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에너지로 활용한다는 발상은 SF소설 속에서나 등장하는 허황된 이야기였다. 그게 가능하다면 더 이상의 에너지 걱정은 없을 일이었기 때문이다. 너무나 허황된 그 에너지가 현실로 나타났다. 물에서 끌어난 에너지, 바로 수소 에너지다. 이번 연재는 수소 기술의 진화와 글로벌 동향, 정책의 방향성과 산업의 실제 변화 양상을 면밀히 조망하며 수소시대의 실체에 다가가려는 시도다. 우리가 맞이할 새로운 에너지 질서 속에서 수소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그리고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꿔놓을 것인 지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 담길 예정이다. <편집자 주>
[산업경제뉴스 민경종 기자] 인류가 탄생한 이후, 단 한 번의 예외 없이 지속되었던 고민은 바로 효율적인 에너지원의 확보였다. 땅 위의 나무가 베어져나가고 지중의 석유와 석탄을 끊임없이 채굴해왔던 이유다. 덕분에 산업이 발전하고 인류의 삶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었지만 그럼에도 고민은 여전하다.
언젠가는 고갈될 수밖에 없는 기존 에너지원의 한계성이 첫 번째였고 이후 그로 인한 환경오염이 지구를 갉아먹음을 좌시할 수밖에 없던 것이 두 번째다. 리런 고민들을 날려보낼 묘안이 바로 물을 활용하는 것이다.
기존 에너지원과 비교한다면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물을 이용해 에너지를 생산해낼 수 있다면 앞선 고민들이 한번에 쓸려갈 일이기 때문이다. 그린 수소가 급부상하는 배경인 동시에 앞으로의 시대를 수소경제가 지배할 것으로 예측하는 이유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물을 전기로 분해해 탄소 배출 없이 수소를 생산하는 수전해 기술은 향후 인류사를 새롭게 쓸 역사적인 사건이라 할 것이다. 세계 각국이 그린 수소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수전해 설비의 대규모 구축에 나서는 지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 그를 위해 준비해야 할 과업이 무엇인지를 살펴본다.
◆ 온실가스 배출로부터 완벽하게 자유로운 그린수소
화학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수전해 기술은 그리 놀라운 것도 아니다. 물을 구성하는 H₂O 분자를 전기화학 반응을 통해 수소와 산소로 분해하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산된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것이 현재 수소경제를 이끄는 일차적인 동력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탄소중립을 거스르는 움직임이 발생되는 경우다. 석탄이나 천연가스를 개질해 수소를 얻는 것인데 지금까지는 이것이 주류로 대접받았다. ‘그레이 수소’가 이에 해당한다. 이 그레이 수소를 만드는 과정에서 탄소 포집을 병행한다면 ‘블루 수소’로 분류된다.
이렇게 해도 여전히 온실가스 배출이 수반된다는 것이 고민의 시작이다. 그린 수소가 부상하는 것은 기존의 방식을 벗어나 태양광이나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를 사용해 수소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산된 수소는 이산화탄소 배출로부터 자유롭게 된다. 말 그대로 무해한 에너지원의 등장이다. 지구를 병들게 하지 않는 완벽한 형태의 에너지원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는 것은 당연하다.
현재 그린 수소를 향한 각국의 움직임은 구체적이고 활발하다. 유럽연합(EU)은 REPowerEU 전략을 통해 2030년까지 연간 1천만 톤의 그린 수소 생산을 목표로 삼고, 이에 따라 수전해 설비 구축을 본격화하고 있다. 독일은 자국 내 풍력발전을 활용한 수전해 설비 확대는 물론, 노르웨이나 스페인 등과의 국제 협력을 통해 수소 무역 기반도 마련 중이다.
