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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죄를 사하노라” CCUS, 화석연료에 면죄부 발급 의혹

기후위기의 구원자 탄소포집 기술, 실상은 전혀 딴판?



[산업경제뉴스 이유린 기자] 탄소중립 시대의 든든한 동반자쯤으로 여겨져 온 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이하 CCUS)을 둘러싼 의혹의 시선이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화석연료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저버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CCUS는 화석연로를 연소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한 뒤, 이를 지하에 저장하거나 자원으로 활용하는 기술이다. 대기 중으로 방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수거해 이를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탈바꿈시키는 구조인 탓에 탄소 저감을 효율적으로 이끌 수 있는 핵심기술로 분류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2050년 탄소중립 달성에 있어 CCUS가 전체 감축 목표의 18%를 담당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을 만큼 기후위기 대응의 최전선에 활약할 것이라는 평을 받고 있는 신기술이란 의미다. 


그러나 그 이면엔 또 다른 얼굴도 존재한다. 일부 전문가들이 주장하듯 CCUS가 화석연료 산업을 연장시키는 수단으로 악용될 구석이 다분하다는 것이 그것이다. 중세 교황청이 악인들에 남발한 면죄부의 현대판 버전인 셈이다. 


◆ 상용화까지는 다각적 기술 보완 필요해

탄소중립을 견인할 신기술이라는 이유로 그간 각국은 이와 관련된 기술 개발에 총력을 다해왔다. 그럼에도 아직은 상용화를 논하기에는 이른 것이 사실이다. 전면적인 적용을 시도하기엔 기술 성숙도가 낮기 때문이다. 


특히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안전하게 저장하거나 활용하는 과정에서 우려되는 누출 위험, 환경오염 가능성, 처리 역량 부족 등이 극복해야 할 과제라는 것이 중론이다. 이산화탄소 포집 과정에서 요구되는 비용 부담이 큰 것도 문제다.


일반적인 포집 기술은 이산화탄소 1톤당 약 80~100달러가 소요되며,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직접 흡수하는 '직접공기포집(DAC)' 기술의 경우에는 600달러 이상이 든다. 이처럼 DAC는 기술적 난이도와 운영 비용이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탄소중립에 반하는 역할을 수행한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현재까지 포집된 이산화탄소의 약 81%는 석유 회수 증진(EOR) 기술에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 그것이다, 탄소 배출을 막는다는 기술 특성이 무색하게 이 경우 오히려 추가적인 탄소 배출을 유도할 수 있어 환경적으로 역효과를 낳는다는 주장이다. 


이를 두고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어 어쩔 수 없다는 논리를 들고 나오기도 한다. 현재 CCUS 기술은 시멘트, 철강, 석유화학 산업에서 탈탄소화가 어려운 공정에서 대체 불가능한 기술로 평가받는다. 이런 배경 때문에 산업계는 CCUS를 자발적으로 채택하기보다는, 현실적 필요에 따라 수용하고 있다.


바로 이런 이유를 들어 일부에서는 CCUS가 오히려 화석연료 산업을 지속시키기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는 것.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CCUS 산업 규제 완화를 제안했을 때, 환경단체는 이를 "화석연료 업계가 선호하는 지연 전술"이라고 지적하며 반발한 배경이다. 


◆ CCUS 하나면 화석연료 사용해도 기후변화 없다고?

비단 환경단체만이 이렇게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에너지전환위원회(Energy Transitions Commission, ETC)는 2023년 11월 16일 발표한 보고서 Fossil Fuels in Transition에서 CCUS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위험한 망상(dangerous delusion)”이라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탄소포집 기술을 활용하면 화석연료 생산을 확대해도 기후변화를 악화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현실을 외면한 낙관주의라고 지적했다.


ETC는 CCUS가 일부 산업에서 불가피한 수단일 수는 있지만, 재생에너지 확대와 에너지 효율 개선이 더 효과적인 해법임을 재차 강조함으로써 CCUS에 걸린 과도한 기대감에 우려를 나타냈다. 


더불어 여전히 초라한 현실을 되짚기도 했다. 당 보고서는 지난 18개월간 CCUS에 대한 투자 유치가 “매우 실망스러운 수준”에 머물렀다고 평가하며, 기술의 경제성과 실현 가능성에 대한 회의적 시선을 덧붙인 것. 


ETC의 날선 비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CCUS를 둘러싼 기대와 회의는 공존하고 있다. 굳이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줘야 한다면 기대감에 더 손을 들어줘야 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비난이 존재하는 지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본적으로 CCUS는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필요불가결한 기술이기 때문이다. 


단, 전적으로 이에 기대는 것만은 피하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견해다. CCUS는 전면적 대안이라기보다는 보완재의 성격이 훨씬 더 강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재생에너지, 에너지 효율 개선, 수소경제 같은 주요 전략이 기후위기 대응의 주축이라면, CCUS는 이들로 해결할 수 없는 산업 배출을 보완하는 기술로 한정되어야 한다.


CCUS는 기후위기를 탈출하는데 소용되는 하나의 도구일 뿐이다. 그것이 무려 화석연료 산업의 면죄부로 기능하는 일은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을 일임을 명심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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