이 구조적으로 심화되고 있다는 경고 신호로 해석된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인 셈인데 해결책 찾기란 쉽지 않다는 게 더 문제다. 한국은 아직도 에너지 빈곤에 대한 공식적인 정의나 측정 지표가 부재해 정책적 대응조차 체계화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 그것이다. 지원해야 할 대상이 얼마인지조차 모르다보니 효과적인 지원이 이뤄질 수 없는 것이다.


해외와 비교해보면 현재 우리의 대응이 얼마나 미약한 것인지를 알 수 있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은 소득 대비 에너지 지출 비율, 주관적 만족도 등 다차원 지표를 도입해 보다 정교한 복지체계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수수방관해도 좋을까. 그럴 리가 없다.


에너지 빈곤은 단순한 생활의 불편을 넘어 고령자, 아동, 저소득 가구의 생명을 위협하는 현실적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에너지 접근의 불균형은 장기적으로 건강 악화와 교육 격차, 사회적 비용의 증가로 연결되며, 결국 사회 전체의 부담으로 되돌아온다. 단순한 복지의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다.


작금의 화두가 탄소중립임을 모르지는 않는다. 에어컨이 탄소중립과는 완벽히 대척점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홀대받는 것은 나름 타당하다. 그러나 단지 그 이유로 누군가의 삶이 망가지는 것을 좌시해서는 안 됨 또한 분명하다. 


하루 종일 돌아가는 에어컨 덕에 폭염이나 열대야가 뉴스의 한 소재에 불과한 이들과는 달리 단돈 몇 만원에 불과한 전기세가 무서워 창문 여는 것으로 이 여름을 버터는 이들이 적지 않다. 양극화된 에너지 사용이 고착화될수록 이 사회의 갈등 역시 커저만 갈 뿐이다. 


탄소중립, 좋은 말이다. 우리의 후손들에게 안전한 지구를 물려주는 일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누군가가 신음하는 것을 외면해서는 안 되지 않을까. 미래를 말하기 전에 현재부터 돌아봤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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