한국과 일본 역시 수소경제 로드맵을 수립하고 있다. 한국은 알칼라인 방식, 고분자전해질(PEM), 고온수전해(SOE) 등 다양한 기술 개발을 추진하며 울산과 창원, 평택을 중심으로 실증 클러스터를 구축 중이다. 수전해를 통한 국내 수소 자립도를 높이는 동시에, 관련 인프라와 인재 육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 선진 기술 개발과 함께 탄탄한 인프라 구축 병행 시급
무한대에 가까운 공급처, 탄소중립 시대에 가장 어울리는 특성을 지닌 그린 수소 개발에 열을 올리는 것은 어찌보면 정해진 수순에 가깝다. 그럼에도 아직 그를 향한 움직임이 원활하지 못한 것은 결국 수전해 기술의 상용화를 이루지 못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금까지의 여정을 살펴보면 수전해 기술의 상용화에는 여러 현실적 장벽이 존재한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높은 생산비용이다. 현재 수전해 방식으로 만든 그린 수소는 기존 그레이나 블루 수소보다 2~4배가량 비싸며, 대규모 설비를 구축하려면 상당한 초기 투자자본이 필요하다.
또한 에너지 효율 측면에서도 고민이 따른다. 전력을 수소로 바꾸는 전환 과정에서의 손실이 커서, 시스템 전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개선이 시급하다. 여기에 더해, 수전해 과정에 사용될 재생에너지의 안정적 공급도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다. 태양광이나 풍력의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일정한 품질과 출력의 전력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이와 함께 수전해 장치에 들어가는 핵심 소재들—특히 고가의 백금이나 이리듐 등의 촉매—에 대한 수급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소재 내구성과 가격, 그리고 국산화 여부는 향후 수소 생산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된다.
전문가들은 수전해 기술의 본격 확산을 위해 기술 개발과 정책 지원, 그리고 인프라 구축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선, 고효율·저비용의 수전해 시스템을 개발하고 파일럿 프로젝트를 통해 실증적 데이터를 축적하는 것이 중요하다. 동시에 정부 차원의 정책적 뒷받침도 필요하다. 그린 수소 생산에 대한 보조금이나 탄소 크레딧 지원, 공공기관 중심의 수소 구매 확대 등으로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다.
더불어 수소의 저장·운송·유통을 아우르는 통합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이며, 재생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국가들과의 수소 수입·공동 개발 전략도 병행되어야 한다. 이는 기술과 자원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국제 협력의 실질적 기반이 될 수 있다.
그린 수소 시대를 여는 수전해 기술은 이제 단순한 미래 기술이 아니라 지금 바로 실천 가능한 에너지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달성이라는 시대적 과제 앞에서, 수전해는 기술 혁신뿐 아니라 사회적 합의와 정책적 결단이 동반되어야 진정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산업경제뉴스 민혜정 기자]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 소장 홍기용)가 차세대 친환경 선박 기술의 판도를 바꿀 혁신 기술 개발에 본격 나선다. HD현대일렉트릭, HD한국조선해양 등과 함께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고,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KEIT)이 관리하는 ‘상반회전 추진시스템 기반의 중대형 선박 전기추진시스템 개발’ 사업에 본격 착수했다고 7일 밝힌 것인데, 이 사업은 총사업비 276.6억 원(사업 기간 2025년 6월~2028년 12월)으로 HD현대일렉트릭, HD한국조선해양, 한국기계연구원,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 등 산·학·연 17개 기관이 참여하며 세계 최초로 기어 없는(gearless) 상반회전 전기추진 파워트레인을 개발해 기존 선박 추진 기술의 구조적 한계를 뛰어넘고, 차세대 친환경 선박 기술의 판도를 바꿀 기술 혁신을 목표로 한다. 현재 상반회전 추진시스템은 기어, 윤활, 냉각 장치 등 복잡한 기계 장치로 구성돼 있어 마찰 손실, 유지 보수 어려움, 외산 부품 의존도 등의 한계가 따른다. 이로 인해 기술적 실효성에도 불구하고, 국제적인 사업화가 지연되고 있는 분야로 알려져 있다. 이에 KRISO와 공동연구기관은 새로운 파워트레인을 구축하기로
