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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ㆍ칼럼

[기자수첩] 美 관세 압박·中 공급 과잉 저지할 백기사라더니

[산업경제뉴스 손영남 기자] 국내 철강산업의 보호막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기대 속에 출범한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녹색철강기술 전환을 위한 특별법’, 이른바 K-스틸법이 정작 업계에서는 ‘껍데기 법안’이라는 불만을 사고 있다. 미국의 고율 관세와 중국발 공급 과잉, 글로벌 수요 위축이라는 삼중고 속에서 산업계는 당장의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데, 법안은 전기요금 감면과 세제 혜택 같은 직접 지원책을 담지 못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정부는 녹색철강 전환과 제도적 기반 마련을 강조하며 K-스틸법의 미래를 낙관하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계획은 화려하지만 비용 부담은 여전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간 큰 기대감을 드러내온 산업계의 실망이 더 커진 이유다. 산업계는 이 법이 명분만 남은 채 실효성을 담보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 철강산업 지킨다던 K-스틸법..현장에선 “실효성 의문”

지난 11월 27일 국회를 통과한 K-스틸법은 미국의 관세 압박과 중국의 공급 과잉, 글로벌 수요 위축 속에서 흔들리는 국내 철강산업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철강을 국가 핵심 기간산업으로 규정하고, 정부가 5년 단위 기본계획과 매년 실행계획을 수립하도록 의무화했다. 


또한 수소환원제철과 전기로 고도화, 재생자원 활용 확대 등 저탄소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원료·설비·운송 등 밸류체인의 안정화와 인력 양성, 지역 산업 클러스터 활성화를 추진한다. 저탄소 철강 인증체계를 도입해 공공조달과 민간 납품에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도 포함됐다. 이는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글로벌 규범 변화에 대응하고, 녹색 산업정책을 제도화하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그러나 산업계는 법안의 방향성에는 공감하면서도 현장의 부담을 덜어줄 직접 지원책이 빠졌다는 점을 크게 아쉬워한다. 특히 전기요금 감면이 누락된 점이 가장 큰 불만이다. 전기로 확대와 수소환원제철 도입은 전력 집약적 공정으로의 전환을 의미하는데, 산업용 전기요금이 높은 상황에서 감면이나 정산 지원이 빠진 것은 녹색 전환의 비용 현실을 외면했다는 지적이다. 


조세와 재정 인센티브도 충분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크다. 설비 전환과 연구개발, 실증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확대나 가속 감가상각, 탄소저감 설비에 대한 보조와 융자 같은 현금흐름 개선책이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대규모 설비 전환에는 수조 원 단위의 장기 투자가 필요한데, 예산과 기금, 민관 파이낸싱 구조가 구체화되지 않아 “계획은 있는데 돈이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인증제와 특구 지정, 연구개발 지원은 시행령과 세부 고시가 마련돼야 효과가 나타나는데, 글로벌 관세와 가격 급변 속도에 비해 제도 효과가 늦게 온다는 불안감도 크다. 결국 업계는 “틀은 좋지만 당장의 경쟁력 손실을 메울 직접 지원이 없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국내 철강산업은 미국의 고율 관세와 유럽의 CBAM, 중국발 공급 과잉이라는 삼중고에 직면해 있다. 미국은 특정 품목에 대해 반덤핑과 상계관세를 적용하며 누적 부담을 키우고 있고, 유럽은 제품 내 탄소 함량 비용을 가격에 반영하는 체제를 만들고 있다. 중국은 생산능력 확대와 내수 둔화로 저가 물량을 글로벌 시장에 쏟아내 가격과 마진 압박을 심화시키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는 전략적 산업정책과 무역·기후 규범 대응, 그리고 현장 비용 완화가 동시에 작동해야 한다. 그러나 K-스틸법은 제도적 틀과 규범 대응에는 힘을 실었지만, 현장의 비용 완화에는 손을 덜 댄 상태다.


정부는 특별법을 통해 녹색철강 생태계를 만들고 공정 전환과 기술 혁신의 제도 기반을 확립했다고 강조한다. 시행령과 세부 가이드라인, 인증체계 운영, 특구 지정, 민관 연구개발과 실증 프로젝트를 통해 체감도를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산업계는 리드타임이 긴 제도 효과보다 월별 손익에 직격하는 비용 요인이 시급하다고 본다. 세제와 요금, 금융 인센티브가 명확해야 대규모 설비와 공정 전환에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현실론도 제기된다. 또한 WTO와 FTA, 환경규범 테이블에서 공정경쟁을 확보하는 무역법적 대응이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K-스틸법은 한국 철강산업의 체질 개선과 글로벌 규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중요한 출발점이다. 그러나 산업계가 요구하는 것은 좋은 계획만이 아니라 지금 작동하는 비용 완화와 투자 결정을 가능하게 하는 확실한 인센티브다. 


관세, 과잉 공급, 탄소비용의 삼중고 속에서 제도적 틀과 현장의 원가를 연결하는 다리가 놓일 때 법은 비로소 힘을 가진다. 정부가 후속 입법과 예산, 시행령으로 빈칸을 메우고, 산업계가 기술과 공정 혁신으로 응답할 수 있다면 K-스틸법은 명분의 법이 아니라 현장의 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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