[산업경제뉴스 민혜정 기자] 커피전문기업 동서식품(대표 김광수)이 지난달 한부모·영유아를 위한 생활지원 봉사와 더불어 폭우피해 이재민을 위한 구호 성금 2억 원을 기탁한 것으로 전해져 훈훈함을 더하고 있다. 이는 국내 커피시장을 개척·견인해온 리딩기업으로서 그 위상에 걸맞은 행보가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동서식품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서울시 서대문구에 위치한 출산지원시설(한부모가족 복지시설) 애란원을 찾아 영유아를 위한 생활물품들을 지원하고,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한부모 어머니와 영유아를 위한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봉사활동에 참여한 동서식품 직원들은 시설 소개 및 위기임산부와 한부모 문제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생활관 내·외부 청소 등 주거 환경을 정비했고, 또한 시설에서 생활하는 한부모 어머니들에게 나들이 시간을 마련해 주기 위한 탁아활동도 진행했다. 이날 봉사활동에 참여한 동서식품 박철현 대리는 “이번 봉사활동을 통해 위기임산부와 한부모, 영유아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알 수 있었고, 이곳에서 생활하시는 분들에게 작게 나마 도움을 준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이어 24일에는 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은 지역의 복구와 이재민 지원을 위해 2억
[산업경제뉴스 민혜정 기자] LG화학이 식물성 원료 기반의 친환경 바이오 오일 공장 건설에 나섰다. 지난 4일, LG화학의 자회사 엘지에니바이오리파이닝이 충남 서산시에서 HVO(Hydrotreated Vegetable Oil) 공장 착공에 들어갔다고 밝힌 것. 이번 공장은 국내 최초의 HVO 공장으로 2027년까지 연간 30만 톤 생산 규모로 건설된다. LG화학에 따르면 HVO는 폐식용유 등 재생가능한 식물성 오일에 수소를 첨가해 만든 친환경 제품이다. 온실가스 배출 저감 효과가 크고 저온에서도 얼지 않는 특성으로 지속가능항공유(SAF), 바이오 디젤, 바이오 납사(Naphtha)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이중 지속가능항공유(SAF)는 항공기 연료로 사용되고, 바이오 납사는 석유화학의 쌀이라 불리는 에틸렌의 주원료로 사용된다. LG화학은 바이오 납사 투입을 통해 가전·자동차용 ABS(고부가합성수지), 스포츠용품용 EVA(고탄성수지), 위생용품용 SAP(고흡수성수지)와 같은 글로벌 친환경 인증(ISCC PLUS)을 획득한 BCB(Bio Circular Balanced) 제품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다. 앞서, LG화학은 지난해 12월 이탈리아 에너지 기
[산업경제뉴스 민경종 기자] 환경재단이 민간기업 및 한국민물고기보존협회와 함께 국내 멸종위기 식물과 어류 복원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지난 1일 코스맥스와 함께 화성특례시 향남제약공단 내 ‘생물다양성 공원’을 조성하고,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 ‘진노랑상사화’를 포함한 자생식물 21종, 약 2000주를 식재하는가하면, 2일에는 에쓰오일·한국민물고기보존협회와 함께 멸종위기 황쏘가리 복원을 위해 치어를 방류하는 등 민관 협력을 잇따라 진행한 것. 이는 온난화와 플라스틱 쓰레기 등으로 나날이 황폐화되어가는 지구 환경을 조금이라도 보살피기 위한 발걸음이어서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먼저 환경재단은 코스맥스와 함께 화성특례시 향남제약공단 내 ‘생물다양성 공원’을 조성하고,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 ‘진노랑상사화’를 포함한 자생식물 21종, 약 2000주를 식재했다. 이는 멸종위기 식물과 자생식물의 증식 및 서식 공간 확대를 통해 도시 내 생물다양성을 복원하고자 기획된 프로젝트의 일환.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계 파괴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식물 중심의 생물다양성 보전 활동은 여전히 주목받기 어렵다는 점에서 착안해 추진됐다. 현재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
[산업경제뉴스 민혜정 기자] ㈜한화가 글로벌 지속가능경영 평가기관인 CDP의 2024년 기후변화대응 부문 평가에서 ‘리더십 A’ 등급을 획득했다. 이는 지난해 획득한 ‘리더십 A-’ 등급에서 한 계단 올라선 것으로, CDP 평가 최고 등급인데, 이로써 동사가 줄기차게 추진해온 ESG 경영 성과를 공인받은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CDP(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 Carbon Disclosure Project)는 지난 2000년 영국에서 설립된 비영리 국제단체로, 전 세계 주요 기업들을 대상으로 환경 관련 경영정보 공개를 요구하고 이에 대한 정보 분석과 평가를 수행하고 있다. 이 평가는 DJSI(다우존스지속가능경영지수)와 더불어 가장 공신력 있는 지속가능성 지표로 인정받고 있으며 기후변화 대응 전략, 목표, 실행 등에서 전반적으로 우수한 평가를 받는 기업에 상위 등급이 부여된다. 평가 등급은 리더십 A, 리더십 A-, 매니지먼트 B, 매니지먼트 B- 등 총 8개 등급으로 구성돼 있다. 한화는 지난 4월 CDP 한국위원회가 주관하는 ‘2024 CDP 코리아 어워드’에서도 산업재 부문 ‘탄소경영 섹터 아너스’에 선정돼 2년 연속 수상의 영예를 차지한 바 있는데,
[산업경제뉴스 민경종 기자] SK AX(사장 윤풍영)는 31일, 유럽연합(EU)의 공급망 규제 본격화에 대비해 한국 제조 기업을 위한 ‘탄소데이터 대응 통합 지원 서비스’를 내놨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민감정보 보호와 ESG 정합성 확보를 동시에 실현하는 탄소 데이터 전략 수립을 지원함은 물론 공급망 전반을 아우르는 실질적 대안을 제시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SK AX가 공급망 탄소 데이터 대응 기준을 다시 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즉, 한국 제조기업들이 민감한 데이터를 지키면서도, 글로벌 ESG 규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기술과 전략을 모두 갖춘 유일한 파트너로 부상하겠다는 계획이라는 설명이다. 지난해 7월 발효된 EU의 지속가능한 제품 설계 규정(ESPR, Eco-design for Sustainable Products Regulation)’은 제조기업에 새로운 생존 조건을 요구하고 있는데, 유럽시장에 제품을 유통하려면 ▲제품 구성 정보 ▲원자재 출처 ▲탄소배출량 ▲재활용 이력 등 제품 단위 ESG 정보를 ‘디지털제품여권(DPP, Digital Product Passport)’ 형태로 제출해야 한다. 특히 배터리, 철강, 섬유,
[산업경제뉴스 민경종 기자] 한국수자원공사(K-water 사장 윤석대)가 국내 공공기관 최초로 유럽연합(EU)의 대표 연구·혁신 프로그램인 ‘호라이즌 유럽(Horizon Europe)’ 연계 국토·교통 분야 파트너십 프로그램 중 ‘탄소중립 분야’ 과제를 수행한다. 호라이즌 유럽은 기후변화, 에너지 전환, 스마트 도시 등 글로벌 현안 대응을 위해 유럽연합과 전 세계 연구기관, 기업, 대학 등이 함께 참여하는 국제 공동연구 플랫폼이다. 수자원공사에 따르면 이번 과제는 ‘건축 환경에서의 청정에너지 통합’ 과제로, 건물을 단순히 전기를 소비하는 공간을 넘어 스스로 전기를 생산하고 저장하며 주변과 공유하는 ‘에너지 자립형 공간’으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즉, 태양광으로 전기를 직접 생산하고, 이를 저장장치에 보관한 뒤 필요할 때 사용하거나 남는 전력을 다른 건물과 나누는 방식으로 운영되는데, 전력 수요 집중 완화로 국가 전력망 안정화와 전력난 예방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11월 사전 제안서를 제출한 뒤, 유럽연합 사무국의 승인 등을 거쳐 올해 7월 최종 선정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덴마크의 남덴마크대학교, 스웨덴 왕립공과대학교, 포르투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